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문화 산책(41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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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자호,白磁 有蓋壺 ♣ -국보 제261호-
종 목 : 국보 제261호
명 칭 :백자호,白磁 有蓋壺
유 물 : 생활공예, 토도자공예, 백자 주차여부
지 정 일 :1991.01.25
소유,관리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55길 60-16, 삼성미술관 리움 (한남동)
시 대 :조선시대
조선시대 만들어진 백자
항아리로 큰 항아리와 작은 항아리 두개가 있다.
큰 항아리는 총 높이 34.0㎝, 높이 27.2㎝, 아가리
지름 10.1㎝, 밑 지름 13.7㎝이며, 작은 항아리는
총 높이 12.5㎝, 높이 9.5㎝, 아가리 지름 4.2㎝,
밑 지름 5.7㎝이다.
아가리 언저리는 밖으로 말아 붙였으며,
아가리 부분에서 서서히 벌어져 어깨부위에서
팽배되었다가, 풍만하고 여유있는 곡선을 그리며
서서히 줄어들며 바닥면에 이른다. 뚜껑의 윗면
중앙에는 연꽃봉오리형 꼭지가 있어 손잡이가
되며, 그 주위로 낮은 층단이 있다. 유약은 엷
은 청색을 머금고 있으면서 내·외면에 고르게
씌워졌으며, 태토와 어우러진 표면의 색조는
유백색에 가깝다. 아가리의 형태적 특징과
바탕 흙, 유약, 표면의 색조, 구워낸 방법
들로 미루어 조선 초 경기도 광주에 있는
국가가 경영하는 가마에서 만들어진 것
으로 보인다. 조선시대 도자기의 핵심
은 순백자이며 그 중에도 초기 백자는
조선 전기의 격조와 유연성을 가지고 있다.
이 백자 항아리는 이러한 유형의 다른 항아
리들에 비해 뛰어난 품격을 가진 작품이다.
출처 : 문화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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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옥의 가슴속 글과 그림 ♣ (한국사립미술관협회장)
◈ 아름다운 마무리 ◈
게르하르트 리히터, 촛불과 해골, 1983년, 캔버스에 유채,100×150cm
그림의 배경은 어두운 실내, 탁자 위에는
이빨 달린 해골과 불타는 양초가 놓여 있다.
이 정물화는 보통 사람들에게는 섬뜩하게
느껴지겠지만 미술인들에게는 낯익은 주제인
바니타스(vanitas) 그림이다. 바니타스란 ‘구약
성경’ 전도서에 나오는 ‘헛되고 헛되다. 모든 것
이 헛되도다’라는 구절에서 유래한 단어로 해골,
촛불, 모래시계 등 시간의 흐름이나 소멸을 상
징하는 사물을 빌려 삶의 유한함과 욕망의
허무함을 전하는 그림을 말한다.
독일의 거장 게르하르트 리히터는 전통적인
바니타스 그림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재해석
했다. 그것은 마치 오래된 사진첩에서 발견
한 흑백사진처럼 흐릿하고 모호한 느낌을
불러일으키는 기법을 가리킨다. 비결은
사진으로 찍은 정물을 다시 붓과 물감
으로 그리는데 흐릿한 사진과 같은 효
과를 내기 위해 엷은 농도의 물감을
사용해 물체의 윤곽선을 분명하게 그
리지 않고 부드럽게 스며들게 표현한다.
그 결과 익숙하지만 낯선, 보는 사람의 느낌에
따라서 의미가 달라지는 신비스러운 현대판
바니타스 그림이 탄생한 것이다. 법정 스님
의 산문집 ‘아름다운 마무리’에서
이런 글을 읽었다.
‘세상 물정 모르는 철없는 소리일지 모르지만
지금 이 순간을 자신의 분수에 맞게 제대로
살고 있다면 노후에 대한 불안 같은 것에
주눅 들지 않을 것이다. 모든 살아 있는
것들은 지금 이 순간을 살고 있다. 지금
이 순간은 과거도 미래도 없는 순수한
시간이다. 언제 어디서나 지금 이
순간을 살 수 있어야 한다.’
한 해의 마지막 날. 세월의 덧없음을 탄식하기
보다는 지금 이 순간을 살 수 있어 행복하다고
느끼는 것이 아름다운 마무리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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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근영의 그림 속 얼굴 ♣ 중앙일보 문화부문 기자
◈ 눈으로 듣는 말발굽 소리 ◈
김기창, 군마도, 19 69, 비단에 수묵채색, 176×340㎝, 서울미술관 소장.
여섯 마리 말이 날아갈 듯 내달린다.
앞모습, 뒷모습, 위에서 내려다본 모습,
말과 함께 보는 이의 시선도 움직인다.
흩뿌린 묵점으로 말발굽이 흙먼지를
일으키는 것처럼 표현했다.
말띠해를 맞아 연하장 그림을 띄운다.
운보(雲甫) 김기창(1913∼2001)의 ‘군마도
(群馬圖)’다. ‘그림 속 얼굴’이 보여 드리는
마지막 그림이기도 하다. 그의 제자인 심경
자 세종대 명예교수는 “운보의 ‘군마도’에서
는 말발굽 소리가 들리는 듯하고, 말이 화면
밖으로 뛰쳐나올 것 같다”고 했는데, 많은
독자들이 그의 감상에 공감할 듯하다.
