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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자이 오사무의 '인간 실격'이라는 책을 읽었다.
지극히 내 관점에서 바라본 각색된 줄거리를 소개하자면 이렇다.
'작가의 모습을 반영한 요조는 부유한 가정과 가부장적인 집에서 자라며 자신의 정체성을 찾지 못하는 유년시절을 보낸다. 남들의 시선을 지극히 두려워한 그는 익살이라는 방어기제로 그 자신을 보호한다. 성장을 하며 자신의 재능(그림)을 발견하지만 그 길을 가지 못한다. 그 이유를 장대하게 설명하며 그런 고통과 힘듦을 여자와 술 그리고 마약으로 자위한다. 그리고 채워지지 않는 자신만의 욕심과 욕망의 표현을 자살이라는 형태로 표출하기에 이른다. 그리고 이 생활은 지겹도록 반복한다.'
보는 내내 아주 불편한 생각이 들었다. 이해는 하지만 인정하기 싫다는 아주 주관적인 생각이 든다. 환경과 시대적 상황을 반영했을 때 소설의 주인공 요조라는 사람이 이해되기도 한다. 하지만 인정은 별개의 문제다. 모든 것을 환경적인 요소로 변명만 하는 그를 나는 연민의 대상으로 여길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난 과감히 거부하고 싶다. 어떤 시대이건 분명 그 시대만의 환경적인 문제는 분명 존재한다. 그 안에서 스스로의 길을 찾은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들로 분명 나눠질 테니 요조의 행동은 나의 기준에서는 핑계로만 들릴 뿐이었다.
서론은 이쯤 하고 발제문에 나의 생각이다.
1. 주인공이 사람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자신을 숨기고 자신 또한 힘들어합니다. 또한 부모와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p.22) 우리는 주인공처럼 부모로부터 강요받고 자라지 않았는지? 그리고 지금 아이를 키우는 당신은 어떠한지? 본인이 겪었고 또 그렇게 하고 있다면 부모로서의 입장에서 할 말은 무엇인지?
<주관적인 생각>
강요하는 것은 크게 규범과 가치관으로 이루어진다.
규범은 그 시대의 사회적인 문화를 반영한 객관적인 약속에 가까울 것이다. 살인, 절도, 강간 등과 같은 모두가 인정하는 것이니 문제 될 것이 없다.
가치관은 개개인의 주관적인 생각을 말한다고 생각한다. 흔희 말하는 강요는 아마도 이 가치관의 강제적인 주입을 말하는 것일 테다. 그럼 강요의 목적은 무엇일까? 강요는 타인에게 자신의 가치관을 설득하는 과정이다. 그럼 설득을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방법론적인 문제가 남았다.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다. 이 방법은 사회적인 배경(과학적, 법적)에 따라 그 모습과 허용 범위를 달리 하기 때문이다.
강요의 본질적인 목적인 설득은 크게 두 가지를 동반해야 그 힘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된다. 그 첫 번째는 자격이고, 두 번째는 표현이다.
부모와 자녀 간의 관계에서 자녀가 잘못되길 바라며 강요를 하는 사람이 있을까? 먼저 삶을 살아온 선배의 입장에서 분명 중요하기에 강요를 할 것이다.
그럼 받아들이는 입장에선 그들의 마음을 왜 거부할까?
본인이 게임을 하며 자녀에게 게임을 하지 말라고 하거나, 본인이 공부를 하지 않으며 자녀에게 공부를 강요한다면 어떻게 받아질까? 이것이 첫 번째 자격에 대한 생각이다. 그래서 일반인보단 대통령, 작가, CEO 등과 같은 성공한 사람들의 말이 설득력을 가진다고 생각된다. 그들은 행동으로 그 자격을 갖추었으니 말이다.
두 번째 표현은 자격을 기반으로 한 마음의 전달 방법이다. 사람은 텔레파시라는 능력이 생각만큼 뛰어나지 않다. 본인의 생각이 다른 이들과 동일할 수 없다. 그렇기에 가능한 많은 표현(폭력적인 표현 제외)을 하여 그 차이를 메워야 된다. 그래서 소중한 우리 아이들에게 표현을 중요성을 대화, 행동, 스킨십 등의 방법으로 강요(설득)하고 있다.
