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 이영돈 PD의 역술 방송에 반발하는 역술인들
"필기 테스트로 역술 검증하자"
글 : 李政炫 月刊朝鮮 기자
⊙ 이영돈 PD 역술인 테스트 방송, 역술인 통과자 全無
⊙ 출연 역술인, “엉뚱한 時로 검증했다”
⊙ 역술계, “공정한 방식의 검증 다시 하자”
《JTBC》 ‘이영돈 PD가 간다’,‘대한민국 10대 점술가를 찾아라’편 캡처
“역술가로서 분노를 느껴요.”
3월 말 경기도 분당구 개인 사무실에서 만난 역술인 이강산 가보원(家甫元) 원장은 지난 2월 말 《JTBC》가 방송한 ‘이영돈 PD가 간다’에서 설 특집으로 방송한 ‘대한민국 10대 점술가를 찾아라’ 편에 대한 불만을 쏟아냈다.
이 원장은 "비록 방송에 출연하지는 않았지만, 해당 방송을 통해 양심적이고 실력 있는 역술인들이 무속인보다 못하다는 불신을 받게 됐다" 며이영돈 PD 방송의 여파가 상당하여 예약 취소와 같은 영업에 지장을 받는 등 피해를 입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금전적 피해는 뒤로하고 잘못된 사실 자료로 방송한 것이 문제다”며 “사주·명리학 전체가 부당한 평가를 받는 것에 분노를 느낀다”고 덧붙였다.
2월 말 2회에 걸쳐 방송한 '이영돈 PD가 간다-대한민국 10대 점술가를 찾아라'에 불만을 갖고 있는 역술인은 이강산 원장뿐이 아니다. 지난 3월 초부터 기자에게 해당 방송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는 여러 역술인들의 전화가 이어졌다. 그들이 해당 방송에 불만을 갖고, 나아가 끊임없이 문제를 제기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우선 내용을 파악하기 위해 재방송 VOD(주문형 비디오 시스템)를 통해 확인한 해당 방송의 기획 의도는 이렇다.
시장 규모 4조원 역술 및 무속인 50만명에 이르는 점집의 천국, 대한민국! 과연 굿과 부적을 권하기 일쑤인 점괘가 얼마나 정확한 것인지 대한민국 점집의 옥석을 이영돈 PD가 검증한다. 전국 8도를 누비며 만난 100명의 역술인과 무속인, 과연 그중 10대 점쟁이는 누가 될 것인가.〉
해당 방송은 일종의 몰래카메라 기법을 동원해, 연쇄살인범 유영철(46), 천호식품 김영식 회장(65), 이영돈 PD(58) 본인 등의 사주를 유명 역술인들에게 제시하고 실력을 검증하는 내용이었다.
테스트 통과 역술인 한 명도 없어
논란이 커진 것은 결론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역술인 중 ‘검증’을 통과한 이는 없었고, 무속인 두 명만 통과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방송의 결론만을 보면, 시청자들에게 ‘사주·명리학은 믿을 것이 못 된다’는 메시지를 줄 수 있었다.
아마 검증에 통과한 역술인이 1~2명이라도 등장했다면, 탈락한 역술인은 실력이 없는 것으로 시청자들에게 낙인 찍혀 공개적으로 방송의 문제점을 지적조차 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모든 역술인이 탈락하면서, 검증방식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들고일어난 것이다. 또한 비록 방송에 출연하지는 못했지만 피해를 입었다는 역술인들이 공동전선을 구축해 인터넷 등에 불만을 쏟아 내고 있다. 불만 행렬에는 검증에 탈락한 무속인들도 동참하고 있다.
★ 제작진께 질문 드립니다.
