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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9.1]
특집 천도교중앙도서관 개관
천도교의 미래, 미래의 천도교(2)
천도교중앙도서관 개관에 즈음하여
오암 박길수_천도교중앙도서관장, 서울교구
개관식에 참석한 천도교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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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로, 천도교중앙도서관은 그동안 이 세상에 대하여 퍼주기만 하던 천도교가 천도교의 보물들을 모으고 저축하는 문화가 시작되는 곳이다. 창도 이래로 스승님들과 선열 동덕들은 목숨을 바쳐가면서, 나아가서 교단의 기본 토대까지도 희생하면서 보국안민 포덕천하를 위한 길을 걸어왔다. 이제 1년여 후면 100주년을 맞이하는 3.1운동 당시에도 300만에 달하는 천도교인들의 성금을 쏟아 부었다. 그 결과로 우리는 3.1운동이라는 위대한 역사를 일구어냈다.
그러나 천도교단만 놓고 보면 수많은 지도자들이 투옥되거나 순국의 길을 걸어야 했으며, 재산상으로도 엄청나 손실을 감수해야 했다. 무엇보다 보성전문학교나 동덕여학교와 같은 미래의 인재 양성기관을 송두리째 남에게 넘겨주어야 했다. 이러한 손실보다도 더 안타까운 것은, 3.1운동 이후 일제의 감시가 쉴 새 없이 천도교단과 천도교인들을 향하였기 때문에 천도교단과 교인들은 교단의 중요한 자료들을 폐기하고 없애는 데 주력했던 점이다. 이러한 경향은 6.25라는 참화를 겪으며 절정에 달하였고, 그러다 보니 오늘날 천도교단이 보유한 유형의 자산은 너무도 소박한 수준이다.
오늘날 사람들은(신앙인들조차도) 추상적인 교리나 진리보다도 구체적인 유물이나 자료, 그리고 전시물들을 통해서 그 진리가 어떻게 구현되었는지를 확인하고 감동을 받곤 한다. 그리고 그런 귀중한 자료들이 소장되어 있는 곳에는 많은 사람들이 찾아간다. 이와 관련하여 오늘날 천도교를 방문하는 사람들을 살펴보면 3.1운동이나 어린이운동, 동학 관련 사적지 탐방의 일환으로 천도교중앙대교당을 방문하는 사람들이 대종을 이룬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천도교중앙도서관”은 대교당에 국한된 가시적인 유적 유물들을 좀더 구체적으로 확장하고 심화하여 교단 안팎의 천도교 관련 서적뿐만 아니라, 교인들이나 지역에 흩어지고 방치된 자료들을 모아들이고, 그것을 갈고 다듬어서 천도교의 보물로 만들어 전시하는 역할을 할 것이다. 그 보물들을 보기 위하여 세상 사람들이 천도교대교당을 찾고, 천도교중앙도서관을 찾아오는 날이 눈앞에서 펼쳐지기를 기대해 마지않는다.
