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척자<57>
지사원 숙소는 더나모공원 근처의 아파트식 저택이었는데
빅토르박과 함께 김명천이 들어섰을때 이미 수명이 퇴근하고
돌아와 있었다.
"어, 신입이군. 웰컴 투 마이 홈."
하면서 노랫가사를 흥얼거리며 맞은 사내는
정시환대리였다. 자신을 소개한 정시환이 오병수와 박만종,
이성일을 차례로 인사 시켰다.
"당신까지 이집 식구는 다섯이 되었어. 마침 오늘은 다 모인
셈이구만."
정시환이 현관쪽 방을 턱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저 방을 쓰라구. 마지막 남은 방이야."
"대충 정리하고 나와. 6시반에 저녁 식사 시간이야."
오병수가 무뚝뚝하게 말하더니 빅토르의 어깨를 툭 쳤다.
"빅토르, 저녁 먹고 가."
"그래야겠군. 고마워."
코트를 벗으면서 빅토르가 사례했다. 문간방으로 들어선
김명천은 만족했다. 마치 원룸 하우스같은 구조였던 것이다.
10평도 넘어 보이는 방 안쪽에는 침대가 놓여졌고 주방과
화장실까지 구비되었다. 문만 닫으면 독립 공간이 될수가
있도록 구며져 있는 것이다. 화장실에서 간단하게 샤워를
하고나서 옷을 갈아입은 김명천이 밖으로 나왔을때 응접실
옆쪽 주방에는 이미 다섯명이 둘러앉아 있었다.
"라냐, 새로운 문간방의 미스터 김이요."
정시환이 주방에서 음식을 만들고 있는 여자에게 김명천을
영어로 소개했다.
"이분이 숙소의 주방장이며 관리인이지. 하지만 식사는
저녁만 얻어 먹을수 있으니까 나머지는 알아서 때워야 해."
김명천에게는 그렇게 말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라냐."
김명천이 머리를 숙여 인사를 하자, 라냐가 빙긋 웃었다.
허리가 40인치는 될것같은 비대한 체격이었지만 얼굴은
미인형인 러시아계 여인이었다.
"반갑습니다. 미스터 김."
"라냐는 스무살난 딸이 있어."
정시환이 은근한 표정을 만들어 보이면서 한국어로 말했다.
"기가막힌 미인이지. 대학생이야. 그래서 지금 오병수와
이성일이 노리고 있어."
"이런 젠장."
라냐를 도와 그릇을 챙기고 있던 이성일이 투덜거렸다.
오병수와 이성일은 정시환과 같이 대리였고 박만종은 입사
3년차였다. 그리고 모두 미혼이다.
"어이, 김명천씨, 앞으로 당신은 나하고 같은 팀이 될거야."
식탁에 둘어 앉았을때 정시환이 말했다.
"하바로프스크 입성을 축하하네."
"동감이야."
오병수등도 제각기 한마디씩 했으므로 김명천은 머리를
숙였다. 정시환이 나서서 챙겨준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이곳은 전장이야."
닭고기 스프를 떠 먹으면서 정시환이 굳어진 얼굴로 말했다.
"러시아 동북부 시장을 장악하려고 세계 일류 메이커는 모두
모였지. 그래서 매일 시체가 본국으로 후송되고 있어."
나머지 셋은 이쪽에다 시선도 주지않고 먹는 시늉을 하고
있었지만 모두 정색한 얼굴들이었다. 어느덧 긴장한 김명천을
향해 정시환의 말이 이어졌다.
"시체란 곧 경쟁에서 패하고 본국으로 송환되는 상사원들을
말하지. 비록 몸은 살아있지만 정신은 시체나 같은 패배자."
얼굴을 일그러뜨린 정시환이 김명천을 응시했다.
"그 전장의 최선봉에 우리가 있다네. 내일 자세한 이야기는
윗놈들 한테서 듣겠지만 당신은 그 전장에 내던져진 것이라구."
식당안은 조용했고 아무도 나서지 않았다.
첫댓글 즐감!
즐,독,하고.있읍니다
잼있게 읽었습니다
ㄳ
고맙게 잘보고 있어요~~~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감사해요~~~
즐독 합니다
감사합니다.
잘 읽었습니다, 감사해요~~~
ㅈㄷ
ㅈ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