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레퍼시픽 모델 신민아(앞줄 왼쪽 네번째부터)와 조인성, 한국유방건강재단 고두심 이사 등이 지난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문화마당 앞에서 열린 '2011 핑크리본 사랑마라톤'에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연합
여성암 중 16.3%로 가장 많아 40대 이하 젊은층 절반 넘어 정기적 자가검진 습관화 필수
#1. 52세 A씨는 갑자기 만져진 우측 유방 멍울로 유방외과를 찾았다. 진찰과 유방촬영술 결과 3cm 크기의 유방암이 의심됐으며 조직 생체검사로 확진되고 검사에서 다른 장기 전이는 없어 우측 유방전절제술을 받았다.
#2. 48세 B씨는 40세 이후 정기적인 유방 검진을 받던 중 유방촬영 선별 검사에서 없던 석회화가 보여 추가 검사를 위해 유방외과를 찾았다. 유방촬영술에 의해 탐침으로 병변위치를 확인하고 충분한 절제연 확보와 함께 일부 유방만을 절제한 결과 관상피내암인 0기암으로 확인됐다.
▶유방암=유방암은 유관과 유엽의 상피세포로부터 생기는 암을 일컫는다. 전 세계에서 2000년 이후 매년 100만명 이상에 발병하고, 선진국형으로 생각됐던 유방암은 미국의 경우 가장 흔한 암으로 일생동안 8명 중 1명에서 발병한다. 우리나라도 2001년 여성암의 16.3%로 1위를 차지했다. 1996년 연간 3801명에서 2005년에는 3배가량인 1만1275명(44명의 남자환자 포함)의 새로운 환자가 발생했으며, 2008년에는 1만3859명으로 증가했다. 우리나라 여성의 평균수명이 83세인 경우 유방암 발생률은 25명 중 1명꼴이다. 우리나라 유방암의 가장 큰 특징은 젊은 여성 환자가 많다는 것이다. 2008년 연령대별 발병현황은 40대 이하 환자가 전체 유방암 환자의 절반 이상(55.7%)이며, 이 중 40대가 39.8%로 1위, 30대가 13.4%로 점차 상승했음을 보여준다. 미국은 유방암 환자의 95%가 40대 이후 여성이다. 환자의 평균연령은 미국은 61세, 우리나라는 49.8세이다.
▶원인=유방암은 모든 암 중에서 가장 연구가 많이된 암의 하나로 알려졌다. 그런데도 환경적 요인과 유전적 요인에 의해 발생한다는 추측 외에는 아직 확실하게 유방암의 원인으로 밝혀진 것은 없다. 다만 발병 위험인자를 예상해 볼 수는 있다. 위험인자로는 여성호르몬, 연령 및 임신 출산과 모유수유, 반복적인 2잔 이상의 음주, 방사선 노출, 유방암의 가족력 등으로 알려져있다. 에스트로겐에 노출된 기간이 길수록, 즉 요즘처럼 출산이나 모유 수유 경험이 적거나, 초경이 빠르고 폐경이 늦어 생리를 오래한 여성이 유방암 발생 위험이 높다. 또 폐경 후 여성이 비만한 경우 지방세포에서 생성되는 여성호르몬이 많아져 유방암 발생 위험이 높아진다. 유방암 환자의 5~10%에서는 유전 소인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유전자의 돌연변이가 유전성 유방암의 원인으로 밝혀지고 있다.
▲유방촬영술에 보이는 ①혹, ②미세석회화, ③탐침 유도 후 절제수술 부위의 미세석회화 확인 ④보형물성형 유방의 진단 시 어려움, ⑤유방초음파 유도 하에 총조직검사. /제주대학교병원 제공
▶증상과 자가 검진=유방암 초기에는 대체로 증상이 없다. 이 시기에 초기 유방암을 찾아내는 것이 유방촬영 선별검사의 가장 큰 목적이기도 하다. 증상은 평소에 없던 멍울을 비롯해 유두분비, 유방 피부변화 등으로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으며, 기타 겨드랑이 멍울 등이 먼저 만져질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증상이 모두 유방암인 것은 아니며, 이중 90% 정도는 양성 질환이고, 약 10%가 조직검사에 의해 유방암으로 확진된다.
