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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 마르크스《자본론》의 구성과 내용
1. 마르크스의 생애
칼 마르크스(Karl Marx, 1818~1883)는 1818년 5월 5일 독일의 트리에의 유대인 집안에서 태어났다. 유태인의 핏줄을 이어받은 그는 부유한 변호사이자 자유주의를 신봉하였던 아버지1) 덕택으로 김나지움(Gymnasium)을 마치고 1835년 법학을 공부하기 위해 본 대학에 입학했다. 1836년 마르크스는 베를린 대학 법학부로 전학을 갔는데 이 시기에 그는 법학보다는 철학과 역사학에 더 많은 관심을 보였다. 특히 그는 당시 독일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하던 헤겔(Hegel) 철학에 관심이 많았었고 그래서 청년헤겔학파가 이끄는 모임에도 자주 참여하였다. 이후로 그는 철학공부를 계속하여 1841년 예나 대학 철학부에서「데모크리토스와 에피쿠로스의 자연철학의 상위」(1841)라는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하지만 그 당시 프로이센 정부가 사회 현실에 비판적이던 청년헤겔학파를 탄압했기 때문에 마르크스는 연구 활동에만 전념하려던 학자의 길을 포기하고 사회변혁을 추구하는 혁명가의 길을 선택하게 된다.2)
1841년 자신의 고향인 트리에로 돌아온 마르크스는 급진적 자유민주주의를 표방하는 쾰른 <라인신문>의 기자로 취직해서 1842년에 편집장이 되었다.(24세) 그러나 그의 비판적인 기사들로 인한 당국의 끊임없는 검열 때문에 1843년 신문사가 폐간되자 마르크스는 파리로 망명을 결정하게 된다. 이 때 그는 오래 전부터 사귀어 온 프러시아 귀족출신의 딸이자 4세 연상의 예니(Jenny) 폰 베스트팔렌과 결혼한 직후였다. 파리에서 그는 급속한 산업화 과정과 노동자들의 빈곤한 삶을 보았으며 그곳에서 활동하던 공산주의 조직과 만나면서 노동운동에 구체적인 관심을 갖게 되었다. 이를 계기로 그의 사상은 급진적 자유주의에서 혁명적 공산주의로 바뀐다.
또한 그는 아담 스미스(Adam Smith), 리카아도(Ricardo) 등 고전학파 경제학자들이 쓴 저서를 연구하여, 1844년 이들을 비판한《경제학 철학 수고》를 썼다. 이 무렵 마르크스는 파리에서 바르멘의 어떤 직물공장 주인의 아들인 엥겔스와 처음 만나게 되는데 이후로 마르크스가 10년간의 망명생활을 하고도 말년까지 계속해서 지속적인 연구를 할 수 있었던 것은 엥겔스의 물질적인 도움에 힘입은 것이었다.
마르크스는 1845년 파리에서 추방당해 브뤼셀로 거주지를 옮겼는데 거기서 엥겔스와 공동으로 포이에르바하의 종교비판과 극단적 개인주의를 제창한 슈티르너의 이론을 분석 검토하고, 역사적 유물론 즉 유물사관을 이론으로 체계화한《독일 이데올로기》를 썼다. 프랑스의 공상적 사회주의자 프루동을 반박하기 위하여《철학의 빈곤》을 저술하였고 또한 정치활동에도 직접 뛰어들어 1847년에 사회주의자들의 비밀단체인 ‘의인동맹’을 공개된 혁명조직 ‘공산주의자동맹’으로 바꾸었다. 1848년 마르크스와 엥겔스는 이 단체의 강령을 밝히는 선언문을 쓰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그 유명한《공산당 선언》이다.
1848년 프랑스를 비롯하여 유럽 각국에서 왕정에 대항해 공화정을 세우려는 혁명이 일어나자 마르크스는 독일로 돌아가 <新 라인신문>을 창간하여 이 사실을 널리 알리고자 하였다. 그러나 1849년 곧 이은 혁명의 붕괴로 재판에 회부된 마르크스는 배심원들의 만장일치로 석방되었으나 독일에서 추방령이 내려졌다. 그리하여 그는 파리를 거쳐 1847년 8월 영국 런던으로 향했고 이곳은 그의 마지막 정착지가 된다.