지금까지 중앙총부 산하에 “천도교자료실”이 있었으나 그 명칭에서부터 세상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가 어려웠을 뿐 아니라, 많은 교인들이 아다시피, 오랫동안 천도교자료실의 관리 상황은 많은 사람들이 걱정하고, 지탄을 면치 못하는 과정을 거쳐 왔다. 천도교자료실을 천도교중앙도서관으로 환골탈태시키면서, 그 관리 체계와 자료수집 및 정리와 보급에 획기적인 전환을 이룸으로써, 천도교단 스스로는 물론이고 세상에 천도교 진리와 역사의 가치를 선양하는 핵심 기관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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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천도교중앙도서관은 사람에 의한, 사람의 도서관이 되어야 할 것이다. 천도교인의 숫자가 예전에 비해서 많이 줄어들었다고 하지만, 그래도 천도교의 가치와 이념을 담아내는 것은 천도교인들이다. 여전히 천도교를 지탱하는 숙덕 원로님들이 평생 동안 수도 연성하고, 오관 실행하는 가운데 보고 듣고 느끼고 경험한 모든 것이 이 시대 세상 사람들은 물론 앞으로 올 자손만대에 길이 계승되도록 교인들의 역사를 기록하고 정리하고 때로는 구술을 받아서 보존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기관이 바로 도서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미 몇 년 전에 중앙총부와 여성회본부에서 원로 일대기의 구술 자료를 모은 책이 나온 바 있지만, 천도교중앙도서관에서는 이를 보다 체계적이고 지속적이고 상시적으로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책의 가치는 지금 당대보다는 앞으로 50년, 100년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빛을 발하게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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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천도교중앙도서관은 모든 사람들을 위한 천도교 공부의 장소가 될 것이다. 앞에 언급한 바와 같이 현재의 세계는 그동안 겪어 보지 못한 사회변화 속에서 많은 사람들이 무엇을 해야 할지, 어떻게 해야 할지, 왜 살아야 하는지를 몰라서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 이는 수운대신사께서 포덕문에서 “또 이 근래에 오면서 온 세상 사람이 각자위심하여 천리를 순종치 아니하고 천명을 돌아보지 아니하므로 마음이 항상 두려워 어찌할 바를 알지 못하였더라.”라고 하신 바로 그 마음과 같다.
천도교중앙도서관에는 동학 천도교 관련 서적은 물론이고, 일반서적 가운데서 천도교 공부를 많이 한 분들이 추천한 양서들을 구비하여 누구나 이곳에서 책을 보거나, 대화를 나누거나, 수련을 하면서 몸과 마음을 쉬고 재충전하는 기관이 될 것이다.
얼핏 생각하기에 스마트폰이나 TV영상매체, 특히 인터넷에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에 누가 책을 읽느냐고 의문을 품을 수 있다. 그러나 피상적인 생각과는 반대로 지금 전국적으로 점점 공공도서관이나 사립도서관이 해마다 늘어나고, 도서관마다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오늘날의 도서관은 단지 책을 모아놓고 빌려 주는 곳이 아니라 각종 문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저자와의 대화를 하고, 명사 초청 강연회를 하는 복합적인 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해 간다. 특히 외국의 사례를 보면 도서관은 국가 차원에서 또는 지역 차원에서나 기업 차원에서 미래를 준비하는 중요한 기관으로 역할을 담당한다.
앞으로의 도서관은 단지 지식 저장소나 책 읽는 곳이 아니라, 생활과 건강과 공부와 노후가 보장되고 교류되면서 삶의 의미가 활발하게 펼쳐지는 공간이 될 것이다(이것이 실제 지금 진행·실현되는 도서관의 발전·변화 방향이다). 종교 제도적인 차원에서 본다면, 그동안 ‘성화실’을 중심으로 한 ‘시일식’과 ‘수도원’이 (집단)신앙과 수도연성의 중심이었다면 앞으로는 도서관이 그 자리를 대체하거나 그에 버금가는 ‘장소’로 기능한다는 뜻이다. 다른 한편으로 그동안 사람들이 사랑방이나 마을 회관에서 모였다면 앞으로 사람들은 도서관에서 서로 만나고 교류 협력하게 된다는 말이다.
용담유사 계미중추판에서 집자한 글씨로 새긴 “천도교중앙도서관” 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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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째, 천도교중앙도서관은 천도교 신앙을 지탱하는 뿌리요, 수도연성의 공력을 담아서 채우는 웅덩이가 될 것이다. 해월신사법설 기타 편에 “나무의 뿌리가 굳건치 않으면 바람을 만나 넘어질 것이요, 물의 근원이 깊지 않으면 웅덩이를 가득 채워 앞으로 나가지 못한다”고 하였다. 그렇게 되면 “마음이 정해지지 않고, 반신반의하면 일을 이루지 못하며 공을 이루지 못한다”고 하였다.
