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켜다
박혜료
길을 나선다
바람의 기억이 스치어 간
선물 같은 길을 나선다
어제 지상을 떠난 사람이
머물다 간 그 자리에
애기똥풀이 꽃등을 켜 놓았다
아카시아 꽃잎이 밥꽃처럼 흐르는
강물 위로 새벽이 걸어온다
길이 되시는 분 앞에서
어제 지나온 살얼음 같은 길은
오늘을 켜는 봄 햇살이 된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
다시 열리는 하늘길
귀뚜라미
박혜료
벚나무 가지를 흔드는 매미 소리에
내 젖은 울음은 아직 노래가 아니다
어둠 속 차가운 바닥 위에 쏟아지는
저 귀뚜라미 울음소리,
햇살 그림자는 비껴가고
이슬 한 방울 내리지 않는
콘트리트 벽 좁은 틈에 갇혀
숨막힐 듯, 혼절하듯
귀뚜르르 - 귀뚜르르 -
보내는 타전 소리
내 속 깊은 울음소리 허공으로 퍼진다
매미 소리 잦아들고
가을 하늘이
땅 밑까지 찾아와 주는 날
우물 속 같은 내 울음
누구의 마음 결에 닿을 수 있을까
귀뚜르르 귀뜰 – 귀뚜르르 귀뜰 -
나 여기 살아있다 외치는 울음
그 누구의 가슴을 울리는 노래가 될 수 있을까
박혜료 :제29회 김유정기억하기 최우수상 , 제13회 국민일보'신춘문예' 최우수상당선.
화천문인협회, 시를뿌리다시문학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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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료
제29회 김유정기억하기 최우수상 , 제13회 국민일보신춘문예 최우수상
화천문인협회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