왜? 한날한시에 백 명이 태어났는데 사는 모습이 제각각인지 아십니까? 일반인들이 가장 많이 하는 질문이죠. 그래서 사주는 엉터리다 말하죠. 천만에요. 그것은 일반인이 모르는 비밀이 있습니다. 그것을 풀어 내는 게 바로 우리 역술인들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답변을 해 드리죠. 그리고 수긍을 합니다.〉
'이영돈 PD가 간다’ 프로그램 폐지
현재 《JTBC》는 '이영돈 PD가 간다'를 폐지(廢止)했다. 이 PD는 3월 ‘그릭 요거트’ 검증 프로그램을 내보냈는데, 방송 직후 자신이 다른 회사 요거트 광고 모델로 출연한 사실이 인터넷·SNS 등을 통해 알려지면서 궁지에 몰렸다. 당시 《JTBC》의 공식 입장은 이랬다.
출연 역술인, “엉뚱한 時로 검증”
역술 방송과 무관하게 이영돈 PD의 해당 프로그램은 폐지되었지만, 역술인들은 ‘대한민국 10대 점술가를 찾아라’에 대한 사과는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며 반발하고 있다. 역술인들 주장의 핵심은 “태어난 시(時)를 바탕으로 운명을 연구하는 사주의 특성상 정확한 ‘시’를 바탕으로 검증하는 것이 중요한데, 해당 방송의 경우 검증하는 사람의 시가 틀렸다”는 것이다.
이강산 원장은 “많은 사람이 출생 시를 왜곡하고 음력·양력을 혼돈하고 있으며, 서머타임 실시, 동경표준시 등 복잡한 변수 때문에 제대로 자신의 시를 모르고 있는 실정이다”고 말했다. 특히 1960~1970년대에 태어난 사람들의 경우 가정에서 아이를 낳는 경우가 많아 태어난 시간에 대한 정확한 기록이 많지 않고 자신이 태어난 시를 부모로부터 잘못 전달받은 경우가 많다는 주장이다.
정리하면 이영돈 PD가 사실과 다르게 ‘태어난 시’를 가져와서 검증을 해 놓고, 사주·명리학이 틀렸다고 결론 내린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방송에 출연했던, 역술인 정암 남용희씨의 주장은 이렇다.
“해당 방송에서 테스트로 이용된 고성옥씨의 경우, 본인이 이영돈 PD에게 잘못된 사주를 이야기했다고 (현재) 주장하고 있어요. 이영돈 PD는 고씨가 잘못 말한 태어난 ‘시’를 가지고 검증을 시도한 것입니다. 이제 고씨가 자신이 태어난 ‘시’를 번복했으니 다시 테스트를 하는 것이 옳아요. 이영돈 PD 측은 고씨의 태어난 ‘시’를 술시(戌時, 저녁7시~밤9시)로 테스트했지만, 고씨는 현재 생각해 보니 해시(亥時, 밤9시~밤11시)인데 잘못 말했다고 하는 실정입니다. 굳이 검증을 하려 했으면, 정확히 태어난 시가 기록된 산부인과 자료를 바탕으로 했어야 옳았어요.
단지 태어난 시가 틀린 것만이 문제가 아니에요. 사주는 이름의 성씨(姓氏), 관상, 태어난 고향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요. 그런데 이런 것은 전혀 알려주지 않았어요. 나아가 두 시간 넘게 방송 녹화를 해 놓고 이미 짜인 각본대로 필요한 부분만 짜깁기해서 방송한 것도 문제였습니다.”
방송에 등장해, 검증에 탈락한 것으로 정리된 박청화 청화학술원 원장의 주장 역시 비슷하다. 그의 주장은 이렇다.
“똑같은 ‘시’라도 변수(變數)가 있어요. (통계에 따르면)같은 날 같은 시에 태어난 사람이 전국적으로 60여 명입니다. 그렇다면 이 60여 명은 모두 범죄자가 되거나 성공하는가 라는 의문이 생기죠. 그러나 쌍둥이도 운명이 달라요. 운명을 본다고 할 때 ‘어느 정도까지 운명이냐’라는 고민을 할 수밖에 없어요. ‘시’라는 틀에서 그 사람의 삶에 일어날 이벤트 혹은 운명적 특성과 특징을 파악하는 것을 ‘운명을 본다’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서울역 거지와 시골역 거지가 다른 것처럼 운명의 레인지(범위)를 파악하는 것이죠. 이렇듯 삶의 패턴을 파악해 사주를 보는 각자에게 맞는 최선의 선택과 최악의 선택을 알려주는 것이 ‘운명을 보는 것’입니다. (이영돈 PD의 방송은)이러한 사주 학문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습니다. 굳이 비유를 하자면, 태권도 도장에 몰래 잠입해서 갑자기 나무로 찌르면서 이것을 못 막았으니 태권도 고수가 아니라고 하는 것과 같습니다. 검증하려면 정말 태권도를 잘하는 사람이 와야죠. 평가방식에 문제가 있었습니다.”