천도교중앙도서관은 바로 천도교의 뿌리, 천도교의 근원인 중추 기관으로서, 천도교인들이 생각하는 것, 살아온 삶, 꿈꾸는 것들을 모아 기둥과 같은 줄기를 만들고 풍성한 열매를 맺어 많은 사람들이 그 열매를 보고 찾아들어 맛보고 즐거워할 수 있도록 할 것이며, 세상 사람들이 찾아와 용담수류사해원의 그 근원으로부터 오는 천도의 샘물을 마시고 목을 축이고 기뻐하는 연못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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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째, 천도교중앙도서관은 온 세계 사람들에게 천도교의 진리와 문화를 전하는 사발통문과도 같은 역할을 할 것이다. 오늘날 인터넷에는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자료들이 넘쳐난다. 그러나 너무 많은 자료는 오히려 정보의 쓰레기더미에서 헤매게 만들고, 올바른 정보, 유익한 정보, 가치 있는 정보에 대해 목말라 하게 만든다. 이런 점에 착안하여 현대의 도서관은 단지 자료를 수집할 뿐만 아니라,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맞춤형 정보를 제공하고, 또한 도서관과 도서관끼리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공유하고, 자료를 편집하여 새로운 정보를 생산하고 제공하는 능동적인 역할(큐레이션)을 한다.
천도교중앙도서관은 그 규모에 상관없이 전 세계에서 유일한 도서관이다. 따라서 그러한 유일무이함을 기반으로 국내의 많은 도서관은 물론 전 세계 주요 도서관과도 연결하여, 천도교의 진리와 문화를 효과적으로 보급하는 데도 매우 효율적으로 기능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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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째, 천도교중앙도서관은 그 자체로서 전국에 있는 교구의 자료를 연결하고 종합하는 기관으로서, 전국 교구들은 천도교 지역도서관으로서 역할을 함으로써, 그 지역 천도교 포덕의 거점으로 기능할 수 있을 것이다. 중앙총부와 교구는 인체의 골격과도 같은 역할을 하고, 연원회 조직은 인체의 혈관처럼 그 내부의 생명력을 유지하는 기능을 한다면 천도교중앙도서관은 중앙총부와 전국의 교구, 그리고 세포로서의 천도교인 한 사람 한 사람을 연결하고 소통시키는 신경조직과 역할을 함으로써, 천도교라는 생명체가 건강하고 왕성하게 활동하여, 포덕천하 광제창생의 본분을 다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또한 천도교중앙도서관 내에는 좀더 전문적으로 (가칭)방정환어린이도서관이나 동학 도서관, 3.1운동도서관과 같은 세분화된 기구를 통해서, 각계각층의 세상 사람들이 찾아오는 천도교의 관문이 될 것이다. 비록 규모는 작을지라도 전국에서 유일한, 나아가 전 세계에서 유일한 자료들을 소장함으로써, 충분한 경쟁력을 가지고 그 존재 가치를 자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한마디로 천도교중앙도서관은 천도교단 내의 ‘교화의 플랫폼’이자 세상과 천도교를 연결시키는 ‘다시 개벽의 플랫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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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든 희망과 비전에도 불구하고, 천도교중앙도서관을 제 궤도에 올려놓는 최초의 힘은 천도교인들이 천도교중앙도서관을 친근히, 자주, 즐겁고 행복하게 이용하는 데서부터 비롯한다. 필자를 비롯한 도서관의 운영자들은 끊임없이 이 점을 고민하고, 교인들의 지혜를 모으며, 그 실현을 위해 노력할 것이다. 