런던에서의 마르크스 생활은 이루 말할 수 없이 비참하였다. 병든 아이 3명이 약값이 없어 차례로 죽어 나갔으며 막내 딸 프란체스카가 죽었을 때는 단돈 2파운드가 없어서 관도 못 사고 울고만 있었다고 전해진다. 옷이 전당포에 잡혀 외출을 못하는 일이 흔했고, 종이가 없어서 저술 작업을 못했던 적도 많았다. 가난과 함께 심한 질병에 시달렸던 그는 특히 감기의 장기화로 인한 기관지염과 늑막염이 심해져 1883년 3월 14일 무려 25년의 세월을 바쳐왔던 그의 주저『자본론』을 끝내 완성하지 못한 채로 숨을 거두었다.
2. 《자본론》이란 어떤 책인가?
마르크스의 사상 가운데 경제학 분야 특히 자본주의 경제를 집중해서 다룬 저서가 바로《자본론》이다. 이 책의 분량은 독일어 원본의 경우 거의 2,400쪽에 이를 정도이며, 그 내용도 전문 경제학 저서이기 때문에 상당히 어려운 편이다. 그가 이 책을 쓰게 된 동기는 자본주의 사회의 지나친 이윤 추구와 빈부격차, 비인간적인 노동착취 때문이었다. 마르크스는 이 책을 통해서 자본주의가 소수 자본가에 의한 다수 노동자의 착취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정당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그 자체의 모순으로 말미암아 무너질 수밖에 없으며 따라서 사회주의 혁명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증명하려고 했다.
그러나 마르크스의 사상이 역사적으로 영향력을 획득한 것은 무척 오랜 세월이 지난 후였다. 《자본론》에서 주요한 분석 모델로 삼았던 영국에서 그는 30년간을 살았지만 당시 영국 노동운동은 마르크스의 주장에 사실상 무관심한 편이었다. 따라서 그의 필생의 저작인 《자본론》의 운명 또한 크게 다르지 않았다. 《자본론》을 독파한 노동자들이 그다지 많지 않았던 것이다. 이러한 양상은 오늘날까지 크게 바뀌지 않고 있다. 1990년 초를 기점으로 공산주의 사회체제를 고수하던 나라들이 하나둘씩 무너지고 전 세계적으로 자본주의 사회가 도래한 지금 《자본론》을 단순히 비난이나 조롱의 대상으로 삼고 즐거워하는 사람들은 많지만 《자본론》을 꼼꼼히 읽고 심층적으로 비판하는 경우는 거의 드물다.
그러나 그의 이론체계는 1883년 이후 사회주의 운동에서 매우 급속하게 수용되기 시작했다. 그리하여 만일 마르크스와《자본론》이 없었다면 세상은 지금 우리가 경험하는 것과는 상당히 다를 것이라고 할 만큼 현대 인문사회과학과 정치에 강력한 영향력을 끼쳤으며 앞으로도《자본론》의 의의와 생명력은 결코 죽지 않았다고 역설하는 사람들 또한 많다. 이처럼 마르크스의《자본론》은 극단적으로 엇갈리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시점에서 중요한 것은 극찬이나 비난에 앞서《자본론》을 제대로 읽고, 이해하기 위해 애쓰는 모습들이 우리들에게 선행되어 있었는가? 일 것이다.
《자본론》은 내용이나 분량에 있어서 매우 방대한 저작이다. 총 3권으로 이루어진《자본론》을 펼쳐든 순간 그 내용의 방대함에 압도되기 십상이다. 또한 그 내용면에 있어서도 상당히 난해하다. 일류 경제학자인 케인즈조차도《자본론》을 일고는 도무지 무슨 말인지 이해할 수 없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러므로 《자본론》을 차분하게 읽어나가기 시작한다는 것 자체가 상당한 용기와 도전정신을 요구한다. 이 글의 목적은 이러한《자본론》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에게 보다 쉽고 명료하게 이해를 돕기 위해《자본론》의 전반적인 구성과 내용을 요약한 글이다.