"필기 테스트가 가장 공정"
이렇듯 반발이 커지자, 정말 제대로 된 방법으로 역술인을 검증해 보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월간역학》 발행인인 한국역학협회 전용원 회장은 “사실 검증에 참여한 역술인들 중에는, 전혀 엉뚱한 이야기를 한 경우도 많았다”며 “너무 엉뚱한 이야기는 아예 방송에 내보내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이영돈 PD에게 직접 들었다”고 말했다.
전 회장은 이영돈 PD의 검증 방송에 직접 출연해, 주요 역술인의 계보(系譜)를 설명하는 등 방송 구성에 참여한 적이 있다.
전 회장은 “해외 유명 역술인의 경우, 최소 10년은 연구하고 간판을 달고 시작하는데, 우리의 경우 4개월 수업 듣고 시작하는 사람도 많다”며 “기본적으로 실력이 있는 사람이 적은 것이 문제이다”고 말했다.
전 회장은 해당 프로그램을 통해 실력이 있는 역술인이 드문 현실에서 누가 실력이 있는 역술인인지 보통사람들이 알 수 있도록 투명한 방법의 검증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특히 그는 “방송이 나가자 이에 편승해 이름을 알리려는 노이즈 마케팅(noise marketing, 이슈를 부정적으로 홍보)이 극성을 부리고 있다”며 “정말 확실한 방법이 있다”고 말했다.
기자가 전 회장에게 ‘확실한 검증 방법’을 묻자,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대학 본고사처럼 시험지에 테스트 사주를 5~6명 제시하고 손으로 한번 써 보면 되는 것이죠. 실력이 부족한 역술인의 경우 손님의 반응을 보고 유추(類推)해서 사주를 맞히고 있어요. 이런 것을 모두 차단하고 종이에 사주를 적어서 시험을 보면 되는 것이죠. 이것이 가장 확실한 검증입니다.”
역술인들도 검증 원해
전 회장은 “지금이라도 검증을 원하는 역술인이 있으면, 《월간조선》 등 언론의 입회하에 동일한 장소, 시간에 남성 3명, 여성 3명의 사주를 바탕으로 필기시험을 실시할 수 있다”며 “이번 기회에 제대로 된 검증의 장을 만들면 좋겠다”고 말했다.
사실 재검증은 해당 방송에 출연한 역술인들도 원하고 있다. 해당 방송에 출연했던 남용희씨 측은 3월 말 기자에게 연락해, “이영돈 PD 측에 재검증을 요구했고, 실제로 재검증 약속을 받았다”며 “해당 프로가 폐지되면서 검증 자체가 불가능해져서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남씨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공정한 방법의 검증일 경우 응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또한 방송에 출연하지 않았지만, 제대로 된 검증을 원하는 역술인 이강산씨의 경우 “협회에서 검증을 할 경우 부정이 개입될 소지가 있어서 고민이지만, 《월간조선》 등이 참여한 공정한 방식으로 검증을 요구할 경우 응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며 공개 검증에 찬성했다.
이렇듯 해당 방송을 통해, 역술인 검증이 이슈화하면서 차라리 공정한 방식을 통한 검증이 필요하다는 대의에는 동의하는 분위기이다.
이영돈 PD의 ‘대한민국 10대 점술가를 찾아라’는 1000만원의 비용을 들여가며 전국의 역술인들을 찾아다녔다고 한다. 그러나 방송의 결론은 역술인 가운데 10대 점술가는 없다는 것이다. 정말 실력 있는 역술인이 없었던 것인가. 아니면 검증 방식이 잘못된 것인가.⊙
[월간조선 2015년 5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