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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4·3사건은 불교계에 무불시대 초대한 야만의 역사”
기자명 신용훈 호남주재기자 입력 2020.12.09 15:05 수정 2020.12.11 19:04
‘4·3 동백으로 화현하다’ 회향전
12월7~16일 제주KBS 1층에서
1947년부터 1954년까지 제주도에서 발생한 남로당 무장대와 정부 토벌대 간의 무력충돌로 다수의 민간인들이 희생당한 제주4·3사건을 세상에 알리기 위해 기획된 순회전시회가 제주도에서 마지막 전시회를 갖고 회향된다.
조계종23교구본사 관음사와 제주4.3평화재단, (사)제주불교4․3희생자추모사업회는 12월7일 제주KBS 1층에서 ‘4·3 동백으로 화현하다’ 개막식을 가졌다. 이번 전시는 12월16일까지 계속된다. 개막식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관계자들만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이번 전시회는 전국 5개 지역 순회 전시를 마무리하는 자리로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 사회부, 대한불교조계종 제23교구본사 관음사, (사)제주4·3 범국민위원회, 노무현재단 제주위원회가 공동기획해 지난 2017년부터 진행한 순례 및 답사의 결과물들을 한 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는 기회로 주목받았다. 특히 이번 회향 전시회의 개막식에서는 제주불교계의 4․3피해를 증언한 스님과 불자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담은 감사패도 증정했다.
개막식에는 제주시 도평동 용장굴을 지키다 도평초등학교서 희생된 백삼만 스님의 후손인 백금남 소설가를 비롯해 이성봉 스님의 후손인 금붕사 주지 수암 스님, 중문중학교를 설립한 원문상 스님의 후손 원용범씨, 그리고 월정사를 지키다 박성내에서 총살당한 덕수 스님의 조카인 김동호 선생님 등이 참석했다.
제주4·3을 작품화해 진실을 알리고 있는 이수진 작가는 당시의 고통을 작품에 투영하기 위해 공권력에 의해 불타서 사라진 마을에서 생명의 싹을 띄우고 자란 보리줄기와 4·3학살터에서 자라난 숨비기나무 열매를 채취하여 작품 소재로 사용하기도 했다.
관음사 주지 허운 스님은 총무국장 응진 스님이 대독한 인사말을 통해 “70여년 전 4·3사건 당시 사찰은 공권력과 특정 종교를 가진 불법 폭력단체 서북청년단들의 탄압으로부터의 피신처이자 무장대와 토벌대의 격전지였다”며 “스님 16명과 사찰 35개소가 불타는 아픈 역사로 제2의 무불(無佛)시대를 초래했던 야만적인 역사를 밝혀, 또 다시 발생하지 않기 위한 교훈과 함께 지옥 중생을 보살피고, 총질했던 자들의 두터운 업보를 용서하기 위함”이라고 전시 이유를 밝혔다.
양조훈 4·3평화재단 이사장은 “제주4.3사건 추가 진상조사 보고서에는 종교 부분이 반영되지 않았지만 이번 기획을 통해 불교계의 피해에 대한 조사도 많이 이루어졌다”며 “서둘러 진상조사보고서가 나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의지를 담아 이번 전시회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도예가 윤상길씨는 “상이군인의 아들로 4·3의 진실을 알게 되면서 살점이 떨어져나간 듯한 고통을 느꼈다”며 “제주라는 섬에 살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쫓기고, 숨고, 죽임을 당한 넋을 위로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이어 “작업 전 기도와 명상을 통해 받은 느낌을 토대로 전통 망댕이 장작가마에서 백분토와 조합토, 무유, 백유 등의 재료를 이용하여 작품화했다”고 이야기했다.
1947년 3·1절 기념식 후 해산하는 과정에서 경찰의 발포로 시작된 제주4·3사건은 최근 들어 진실을 밝히기 위한 노력들이 다방면에서의 이어지고 있으나 종교계와 관련해서는 정부의 공식 보고서가 전무한 상황이다. 이번 전시는 그간 공개적으로 논의가 되지 못했던 당시 종교계의 피해 상황을 알리며 제주4·3사건을 보다 입체적으로 조명하는데 일조한 것으로 평가된다.
전시회는 마스크를 착용한 상태에서 거리를 유지하며 관람이 가능하다.
신용훈 기자 boori13@beopbo.com
[1565호 / 2020년 12월1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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