《자본론》은 마르크스에 의해서 모두 4부작으로 구상되었으며, 마르크스 생전인 1867년에 제1권이 출판되었고, 이후 마르크스가 평생 동안 집필하였던 수고手稿를 기초로 그의 절친한 친구이자 동료인 엥겔스가 정리하여 제2권과 제3권을 출판하였으며, 엥겔스 사후《잉여가치학설사》라는 제목으로《자본론》제4권이 완성되었다. 여기서는 제4권을 제외한 내용만을 다룰 예정이다. 내용면에서《자본론》을 살펴보면 제1권에서는 ‘자본의 생산과정’을 분석하고, 제2권에서는 ‘자본의 유통과정’을 다루며, 제3권에서는 ‘자본주의적 생산의 총 과정’을 종합적으로 고찰하고 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들어가 보면 자본주의 운동법칙의 추상적이고 가장 본질적인 측면에 대한 분석으로부터 점차 구체적인 부분으로 나아가는 순서를 취한다. 즉 제1권에서는 자본주의의 ‘세포’에 해당하는 상품의 분석으로부터 시작하여, 생산과정을 거치며 어떻게 잉여가치가 창출되는지 그리고 어떻게 자본의 축적이 이루어지는지에 관한 가장 기초적인 분석이 전개되고 있다. 제2권에서는 유통과정을 거쳐 자본의 회전이 이루어지는 메커니즘이 연구되고 있으며, 제3권에서 이르러서는 생산과정과 유통과정을 통일적으로 파악하면서 생상영역에서 창출된 잉여가치가 각 사회계급들 사이에 어떻게 분배되는지 그리고 이 과정에서 자본주의 모순이 어떻게 격화되는지에 대한 분석이 이루어지고 있다.
3. 제1권 자본의 생산과정
제1권 자본의 생산과정은 생산과정에서 어떻게 잉여가치를 만들어내는지, 자본 축적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를 설명한 부분이다. 자본주의 경제의 가장 중요한 특징 가운데 하나는 상품생산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대부분의 생산물은 상품형태로 시장에서 거래된다. 이러한 상품의 가치, 즉 교환가치는 그 상품을 생산하는데 들어간 노동시간에 의해 결정된다. 상품교환이 활발해지면 교환의 편리성을 위해 화폐가 등장한다. 그런데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화폐만 있으면 모든 것을 살 수 있기 때문에 화폐가 강력한 힘을 가진 신비한 존재로 보인다. 그래서 화폐를 숭상하는 황금만능주의나 물신화가 나타난다.
자본가는 잉여가치를 얻기 위해 화폐를 생산과정에 집어넣는다. 이렇게 생산과정에 들어간 화폐를 자본3)이라 한다. 자본은 더 많은 화폐를 얻기 위해 끊임없이 운동하는데, 이 과정에서 추가로 얻는 가치가 잉여가치4)다. 그렇다면 잉여가치는 어떻게 생산되는가? 자본가는 임금을 주고 고용한 노동자와 생산수단을 결합하여 상품을 생산한다. 그런데 불변자본인 생산수단은 자신의 가치를 생산물에 옮기는데 그치지만 가변자본인 노동력은 자신의 가치(임금)를 넘어서는 잉여가치를 낸다. 그러므로 노동자의 노동이 바로 잉여가치의 원천인 것이다. 따라서 자본가가 가져가는 잉여가치는 노동자에 대한 착취라고 볼 수 있다.
자본가는 더 많은 잉여가치를 얻기 위해서, 즉 노동자에 대한 착취를 강화하기 위해서 다양한 방법을 이용한다. 먼저 자본가는 노동자에게 더 많은 노동을 시켜 더 많은 잉여가치를 얻으려고 노동시간을 늘리는데, 이렇게 생산된 잉여가치가 절대적 잉여가치이다. 자본가들은 노동시간을 늘리기 위해 노동자들의 퇴근시간을 늦추기도 하고, 휴식시간과 식사시간을 줄이기도 하는 등 온갖 불법수단을 이용한다. 이 과정에서 장시간 노동을 강요당하는 노동자들은 잉여가치를 생산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이 되면서 노동의 소외를 겪는다.