30대 이상 여성에게 매월 1회 자가 검진이 권장된다. 자가 검진은 매달 정기적으로 월경 3~7일 사이에 실시해 습관화한다. 평상시 자신의 유방의 모양이나 윤곽에 관심을 기울여 화장할 때 본인 모습을 관찰하듯 유방본래 모습을 기억하는 것이 중요하다. 2, 3, 4번째 손가락의 첫마디를 이용해 느리다고 느낄 정도로 천천히 동전 크기의 원을 그리면서 가슴 쪽으로 누르며 빠진 부분이 없도록 유방 전체를 검진한다. 반대편 팔을 이용, 유방의 측면과 겨드랑이 부위까지 만져본다. 작은 솔방울이나 구슬 같은 것이 만져지는지 살피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자신의 유방 변화를 느낄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처음 시작하는 경우 한달동안 매일 검진해 자신의 유방 특성을 파악하는 것이 좋다.
▶치료=유방암의 가장 기본적인 치료는 병변의 충분한 외과적인 절제이며, 다른 장기로 전신 전이가 없는 모든 환자는 수술이 1차적인 근치술이다. 유방암은 수술 후 다양한 보조요법의 효과가 입증돼 있으며, 항암 화학요법, 방사선 치료, 항호르몬 치료, 분자 표적 치료 등이 있다. 이러한 보조요법의 사용 여부는 병기, 수술방법, 암세포의 여러 수용체 발현 여부 등에 의해 결정된다.
수술 치료는 유방전체절제술이나 유방보존수술과 함께 겨드랑이 림프절절제술이 시행되며, 최근들어 림프부종 등의 합병증을 줄이기 위해 수술 범위를 최소화할 수 있는 감시림프절 생체검사가 이뤄지고 있다.
2006년에는 아무런 증상 없이 유방검진에서 발견된 환자수가 24.4%였다. 1996년에 비해 4배 가까이 증가했다. 이러한 조기발견 증가에 따라 1996년 18.7%였던 유방보존수술도 2006년 48.8%로 늘어났으며, 0기, 1기의 경우 절반이상에서 유방보존술이 시행됐다. 더불어 유방전체절제술 후에는 최근 유방암수술 후 재건성형수술이 보편화 돼 아직은 보험적용 여부의 논란이 있긴 하나 환자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데 도움이 되고 있다.
/조상윤기자 sycho@ihalla.com
[ Q & A ]
1.자가 검진은 언제=유방은 자궁과 마찬가지로 아기를 위한 여성 호르몬에 반응하는 장기다. 난소에서 배란이 일어나면 임신가능성에 대비해 자궁내막은 태아의 정착을 위해 쿠션처럼 두터워지고, 유방은 젖을 만들 준비로 젖선이 발달하게 돼 부어오른 느낌이 든다. 그러나 임신이 안된 경우 두터워진 자궁내막이 필요없게 돼 떨어져 나오는 것이 정상적인 생리다. 유방도 이제는 아무런 일이 없었던 듯 첫 모습을 찾아가고 이후 한 달마다 반복이 된다. 그래서 생리 후 3일에서 7일 사이가 자가 검진 시기로 제일 좋다. 생리가 없는 사람은 월급날 등 기억하기 좋은 날을 정해 매달 하면 된다.
2.유방촬영에서 치밀유방이라 하는데=유방크기에 비해 젖선이 상대적으로 많은 치밀한 조직으로 이뤄진 경우 유방촬영술 사진에서 전반적으로 하얗게 나오는 것을 말한다. 모유 수유의 신체적 생리적 의무가 있는 젊은 나이의 유방이라는 의미이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지방 조직이 상대적으로 많아지면 까만 부분이 많아져 하얗게 보이는 석회화나 멍울을 찾기 쉬워진다. 폐경기 이전이나 호르몬 대체요법으로 회춘한 유방인 경우 하얗게 가려져 있는 부분은 초음파 등으로 도움을 받는 것을 권장하고 있다.
