꿩은 길조, 꿩알은 복란
촬영: 김영춘

꿩은 닭과 같은 족속이라서 야계(野鷄) 또는 산계(山鷄)라고도 한다.
우리말에서는 이 새가 번식기에「꿩꿩」 울어서 '꿩'이라고 한다.
수놈은 생김새가 웅장해서 '장끼', 암놈은 까칠해서 '까투리', 새끼는 꺼벙해서 '꺼병이'라는 재미난 이름도 갖고 있다.
영어로는 꿩을 'phesant'라고 하는데. 그리스어의 'phaianos'에서 유래했다.
럽꿩의 원산지가 흑해 연안이므로 'phasis 강(江)의 새'란 뜻이다.
꿩의 한자어 '雉(치)'는 矢(화살 시)와 隹(새 추) 자로 이루어져 있다.
꿩은 덩치가 크고 흔한 데다가 고기맛도 좋아서 옛부터 사냥꾼들이 가장 즐겨 잡아온 새였기 때문이다.
조상들은 꿩을 길조(吉鳥)로 여겨서 꿩털을 머리띠나 깃대에 꽂아 장식하기도 하고,
꿩알은 복란(福卵)이라 하여 봄이 되면 산에 올라 꿩알을 찾기도 했다.
이밖에《황조가(黃鳥歌)》를 지은 고구려 유리왕이 가장 총애하던 여인의 이름인 치희(雉姬)라든가,
원주 치악산(雉岳山) 상원사에 전해져 내려오는 어미꿩의 전설 등..
꿩이 우리 민족과 아주 가까운 사이였는지를 알려주는 예는 꽤 많다.
꿩고기가 얼마나 맛이 좋았으면 '꿩 대신 닭', '꿩잡는 게 매다', '꿩 구워 먹은 자리 같다', '꿩 먹고 알 먹는다' 같은
속담까지 나오게 되었을까? 치적제일(雉炙第一)이란 말도 있는데,
소의 도살을 엄히 금하던 지난 시절에 조상들은 꿩고기로 떡국이나 냉면 육수를 만들어 먹고, 젯삿상에 적을 올릴 때는 반드시 꿩을 사용했다고 한다.
지난날 겨울철의 꿩사냥
옛날에는 겨울철 함박눈이 내리면 농촌 청년들은 대개 꿩사냥을 했다. 이런 날이면 먹이를 찾지 못해 굶주린 꿩들은 마을 가까운 뒷산 밭등성이까지 날아들게 마련이다.
수북히 쌓인 눈을 쓸어내어 군데군데 꿩치(꿩덫)를 놓고 주위에 물에 불린 콩을 뿌린 후 다음날 일찍 덫에 걸린 꿩을 잡으러 간다.
농가에서는 이렇게 잡아온 꿩을 광에 매달아 놓고 겨울부터 봄까지 여러 가지 별미 음식을 만들어 먹었다.
고려시대에는 응방(鷹坊)을, 조선시대에는 내응방(內鷹坊)이라는 관청을 두고 매를 길러 꿩이나 토끼를 잡는 사냥이 성행했다.
이런 사냥꾼을 '봉받이'(매를 팔뚝에 받고 있는 매꾼)라고 했는데, 이때 사냥에 쓰는 매가 '송골매'이며, 송골매 중 봄에 알에서 깨어나
미처 한 해가 안 된 매가 '보라매', 보라매가 산야에서 해를 넘기면 '산지니(山陳)'이다.
그러나 야생에서 한 해를 넘겨 살아온 산지니는 길들이기가 쉽지 않아서 보라매를 잡아 3년에서 5년 가량 길들여 사냥에 쓰는 매가 '수진(手陳)'이다.
"‥‥까투리 사냥을 나간다. 까투리 사냥을 나간다. 후여∼ 후여∼ 지리산 꿩사냥을 나간다. 저 보아라 떴다.
날지니 수지니 해동청 보라매‥‥." 눈이 지천으로 쌓인 한겨울 지리산 골짜기는 꿩사냥 열기로 뜨겁게 달아 오른다.