간절히 바라는 바, 천도교인 한 분 한 분께서는 천도교중앙도서관의 주인으로서 문턱이 닳도록 도서관을 이용하고, 또 주변에도 널리 알려 주시며, 불편사항은 즉시로 개선을 요구해 주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특히, 천도교중앙도서관이 나 한 사람, 천도교인 개개인에게는 다음과 같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1) 천도교중앙도서관은 천도교인으로 평생을 살아온 여러분들의 염원을 실현하는 희망의 출발점이 될 것이다. 모든 천도교인은 개인적으로는 도성덕립과 도가완성, 국가와 사회 차원에서는 보국안민 포덕천하 광제창생의 염원을 안고 평생 수도연성에 정진해 왔다. 천도교중앙도서관에서는 여러분 한 분 한 분의 그 신앙 일생과 여러분들의 염원을 길이 보존하고 기억함으로써, 여러분들의 성령이 후손과 후학을 통해 성령출세하는 것과 더불어 천도교중앙도서관을 통해 덕업장생하고 기관 도통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2) 천도교중앙도서관은 시일식 봉행이나 특별기도, 수도연성을 제외한 방식으로 천도교를 공부하고, 천도교인과 도담을 주고받으며, 세상 사람들과 함께 마음을 나누는 가운데 내 삶을 풍요롭게 하고, 천도교를 살찌우며, 세상을 후천 개벽의 길로 한 걸음 더 다가가게 하는 공간이 될 것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천도교중앙도서관은 천도교인 한 사람 한 사람에게 휴식과 재충전을 제공하고 세상 사람들이 힘차게 후천개벽의 새 세상으로 나아가게 하는 건널목이 되어 줄 것이다.
(3) 천도교중앙도서관은 모든 천도교인이 살아 있는 도서관이라는 관점에서 천도교인으로서의 삶을 기록하고 후세에 전하고 길이 보존하는 박물관 기능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에 교인들과 대화를 하다 보면 천도교의 장래에 대해 희망을 갖지 못하는 분들이 많다. 현재의 천도교 형편을 보면 그러한 마음을 갖는 것도 무리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천도교중앙도서관은 그런 분들에게 다시금 희망의 불씨를 피우고, 천도교의 미래를 향한 씨앗을 뿌리는 기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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흩어져 있으면 종이쪼가리에 불과한 것, 그리고 의미 없는 옛날 물건에 불과한 것이라 할지라도 한데 모아놓고 그 목록을 작성하고, 자료와 자료 사이의 연관성과 역사를 정리하고 보면 더없이 훌륭한 자료가 되며, 보물이 되어서 빛이 나고 세상 사람들에게 유익함과 즐거움과 감동을 준다. 특히 민족사에서 수없이 많은 고비를 넘어온 천도교중앙도서관이 천도교 관련 도서와 자료들을 온전히 수집 정리하고 편의를 제공한다면, 우리가 그토록 염원하는 보국안민 포덕천하의 길이 앞당겨지는 것은 물론, 대도 중흥의 희망도 굳세게 싹을 틔워서 자라날 것이라고 믿는다.
천도교중앙도서관은 현재 천도교가 활용할 수 있는 인적, 물적, 제도적 자산이 충분하지 못한 가운데, 150년 동안의 역사 속에서 동학 천도교가 쌓아온 자산을 제대로 활용하는 유일한 길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눈앞에 보이는 천도교중앙도서관(자료실, 열람실, 방정환어린이도서관)의 모습은 ‘명실상부’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한 ‘현실’에 비추어볼 때 지금까지 나열한 희망사항들은 자칫 공허하게 다가올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꿈은 이루어진다”는 말처럼, 이제 머지않아 반드시 그 결실을 보게 될 것이다, 아니, 그렇게 되어야 한다. 어떤 학자는 “천국이 실제로 있다면 그것은 바로 도서관을 닮았을 것이다”라고 했다. 천도교의 궁극 목표가 “지상천국건설”이라면, “천도교중앙도서관”을 제 궤도에 올려 놓는 것이야말로 천도교 본연의, 핵심의 사업이라고 할 것이다.
(이 글은 중앙대교당에서 한 설교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것입니다. 꿈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여러분들의 후원을 기다립니다. 02-737-3956 천도교중앙도서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