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 무청 시래기 밥
이영백
누른 밥, 시래기 밥이다. 시래기는 무를 심어 무청을 끊어 만들었다. 시골에서는 시래기로 밥도 짓고, 겨울에는 된장국, 일상에는 시래기 나물무침으로 먹었다. 농촌에 살았던 유년기 추억은 역시 “시래기 밥”이다.
어린 날 농촌에서 가을이면 온갖 곡식인 열매를 수확하고, 저장하여야 한다. 뿐만 아니고 무, 배추, 감, 고욤 등 어느 것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다. 특히 무청을 잘라 모아 짚으로 엮어 그늘 진 곳에다 달아매어 보관하였다. 시래기 만들기는 힘들었지만 그것도 하나의 추억이 된다.
무청 시래기 엮기가 시작 되었다. 추워지는 날씨에 많은 시래기를 빨리 엮어야하기 때문에 어른뿐 아니라 아이라도 엮어야 한다. 무청을 쌓아 놓는다. 자리 잡고 앉아 볏짚 세 가닥 펼쳐놓고 한 가닥은 손바닥 위에, 무청을 일정량 갖다놓는다. 밑에 있던 두 가닥을 차례로 벌려 올려 엮는다. 다시 무청 놓고 그렇게 반복하여 무청 시래기로 엮어낸다. 적당한 길이에서 그만 엮고, 가닥을 새끼 꼬듯 하여 마감한다. 두 묶음을 그늘지는 헛간 시렁에 마주 묶어 건다. 그렇게 시래기는 익어가는 것이다.
추운 날씨인 겨울이 다가오면 서 말 참 솥에다 물 붓고 헛간에 걸어 둔 시래기 풀어 삶기 시작한다. 삶는 냄새가 구수하다. 새파란 시래기 삶아 둔 것이 아름답다. 물에다 우린다. 그렇게 2차 가공으로 식감재료가 된다.
날씨는 춥고 밥은 해 먹어야 한다. 무청 시래기로 밥을 짓는다. 삶아 둔 보리쌀과 쌀 씻어 솥에다 붓고 시래기 썰어 함께 밥 짓는다. 무청 시래기 밥이다. 조선간장에 깻묵 함께 넣어 솥에서 밥을 비빈다. 깻묵냄새가 시래기 밥에 어울려 코를 자극한다. 무청 시래기 밥 비벼 먹는 재미가 쏠쏠하다. 시래기는 된장국과 나물 무치고, 고등어와 함께 먹는 것으로 좋다.
요즘은 시래기 전용 무가 있다. 선산 앞 산밭에 무는 무인데 키가 크지 않다. 그것을 “시래기 전용 무”라고 하였다. 과학이 발전하여 이제 과학시대에 아예 시래기 전용 무를 길러 아주 손쉽게 시래기를 만들 수 있다.
무청 시래기는 무기질이 풍부한 파란색 일꾼들 밥에 좋다. 요즘은 시래기가 좋다는 것을 누구나 잘 알고 있다. 예전에 가난해서 무청 시래기 밥 먹은 것이 아니라 건강을 위해 먹어서 좋다. 무청 시래기 밥이 좋다.
첫댓글 엽서수필 시대가 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