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단작 :
《한강문학》36호(가을호) 김현숙 - 시부문 신인상 당선작
사진 외 2편
김 현 숙(보노사)
코스모스 꽃을 든 소녀
초등 2학년 때
이대 팔 가르마에 원피스를 입었네
아스라이 시간은
초등 4학년 때
잃어버린 플라스틱 꽃반지
화단 앞을 뒤지다 맞은 새똥 한 방
오로지
남은 건 사진 뿐
지금도 얄미운 기억.
풀잎 사랑
그 아저씨는
풀잎 같은 여자를 좋아한댔다
그 아저씨는
풀잎과 같은 나랑 결혼했었다
30년 지난 지금
그 아저씨 내게
잡초 다되었다고 한다.
청천벽력
월남越南 아버지 만나 2남 4녀 낳고
한 평생 살림만 해 오신 어머니
그래도 아버지 눈엔
물가에 내놓은 어린애 같아
중년 된 둘째 딸 부탁 거절 못하고
18년을 하루같이 외손주 뒷바라지에 딸 잔소리
아들집 그립다시고 가신지 어언 10여년
강산도 변한다는 그 어느 날
불쑥 방 한 칸만 내달라더니
코로나 바이러스
3차 백신 맞고 입원 이틀째
간농양 고열로 소천
쉬 보내드리지 못했나
현실같은 꿈 속 모습
젊었을 적 그대로라
내 곁을 맴도는
어머니 모습.
*심사평 : 《한강문학》36호(가을호) - 시부문 신인상 당선작 심사평
인생의 깊이가 담긴 시
《한강문학》36호(가을호)에 투고한 원고 심의 결과 ‘김현숙’의 시 〈사진〉, 〈풀잎사랑〉, 〈청천병력〉 세 편을 시부문 신인상 당선작으로 선정했다.
김현숙 시인은 쉽게 시를 쓰되 인생의 깊이를 그 안에 담고 있다. 또한 시를 재미있게 쓰고 독자들에게 가벼운 웃음까지 선사해주니 조금만 더 천작하여 정진하면, 바로 현 시대가 바라는 훌륭한 시를 창작할 잠재력을 가진 분으로 보았다.
〈사진〉에서는 초등학교 2학년 때 찍은 사진 한 장에 담긴 에피소드가 세월을 뛰어넘어 우리에게 웃음을 선사한다. 플라스틱 꽃반지를 찾다가 새똥에 맞은 기억을 ‘사진’에 담아내었다. 그래서 남는 건 사진밖에 없다고 하지 않던가.
〈풀잎사랑〉에서는 풀잎 같은 여자, 풀잎 같은 나이였다가 잡초 같은 나로 변신하기에 이른다. 시적 재미를 더해준다. 시가 산문이 아니라도 읽는 재미와 감동을 독자에게 줘야 된다면, 필자는 그 사명을 충실하게 해냈다고 보는 것이다.
〈청천병력〉 이 시에는 갑자기 코로나 3차 백신을 맞고 간농양으로 입원 이틀 만에 돌아가신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과 연민과 사랑 그리고 아픔이 녹아져 있다.
시란 모름지기 비유, 상징, 직유, 은유 등이 적절히 사용되어 함축미를 살려주고 시적 완성도를 높여줘야 좋은 시라고 말한다. 이러한 은유, 직유, 비유가 없는 사실적 서술은 설명이 되어 느슨해지고 풀어져서, 함축미가 사라지게 되면 산문이 되어 버린다.
예수는 시적 감성이 풍부한 분이었는지 천국을 몇 가지 비유로 말씀하셨는데 그러한 표현이 시적 원형이 되고 있다. 또한 시편 기자는 시로써 하나님과 교감하는 훌륭한 시를 인류에게 남겼다.
시란 첫째, 쉽게 쓰여져야 한다. 그러나 필자가 느끼는 감동을 독자도 느낄 수 있어야 한다. 현대시가 안 읽히는 까닭은, 어려운 말에 자신도 감동하지 않은 말을 써 놓으면 독자는 더욱 더 무슨 말인지도 모르게 된다. 모르는데 무슨 감동이 있겠는가. 고로 시는 가장 쉬운 언어로 쉽게 쓰되 깊이 있는 인생의 진실과 지혜를 그 안에 담고 있어야 한다.
앞으로도 쉽고 편안하면서 웃음과 힐링을 줄 수 있는 좋은 시를 많이 쓰고, 그 내재된 기량을 펼쳐낼 수 있는 시인으로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한강문학 신인상 심사위원회
상임고문 김 중 위
심 사 평 김 소 엽
추천위원 이 강 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