2. (p.93) '세상이란 개인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기 시작하면서 저는 예전보다 다소 제 의지대로 움직일 수 있게 되었습니다.'
(p.97) '세상이란 개인과 개인 간의 투쟁이고 일시적인 투쟁이며 그때만 이기면 된다.'
" 세상이란 개인이다"라고 여긴 후 오히려 좀 더 자유로워진 요조. 이 말의 의미는 무엇일까요?
<나의 생각>
'세상은 개인이다'라는 말은 주관적인 가치관의 문제로 해석될 수 있을 듯하다. 이 책 전체에서 어찌 보면 유일하게 내가 동의할 수 있는 부분이었던 것 같다.
사람들은 모든 판단의 기준이 되는 근거를 개인적인 경험과 생각(가치관)을 기반으로 한다. 그렇다면 세상은 무엇일까? 개인이 정립한 개인만의 정의에 따라 해석을 할 수 있지 않을까? 내가 헬조선이라고 정의한다면 헬조선을 살아갈 것이며, 내가 살기 좋은 나라라고 생각한다면 행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세상은 개인이다'라는 말에 난 동의하는 바이다.
3. 당시 일본은 자살에 대한 비난은 보이지 않을뿐더러 오히려 자기 논리에 따라 살다 간 존재로 간주하는 시각이 팽배합니다.(p.165) 자살에 대한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한가요. 요조처럼 타인과 함께 시도한 동반자살은 어떠한가요?
<나의 생각>
자살은 지극히 주관적인 감정이다. 그렇기에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의 아픔과 괴로움의 강도는 어느 누구도 이해할 수없다고 생각한다. 다만 그 아픔과 괴로움의 원인이 잘못된 기준과 잘못된 판단에서 나온 것이라면 설득의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원천적인 질문을 던져본다
"왜 자살을 결심했나요?"
그들의 대답은 무엇일까? 그중 하나는 이렇지 않을까?
"제 마음을 이해해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요."
자살에 대한 찬반 논쟁은 어떻게 보면 의미가 없을 수도 있지만 굳이 흑과 백의 논리로 표현하자면 난 동의하는 쪽인 듯하다. 그들이 말하는 것처럼 그들의 마음을 100% 이해 못하기에 또한 그 아픔의 강도를 경험하지 못했기에 그들의 마음과 결정을 존중하고 싶다. 다만 소통의 부재로 인한 잘못된 판단이라면 다시 한번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을 한다. 이것이 내가 생각하는 설득이다.
4. 주인공의 삶을 보았을 때 제목처럼 인간실격이라 느껴지는 대목은 어디인지? 혹은 인간실격에 이르는 마지노선은 어디일까요? 반대로 인간 적격이란 무엇일까요?
<나의 생각>
"모든 부분에서 인간 실격이다!"라고 나는 말하고 싶다. 내가 정의 내리는 인간이란 한자의 뜻대로 '사람들 사이에 있는 존재'이다. 그럼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나의 대답은 진실성이다. 진실성은 자신을 알고 있다는 의미에서 정체성이라고도 할 수 있을 듯하다.
요조라는 작중 인물은 개인적인 판단 기준으론 전혀 진실성을 엿볼 수 없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핑계의 연속이었다. 단 한번 진정 하느님께 기도하는 장면이 나오건만 그것 또한 본인의 마음이었는지 의문이 든다. 어쩌면 작가가 제목을 '인간 실격'이라고 정한 이유가 스스로가 정의한 인간의 의미와 자신이 살아온 인간으로서의 삶의 괴리가 있었기에 제목을 이렇게 정한 게 아닌가 생각해 본다.
적어도 요조는 생물학적인 개체로서는 인간 적격이 맞다. 하지만 내가 정의 내린 정신적인 인간이라는 기준에선 인간 실격이라고 난 말하고 싶다.
*작가의 메시지 보단 요조라는 사람만을 판단한 지극히 개인적인 관점입니다. 그렇기에 문학성에 대한 글은 배제했습니다.
비판을 비롯한 다양한 견해 늘 감사하게 받겠습니다.
첫댓글 오해의 소지가 있을 듯 해서 말씀드립니다. 제 일기의 일부분이라 표현이 극단적일 수도 있습니다.
따로 작성할 시간이 여의치 않아 별도로 올리지 못한 점 양해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