봉받이의 버렁 위에 앉아 있다가 공중에 띄운 해동청 보라매가 날카로운 부리와 발톱으로 더욱 매서운 눈을 부라리면
덤불 속에 숨어 있는 꿩은 매방울 소리를 듣거나 매의 발톱에 매달린 '시치미'(주인의 이름을 표시한 헝겁)만 보아도 기가 죽는다.
이 순간 쏜살같이 매가 덮쳐 생치(生雉)를 물어 뜯으면 꿩털이꾼이 잽싸게 달려간다.
다양한 꿩고기 요리

옛날에는 집짐승이 귀한 대신 야생짐승이 흔해서 궁중에서도 '꿩구이'와 '꿩조림' 을 즐겨 먹었고,
고려 말엽에는 탐라의 소고기와 더불어 원(元) 나라에 진상품으로 보내지기도 했다.
궁중 음식 중 '생치다식'이 있는데, 꿩고기를 다져서 양념한 것을 다식판에 박아 내어 말린 마른 찬이다.
민가에서는 겨울철 별미로 꿩고기를 뼈와 함께 다진 것을 소로 넣은 '꿩만두'나 '꿩국'을 만들어 먹고,
동치미 국물에 같은 양의 꿩 삶은 물을 물을 섞고 삶은 꿩고기를 넣어서 만든 '꿩김치', 잘게 다진 꿩고기를 녹두 녹말에 섞어서 '꿩국수'를 만들어 먹기도 했다.
여름철에는 꿩고기 육수를 이용한 '꿩냉면'을 으뜸으로 쳤다.
《증보산림경제 》에는 "꿩고기를 빙설(氷雪) 위에 꽁꽁 얼렸다가 잘 드는 칼로 얇게 저며서 생강과 파를 넣고 초간장에 찍어 술안주로 한다."는
'동치(冬雉)'가 나온다.《요록》에 등장하는 '진주탕'은 꿩고기를 콩알만하게 저며서 밀가루로 씌운 단자를 양념이 섞인 장즙에 삶아낸 맑은 장국이다.
《시의전서》에는 생치를 각을 떠서 주물러 넣고 간을 맞춘 '생치국'이 나온다.
《규합총서》에는 '봉총찜(鳳蔥蒸)'이 있는데, "꿩의 털을 뽑고 각을 뜰 때는 다리껍질은 자루 모양으로 잘 벗겨 젖힌다.
다리뼈의 아랫마디는 두고, 윗마디의 살은 모두 긁어내고 황육을 조금 섞어 나름하게 다진다.
파·생강·후추를 고기와 섞어 기름장으로 간을 맞추어 주물러서 소반 위에 펴놓고, 꿩다리를 다시 만들어 젖힌 껍질을 고이 도로 씌운 모양을 여러 개 만들어
채소와 온갖 양념을 넣고 밀가루를 풀어 찜을 한다. 종이 위에 놓고 기름장을 발라 반만 익혀 굽기도 한다,"고 했다.
근래들어 꿩의 인공 사육기술이 널리 보급되면서 도시 근교마다 꿩고기 전문 음식점이 많이 생겨났다.
이런 곳의 단골 메뉴인 '꿩샤브샤브'라는 음식[사진]은 주로 꿩의 앞가슴살을 얇게 발라 쓴다.
가슴살은 구이로도 좋고, 다릿살은 뼈를 발라내서 매운탕이나 전골감으로 쓴다. 등성이뼈와 날개는 뼈째로 토막쳐서 조림에 쓰기도 한다.
살코기를 갖은 양념으로 무친 '꿩육회'도 생선회 못지 않은 별미 음식이다.
꿩고기는 고단백 저 칼로리 식품이며, 담백한 맛이 특징이다. 섬유소가 가늘고 고기가 부드러워서 소화흡수가 잘 된다.
속을 보하고 기력을 돋구어 주며, 노화방지와 설사를 그치게 하는 효능도 있다.
《본초강목》에는 겨울철 동창(凍瘡)에 꿩의 뇌를 바르면 좋다는 기록이 보인다.
첫댓글 꿩은 버릴것이 없다고 했는데... 꿩털은 눈을 닦고, 꿩발은 약을하고....
오랫만에 뀡을 만나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