운보는 말 그림을 즐겨 그렸다.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말은 복 받은 동물이다. 사주
12지 운세에 ‘복(福)’자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말띠, 실로 나에게 화면이나 주제를 떠나서 뭔
가의 배움을 알게 한다. 뿐만 아니라 힘차게 달리는
그 모습은 생명의 감동을 느끼게 하기도 한다.
그래서 나는 말 그림을 쉬지 않고 그리고 또
그리는 것이다.(1980년11월‘여성동아’)
7살 때 장티푸스로 청력을 잃은 운보는
그림으로 자기를 세웠고, 한국화의 혁신을 이뤘다.
대중에게 사랑받는 한국화가이기도 했으니,93년
예술의전당 전시엔 하루 1만 명이 입장한
진기록도 세웠다.
들리지 않는 그의 그림들은 운동감이 유난하다.
‘군작도(群雀圖, 1959)’는 참새 떼가 새카맣게 몰려
있는 네 폭 병풍이다. ‘군해도(群蟹圖, 1966)’는 게
떼를 그렸다. 둘 다 다닥다닥 모인 미물들이 내는
소음이 들릴 듯 ‘시끄러운’ 그림이다. ‘세 악사’
(1970년대)에서 악공들의 움직임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음악이 들리는 것 같다. 움직임이, 속
도가, 거기서 나오는 진동이 그에겐 소리의
다른 표현이 아니었을까 싶다.
본다고 다 보는 게 아니고, 들린다고 더 잘 들을
수 있는 것도 아닐 터다. 화가의 소리에 대한 갈망이
읽히는 이 그림은 역으로, 보고 듣는 게 반드시 눈과
귀로만 이뤄지지는 않음을 보여 준다.
감각은 곧 관심이고 갈망이다.
‘군마도’는 지금 서울 부암동 서울미술관에서
볼 수 있다. 운보 탄생 100주년을 맞아 마련한
전시‘예수와 귀먹은 양’에서다.6·25 때 그린
‘예수의 생애’부터‘군해도’‘세 악사’‘바보산
수’‘청록산수’등 운보의 세계가 펼쳐진다.
또한 전시장 말미엔 운보의 유품도 있다.
그의 트레이드 마크였던 빨간 양말과 아
리랑표 흰 고무신도 있는데,양말엔 구
멍이 뽕 뚫려 있다. 듣지 못했던 화가
가 그림으로 들려주는 소리가
전시장에 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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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정아의 아트 스토리 ♣ (포스텍 교수 서양미술사 )
◈ 아래위가 뒤집혀 있는 마리아의 대답 ◈
얀 반 에이크, 성모영보, 1434년경, 캔버스에 유채, 93x37㎝, 워싱턴 DC 내셔널 갤러리 소장.
조용히 책을 읽던 성모 마리아에게 대천사
가브리엘이 조심스레 다가와 말을 건넨다.
"은총을 가득 받은 이여, 기뻐하여라(AVE
GR PLENA)." 그는 마리아가 곧 성령(聖靈)에
의해 하나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를 잉태할
거라고 알려준다. 마리아는 처녀 몸으로 어찌
아기를 낳을까 깜짝 놀라지만, 이미 그녀를 향해
성령을 상징하는 흰 비둘기가 날아오고 있다. 정
숙한 자세로 복종하는 마리아가 대답하길 "이 몸
은 주님의 종입니다(ECCE ANCILLA D I)." 마리
아의 입술에서 흘러나온 이 글귀는 아래위가 뒤
집혀 쓰여 있다. 천상에 계신 하나님께 한 말이
기 때문이다. 이처럼 마리아가 대천사의 전갈
을 받고 예수 그리스도를 잉태하는 장면을
성모영보(聖母領報) 또는 수태고지
(受胎告知)라고 한다.
15세기 플랑드르, 오늘날 네덜란드 지역의 화가
얀 반 에이크(Jan van Eyck·1390경~1441경)의
그림은 그리 크지 않지만, 그 속에 등장하는 모
든 사물은 마치 돋보기로 보는 것처럼 극도로
세밀하게 그려졌다. 금실을 짜 넣은 천사의
두꺼운 망토와 부드럽고 따스한 벨벳으로
만든 마리아의 드레스, 솜털 같은 천사의
머릿결과 반짝반짝 빛나는 진주와 보석
이 모두 물감으로 만들어낸 것이라니
눈을 의심할 지경이다.
얀 반 에이크는 이토록 극도로 사실적인 그림
속에 기독교의 상징을 곳곳에 심어 두었다. 예
를 들어 흰 백합은 마리아의 순결을, 바닥 타일
에 새겨진 다윗과 골리앗, 삼손과 델릴라의 이
야기는 예수의 십자가형과 구원을 상징한다.
눈을 현혹하는 다채로운 물질의 향연 속에
서도 경건한 종교적 메시지를 잃지 않는
것이 바로 플랑드르 미술의 전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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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1회에 부치는 마음 ♣ *새해맞이 영상 시. 조용순*
- 자료 : 시 마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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