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감자를 캐서 일부는 쪄 먹고 나머지는 얇게 썰어서 널려고 어제 옥상에 올라갔더니 함지박에 있는 물이 꽝꽝 얼어 있었다. 그래서 밭에 심은 호박을 다 따고 넝쿨도 걷어서 거름되라고 땅에 파묻었다.
성남누비길 4코스를 걷기로 했는데 거실에서 밖을 내다보니 흰 눈이 퍼붓고 있었다. 계선이가 눈이 오니 산행을 가지 말자고 해서 집사람이 그럼 오늘 산행이 취소되느냐고 물었지만 나는 대답을 못했다. 식사 후 설거지를 하다보니 출발이 늦어졌다. 밖에는 진눈깨비가 쏟아지고 있었다. 신풍역으로 향하는데 좀 늦어서 서둘렀으나 길에 쌓인 눈으로 미끄러워서 좀처럼 빨리 갈 수가 없었다. 지하철에서 카카오톡을 해보니 계선이만 빠지고 다 출발을 했는데 내가 제일 늦게 도착할 것 같았다. 야탑역3번출구로 나오니 용환, 성걸, 종현이 이미 도착해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버스승강장으로 이동하는데 흰 눈이 쌓인 거리의 풍경이 아주 멋있다. 눈이 쌓인 나무들이 흰 눈을 수북수북 담은 채 눈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가지를 아래로 축 늘어뜨린 채 서있는 모습이 보이고 우산을 쓰고 걷는 사람들도 보인다. 승강장에서 텅텅 빈 채로 출발하는 17번 버스를 용환이가 쫓아가서 세웠으나 결국 놓치고 말았다. 다음 번에 오는 17번버스를 타고 차창으로 비치는 가로수, 아파트 단지의 나무들이 하얗게 쌓인 눈으로 분칠을 하고 있는 모습이 장관이다. 올해 많이 쌓인 첫눈에 차들이 엉금엉금 기어가니 버스길이 좀 답답했으나 주위의 산과 들의 설경이 이를 보상해 주는듯 하다. 성남시와 광주시의 경계에 있는 태재고개에 가까와질수록 차가 움직일 생각이 없는듯 하다. 결국 11시가 넘어서야 태재고개에서 하차를 했다. 우리 말고도 다른 등산객이 제법 있었다. 등산로에는 흰 눈이 수북히 쌓여 있어서 걷기가 힘들었지만 온 주위가 다 흰 눈이 쌓인 설경이라 일품이다. 예상외로 날씨가 추워서 귀덥개도 내리고 장갑을 꼈는데도 추워서 계속 손가락을 폈다가 접기를 반복한다. 엇그제 가을이 시작되는 것 같더니 어느 사이에 얼음이 얼고 눈이 쌓이며 겨울로 접어들었다. 불곡산 정상에서 4명이 기념사진을 찍는다. 집사람이 병원에 입원하는 바람에 친구들과의 등산을 한 달이상 못했었다. 대지산 쉼터의 정자안에서 차가운 김밥을 먹고서 뜨거운 커피 한잔으로 몸을 녹인다. 하산길에는 등산로에 쌓인 낙엽 위에 눈이 덮여 있어서 밟으면 쭉쭉 미끌어져서 중심을 잡기가 힘들었다. 그래도 비틀거리면서 넘어질듯 넘어질듯 잘 버티면서 내려갔다. 오후가 되면서 녹은 눈이 등산로에 고여 있는 곳도 많았다. 등산화에 묻은 눈이 녹으면서 스며들었는지 양말이 축축하게 젖었다. 하산하여 시가지로 접어들자 탄천이 나오고 오리역 못미쳐서 성미순대국집에서 순대국에 소주2병을 시키니 금세 병이 비워진다. 오랜만에 친구들과 눈이 쌓인 성남누비길을 걷고서 소주잔을 겯들이니 참으로 즐겁다. 친구들 덕분에 이렇게 불곡산에도 왔지 그렇지 않으면 알지도 못하는 이 곳에 어떻게 나 혼자 올 수가 있겠는가?
첫댓글 쉼터엔가 소총위에 철모도 세워져 있던데.......
불곡산에선 명상을 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