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곡 정제두 선생님께!
오늘 수업 시간에 처음으로 선생님의 함자를 접하게 되었습니다.
송구하게도 교과서에서는 뵙지 못했던 이름이었기에 조금은 낯설게 다가왔습니다.
하지만 교수님께서는 선생님을 "중국 양명학의 논리적 난점이었던 '악의 출처' 문제를 명쾌하게 해결해 낸 인물"이라며 극찬하셨고,
그 말씀을 시작으로 선생님의 삶과 사상을 배워나갈 수 있었습니다.
우주의 진리와 도덕적 이치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내 마음속에 이미 존재한다는 '심즉리(心卽理)'를 배우며,
문득 내면의 본성을 맑게 유지하기 위해 마음을 어떻게 다스려야 할지 깊은 고민이 생겼습니다.
나아가 나만의 빛깔과 향기에 맞는 이름을 찾아 스스로에게 가치 있는 꽃으로 피어나고 싶다는 염원도 마음에 품게 되었습니다.
남들이 벼슬길과 당파의 명리에 눈이 어두울 때,
내면의 '양지(良知)'를 믿으며 '마음이 곧 이치'라는 가르침을 온몸으로 살아내신 모습은 대단히 인상적이었다.
배움과 삶이 하나를 이루어야 한다는 '지행합일'의 결기는 오늘날 우리에게도 여전히 큰 울림을 줍니다.
다만 한편으로는 깊은 아쉬움도 남습니다.
한국 양명학의 기틀을 마련하신 선생님께서 성리학만을 정통으로 세우던 시대의 벽 뒤로 물러나 강화도로 들어가시는 대신,
조금 더 저잣거리로, 조금 더 제자들의 곁으로, 조금 더 현실의 한가운데로 걸어 들어오셨으면 어땠을까 감히 상상해 봅니다.
그랬다면 공리공담에 갇혀 있던 조선 후기 모습이 달라졌을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