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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요리는 보고 듣고 냄새 맡고 만지고 혀로 느끼는 감각의 총화이며, 그 요리를 가운데 놓고 마주한 사람과 사람 사이 혹은 사람과 자연 사이의 풍경의 총화입니다. 그녀가 화실에서 종일 만드는 요리는 그녀가 이미 맛본 추억의 목록이기도 하고, 때로는 그녀가 맛보고 싶은 바람의 기록이기도 합니다. 꽃방석 위에 수줍게 앉아 수인사를 나누던 맞선 자리의 풋풋함, 모처럼 아버지와 함께한 남도 소읍의 한적함, 홍동백서와 좌포우혜를 가리던 제사상 주변의 소란함과 쓸쓸함은 그녀가 간직한 추억의 풍광들이며, 보고 싶고 그리운 이들과 만나서 나누고 싶은 바람의 정경들이기도 합니다.
한 접시의 음식은 이처럼 우리에게 그것을 있게 한 자연과 사람들의 내력을 담고 있습니다. 하지만 함께 나누어 먹는, 저 농경에 뿌리를 둔 그득한 풍경들은 이제 한낱 그리운 것이 되어버렸는지 모릅니다. 우리는 예전보다 더 많이 먹고, 더 자주 먹지만, 그럴수록 사람이 그립고 영혼이 그리운 시대를 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완당 선생은 말년에, “가장 좋은 반찬은 두부와 채소들이고, 가장 좋은 모임은 부부와 아들딸들과 손자들이 함께 한 밥상”이라고 하였습니다. ● 정경심의 그림은 우리의 밥상을 되돌아보게 하고, 우리의 밥상을 꿈꾸게 합니다. 밥상을 둘러싼 인정을 일깨우고, 사람 사는 의미를 성찰하게 합니다. 유리를 씌운 커다란 식탁이 아닌, 조각보가 덮힌 소반이 있는 나지막한 풍경의 고즈넉함과 단아함이 여기 있습니다.
■ 박영대
"부모님께 물려받은 게 무엇인가 생각해보면
끈기도 아니고, 냉철함도 아니고, 명석함도 아니고
정, 정인것 같아요. 그게 지금의 나를 있게 하고, 나를 지탱해 주는 힘인 것 같아요."
"남편과 나는 몸이 아주 약해요. 밥심으로 사는 사람들이지요.
작년에 남편은 몸이 안 좋았어요. 그래서 저는 아주 열심히 밥을 해댔죠.
밥을 하는 동안 작업은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했었어요.
그러다 생각했죠. 그래 내가 밥상을 차리는 것 그게 바로 작업이지.
그리고 밥상과 관련된 조형물은 전시했어요. 그러다 문득 생각했지요.
이차원 그림 속에 내 생각을 담는 것, 그게 가장 고도의 현대미술이 아닐까?
하지만 어느것 하나 제대로 풀리지 않았어요.
그러다 어머니가 오셨죠. 그리고 소담하게 밥상을 차려 주셨어요.
..조림을요. 그리고 저는 아주 소박하게 그걸 그림으로 그렸어요.
바로 그 순간이 이 전시의 시작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