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의 눈물
최성희
아버지를 따라 소를 팔러 갔었다 말고개 재 오르던 어미 소그 눈가에 새끼 소 울음이 걸려 있었다
발이 떨어지지 않는 소 이랴이랴 걸음을 재촉하시던 아버지그 아버지의 손에서
소고삐 팽팽하게 당기던 어미 소, 아버지도 소도 고갯마루에 버티고 서서 등 뒤로 멀어지는
초가지붕을 꿈속인 듯 내려다보며 턱 끝에 찬 한숨을 땀방울로 피워 올렸다
"그래, 안다 나도 안다 새끼 키우는 내가 어찌 네 속을 모르겠냐마는...젖 뗀 새끼 등 뒤에 두고 가는 네 속이 오죽 할까"
말끝을 흐리시던 아버지 그 아버지는 소 잔등을 허기처럼 쓸어내리고 소도 아버지도 소리 없이 울고 있었다
그 울음의 등 뒤에서 꼴 다래끼를 원망했던 나,공부할 시간에 소 풀 베라 한다고 논두렁 밭두렁을 투덜투덜 오르내리던 나,
책가방을 맨 아이들이 부러워 밭두렁 논두렁 밑에서 울던 나, 그 소 없어지면 속 시원할 줄 알았는데 아버지가 우시는구나
소처럼 우시는구나...무명초 같이 떠돌다 가신 아버지 이제 소도 가고 아버지도 가고 아버지 그 나이쯤 되어 나는
내 아들을 데리고 아버지가 넘던 그 고갯길을 넘어간다 낮달 속으로 아버지가 소 울음을 몰고 가신다
박수근 빨래터에서 외 1편
최성희
자작나무 사이로
여인이 세월을 이고 온다
업은 아이 옹아리는 여울물에 놀고
손잡고 따라 나온 아이는
가재랑 찰방 찰방 놀았겠지
손으로 비벼낸 일상들이
비누거품 속으로 떠내려간다
가난을 헹궈내듯
여울목 건너온 산울림인가
빨래 두드리던 방망이 소리는
예술혼이 되어 터 잡고 앉아 있다
지친 마음을 얼마나 헹궜는지
하얀 옷 갈아입은 자작나무가
빙그레 웃으며 마중 나온다
*최성희: 2018< 상록수 문학>으로 등단
시집:[달의 문패」, 양구의 봄. 제61회 <강원사랑 시화전 작품 공모전> 대상
제62회 강원사랑 시화전 작품 공모전 은상. *한국 문인협회 강원지회 양구지부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