다음으로 상대적 잉여가치를 생산하는 방법이 있다. 상대적 잉여가치란 노동 생산성을 높임으로써 같은 노동시간에 필요 노동시간을 줄이고 잉여 노동시간을 상대적으로 늘리는 방법으로 생산된 잉여가치다. 특히 어떤 자본가가 다른 자본가보다 먼저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여 노동생산성을 높인다면, 좀 더 값싸게 상품을 생산하여 더 많은 이익을 얻을 수 있는데 이것을 특별 잉여가치라고 한다. 따라서 자본가들은 더 많은 상대적 잉여가치 또는 특별잉여가치를 얻기 위해서 노동 생산성을 높이는데 큰 관심을 기울인다.
이런 사정으로 자본가들은 처음에는 협업과 매뉴팩처 생산방식을 도입하고, 나중에는 더 발전된 단계인 대공업 생산방식을 도입한다. 그렇지만 이 과정에서 분업이 확대되어 노동자들은 단순작업을 반복하고, 기계와 자본에 대한 노동자들의 종속도 강화되어 노동소외가 심해진다.
이렇게 자본가는 노동시간 연장이나 노동 생산성 향상을 통해서 절대적, 상대적 잉여가치를 얻는다. 그런데 이런 자본의 잉여가치 획득은 한번으로 그치기 않고 반복해서 되풀이 된다. 이 과정에서 자본가는 잉여가치를 개인적으로 모두 소비하지 않고 그 일부분을 재생산과정에 다시 집어넣어 더 많은 자본을 축적하려고 한다. 자본가는 다른 자본가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생산설비를 늘리고 생산의 효율성을 높이려고 한다. 이를 확대 재생산이라고 부른다. 이렇게 자본가는 점차 더 큰 규모의 생산설비와 더 많은 잉여가치의 생산을 위해 끊임없이 경쟁하며, 그 가운데 살아남은 자본가는 더 큰 자본가로 성장한다.
그러면 자본의 최초 생성 과정은 어떻게 이루어졌을까?5) 역사적으로 볼 때, 자본의 시초는 봉건 영주들이 양모 생산을 위해 농민들의 토지를 강제로 빼앗으면서 시작되었다. 토지에서 쫓겨난 농민들은 생존을 위해 임금노동자로 변신하며, 봉건영주들은 그러한 노동자들을 고용하여 양모를 생산하는 자본가로 변신한다. 이 과정은 강제와 사기, 협잡挾雜6)을 통해 이루어진다. 여기서 노동자와 자본가라는 자본주의적 생산관계가 형성된다. 자본주의가 발전할수록 자본 축적은 더욱 빨라져 대자본이 형성된다. 대자본은 사회적 생산과 사적 소유라는 자본주의적 모순을 더욱 심화시킴으로써 자본주의를 붕괴의 위기로 몰아넣는다.
4. 제2권 자본의 유통과정
제2권은 자본의 유통과정은 자본이 잉여가치를 얻기 위해 어떻게 순환운동과 회전운동을 하는지 설명한 부분이다. 생산과정에 들어간 지본은 여러 단계의 운동과정을 거치면서 그 형태가 바뀌게 되는데 이러한 운동과정에서 자본이 원래 자신의 형태로 되돌아가는 것을 자본의 순환이라고 한다. 자본은 일반적으로 M(화폐)-C(상품)…P(생산)…C1(잉여가치가 더해진 상품)-M1(잉여가치가 더해진 화폐)라는 순환과정을 거친다. 제1단계로 자본가는 화폐(M)를 가지고 생산에 필요한 생산수단이나 노동력과 같은 상품(C)을 구입한다. 제2단계로 이렇게 구입한 생산수단과 노동력을 결합시켜 생산(P)을 하게 된다. 생산 수단은 자신의 가치를 새로운 생산물에 그대로 옮기지만 노동력은 자신의 가치보다 더 많은 가치를 생산하여 새로운 생산물로 옮긴다. 따라서 생상과정을 거치면 잉여가치가 더해진 상품(C1)이 생산된다. 제3단계로 이러한 잉여가치가 더해진 상품(C1)을 판매하여 화폐(M1)를 얻는다. 이때 얻는 화폐는 잉여가치를 포함하기 때문에 처음에 들어간 화폐(M)보다 그 양이 더 늘어난다. 그래서 자본은 순환운동을 통해서 자본을 축적하게 된다.