3. 암이 의심되지 않는 모든 혹 다 떼어야하나=주기적 추적관찰을 통해 보자고 하는 것은 양성종양의 대부분인 섬유선종이 발견 당시 성장이 정지된 경우가 대부분이고, 더 자라더라도 2~3cm에서 성장이 멈추며 5~15%에서만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섬유선종 내에서 유방암이 발견되는 경우는 극히 드문 것으로 보고되고 있고 암의 전구병변이 아니기 때문이다. 의사와 환자 간의 양성 종양에 대한 충분한 이해 속에 적절한 간격으로 지속적인 추적 관찰을 권장하게 된다. 그러나 만져지거나 특히 40대 이후의 크기가 1~2cm 이상인 경우에는 환자들의 심리적 불안과 여러 이유를 근거로 조직 검사나 완전제거를 할 수 있다.
[전문의 의견/이창현(외과)]"관리하면 잘 살 수 있는 병"
유방암은 꾸준하게 증가해 갑상샘암과 함께 발생 빈도에서 한국인 여성암의 수위를 차지하고 있다. 다행히 유방암의 조기진단과 전체 치료 성적이 점차 높아지고 있어 상대적으로 다른 암에 비해 낮은 사망률을 보이고 있다.
암 예방에는 1차, 2차, 3차 예방이 있다.
유방암을 직접적으로 예방하는 1차 직접예방은 한계가 있다. 유방암의 원인을 잘 알지도 못할 뿐더러 위험인자를 다 추린다 해도 생활 습관은 물론 시대적 흐름과 사회적 관습을 넘어 본인의 결혼과 아이에 대한 철학까지도 바꿔야 하는 어려운 일이다. 결국 예방의 핵심은 선별검사를 통해 조기 발견하는 것이고, 이를 2차 예방이라고 한다. 유방암을 조기에 발견하면 90% 이상 완치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양한 치료에서 본인이 선택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아지고 삶의 질을 많이 침해하지 않는 치료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또한 내부 소화기관과 달리 유방 자가 검진을 쉽게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고, 유방촬영술이라는 간단하면서도 예산이 많이 들지 않는 선별 검사 방법을 갖고 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많은 단체가, 유방암 환자 스스로가 핑크리본 아래 응원하고 도움을 주고 있다. 암 취급도 못 받으며 아직 자기 집을 벗어나지 않고 말썽부리지도 않는 0기암과 초기 조기암인 1기 암의 발견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 최선이다.
조기 발견해 치료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그러면 암과 함께 자기 수명대로 살 수 있다. 유방암 때문에 본인의 목숨을 잃는 일은 별로 없게 된다. 발생률은 여성암 1위를 왔다 갔다 하지만 잘 다스리면 조금 불편할 뿐이다. 조기 유방암은 이제는 거의 만성병 수준이다.
3차 예방은 적시에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다. 유방암은 다른 암에 비해 다양한 치료가 최첨단 의학에 의해 개발돼 있다. 본인의 병에 대해 정확히 알려고 노력하고 전문의와 잘 상의하기를 바란다. 수술 방법 선택과 항암 화학요법, 방사선 치료, 항호르몬 치료, 분자 표적 치료 등에서 대부분 맞춤 치료를 할 수 있다. 90세에 수술을 거부하는 환자이거나, 67세에 수술할 수 없는 다른 지병이 있어 상심한 사람도 간단한 맞춤형 항호르몬치료에 의해 거의 나을 수 있는 병이 유방암이다. 그리고 의사는 병이 미치는 환자의 삶을 보듬고 치료 방향을 결정해야 하며, 환자들도 의사가 자기 옆에 있다는 것을 든든히 생각하고 적극적으로 치료에 임해야 한다. 유방암은 잘 관리하면 잘 살 수 있는 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