자본은 한 번의 순환운동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주기적인 반복 순환운동, 즉 회전운동을 통해 계속해서 더 많은 잉여가치를 생산하려고 한다. 자본의 회전기간은 자본이 1회 순환하는 데 걸리는 기간이다. 자본의 순환운동은 생산과정과 유통과정이 결합된 것이기 때문에 자본의 회전기간은 결국 생산기간과 유통기간을 합한 것과 같다. 이러한 회전기간이 짧을수록 자본은 일정기간 동안 더 많이 회전할 수 있으며 그 결과는 쌓이는 잉여가치의 총량도 많아진다. 그래서 자본가는 자본의 회전수를 늘리기 위해 노동시간을 늘리고 기계를 쉬지 않고 활용하기 위해 주간과 야간노동의 교대제 등을 실시한다.
5. 제3권 자본주의적 생산의 총과정
제3권 자본주의적 생산의 총과정은 개별 자본들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자본이 전체적으로 어떤 운동을 하는지 설명한 부분이다. 개별 자본들은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운동하는데 그 결과 상호 연관된 사회적 총자본이 형성된다. 사회적 총자본은 크게 보면 생산수단을 생산하는 1부문과 소비수단을 생산하는 2부문으로 구성된다. 자본가는 잉여가치의 원천이 어디에 있는지에 대해서는 별로 관심이 없으며 오로지 총자본이 얼마만큼의 이윤을 얻기 위해 서로 치열한 경쟁을 벌이면서 이윤율이 낮은 분야의 자본을 이윤율이 높은 분야로 이동시킨다. 이러한 자본의 이동을 통해서 자본이 다양한 분야에 분배되면 이윤율은 점차 비슷한 수준에 도달하여 평균 이윤율이 형성된다. 그 결과 대부분의 자본은 비슷한 수준의 이윤율을 얻게 된다.
자본주의가 발전하면 생산과정을 담당하는 산업자본뿐만 아니라 유통과정을 담당하는 상업자본도 형성된다. 그래서 산업자본은 생산과정에서 만들어진 잉여가치의 일부를 상업 자본에 나누어 주는데 이것이 상업 이윤이다. 또한 산업 자본가는 화폐 자본가나 대부 자본가에게 돈을 빌린 다음 이에 대한 대가로 이자를 지불하는데 이 이자의 원천 역시 산업 자본이 생산한 잉여가치다. 토지 소유자는 자신의 토지를 농업 자본가에게 빌려 주고 그 대가로 지대를 받는다. 따라서 지대의 원천 또한 농업 자본가가 생산한 잉여가치다. 이처럼 상업이윤, 이자. 지대를 포함하여 모든 이윤은 생산과정에서 만들어진 잉여가치에서 나온 것이기 때문에 모든 이윤의 원천은 노동자의 노동이다.
자본은 대체로 평균 이윤을 얻지만 자본가들은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남보다 더 빨리 더 많은 이윤을 얻으려고 생산수단에 대한 투자를 계속 늘린다. 그 결과 불변자본(생산수단)에 대한 가변자본(노동력)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아진다. 그런데 잉여가치의 원천인 가변자본, 즉 노동력의 비율이 낮아지기 때문에 총자본에 대한 잉여가치의 비율, 즉 이윤율도 낮아진다. 자본가들은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생산수단에 대한 투자를 늘려 자본축적을 가속화하지만 그 과정에서 이윤율 저하라는 문제에 부딪치게 된다.
평균 이윤율의 저하 경향은 자본주의 모순을 심화시킨다. 자본의 최고 목표는 이윤을 얻는 것인데 이렇게 평균 이윤율이 떨어지면 이윤을 얻기가 어려워지고 새로운 자본 투자도 줄어들어 자본주의적 생산과정이 위협을 받는다. 또한 이윤율이 떨어지면 자본가들은 잉여가치의 양을 늘리기 위해 더 많이 생산하려고 하기 때문에 과잉생산이 발생하여 공황으로 이어진다. 이것은 사회적 생산과 사적 소유 사이의 모순이라는 자본주의의 근본모순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다. 이렇게 되면 실업으로 생존의 위기에 처한 노동자들의 계급투쟁도 격렬해진다. 결국 자본주의는 이러한 혼란이 주기적으로 일어나 마침내는 무너지는 것이다.
6.《자본론》의 현대적 의의
구소련과 동독 등 여러 사회주의 국가들이 무너지면서 마르크스를 비난하는 것이 대세인 것처럼 나타났던 때가 있었다. 그 근거로는 자본주의가 자체 모순으로 인하여 결국 불가피하게 붕괴되고 사회주의가 도래할 것이라고 마르크스는 예측하였으나 정작 붕괴한 것은 사회주의 국가들이었으므로 마르크스의 주장은 엉터리라는 것이 명백히 입증되었다는 식의 방식이었다. 이러한 유행의 물결은 한때 마르크스가《자본론》에서 분석한 모든 것들을 간단하게 기각시켰다. 하지만 이 새로운 유행은 국제적으로 10년도 지속되지 못했다. 자본주의의 승리를 경축하는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세계 도처에서 위기를 경고하는 외침이 터져 나왔기 때문이다.
1997년에 시작된 이른바 IMF 사태, 수시로 세계시장을 엄습하는 주가폭락, 환율위기, 국제적 긴장고조, 전쟁과 테러, 빈곤층의 증대, 비정규직화와 정리해고로 대표되는 노동자들의 생활불안정 심화 등 이 모든 것들이 자본주의의 승리라는 문구의 이면에 숨겨진 사실들이다. 결국 마르크스의 시대는 끝났다는 구호는 현상의 본질에 대한 심층적 분석을 결여한 채 당장 눈앞에 보이는 현상만을 반영하는 성급한 결론은 아니었을까? 이런 맥락에서 앞으로《자본론》은 보다 객관적인 접근이 이루어질 필요가 있는 것이다.
마르크스 사상의 출발점은 어디까지나 주어진 객관적 현실이다. 당시에 마르크스는 15시간 이상씩 공장에서 혹사당하는 노동자들, 탄광에서 석탄을 실어 나르는 어린이들, 집세를 낼 수 없어 냄새나고 칙칙한 헛간에서 여러 명이 뒤엉켜 자야 하는 가족들, 건강을 관리하지 못해 노인처럼 쇠약해져 평균 25세의 나이로 죽음을 맞이하던 젊은이들을 직시하면서 《자본론》을 집필했다. 그렇기 때문에 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대략 20년 이상 지속된 자본주의 호황기 때에는 마르크스의 주장이 전 세계적으로 그다지 인기를 끌 수 없었다. 자본주의는 의기양양하게 번영의 시대를 맞이하였던 것이다.
하지만 최근 세계는 또다시 내일을 예측할 수 없는 불안과 긴장, 갈등, 빈곤, 위기의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바로 이러한 현실 자체가《자본론》사라지지 않는 이유이다. 물론 복지국가의 등장, 중산층의 확대 및 빈부격차의 완화, 자유경쟁의 효율성 등을 근거로 마르크스의 주장이 틀렸다고 비판할 수 도 있다. 사실《자본론》은 19세기 산업 자본주의 사회를 분석한 책이기 때문에 과학기술과 정보가 중심이 되는 21세기 정보화 사회에 적합하지 않는 부분도 있다.《자본론》이 출간된 지 벌써 100여 년이 훨씬 지났기 때문에 그 내용을 지금 현실에 그대로 적용하는 데는 시대적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음과 같음 점은 분명해 보인다. 마르크스가 분석하고 파악했으며 현재에도 근본적으로 해소되지 않고 있는 자본주의 근본모순 자체가 해결되지 않는 한《자본론》이 등장했던 원인 역시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현대 정보화 사회에서도 여전히 드러나는 자본주의 문제점을 이해하고 비판하기 위해서《자본론》은 그 역사적 가치가 매우 크다. 이처럼《자본론》은 근대와 현대에 걸쳐 우리의 삶을 지배하는 자본주의를 분석하고 비판하기 위한 열쇠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고전이라 할 수 있다.
< 참고문헌 >
1. 칼 마르크스 저, 김수행 역,『자본론1,2,3』,비봉출판사, 2005.
2. 칼 마르크스 저, 손성철 풀어씀,『자본론』,풀빛, 2005.
3. 권명식 역『자본론이야기』지평 1988.
4. 조지세이빈, 토머스 솔슨 저,『정치사상사2』한길사 2003.
5. 유레카논술구술 지음,『고전탐구의 신 1』중앙M&B 2003.
6. 이원복 『자본주의. 공산주의』동아출판사 19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