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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0강; 조이미용실/김명인 2015년 5월 6일, 지용시낭송협회
<산 문>
내 마음의 냉장고
강 정/시인
어두운 밤, 대략 새벽 서너 시쯤, 거실 불을 끄고 냉장고 문을 열어둘 때가 있다. 음식 냄새와 섞인 주홍색 불빛이 거실 한편에 빗금처럼 떨어진다. 웅~ 하는 기계음마저 무슨 말소리 같다. 김치가 말하고 먹다 남긴 찌개냄비가 웅성거리고 일렬로 늘어선 갈색 달걀들이 발 맞춰 사열하는 느낌. 문득, 이 각양각색의 웅성거림을 오래 가둬두고 있다는 게 죄스럽다는 생각도 든다. 얼마나 답답하고, 각각의 다른 냄새들에 시달리며 고통스러웠을까. 그래서 한참 동안 가만히 바라보고, 듣는다. 물론 들리는 소리라곤 냉장고 모터소리뿐이다. 그럼에도 뭔가 자꾸 들린다는 느낌이 드는 건 실제 소리라기보다 거기에 투사된 마음의 분란 탓일 거다. 그것들을 맛깔 나게 조리해 냉장고에 담아놓으면 어떨까 생각해 본다. 미움이나 슬픔은 빨갛고 네모난 통에, 기쁨이나 쾌락은 파랗고 동그란 통에, 고통과 번민은 맨 아래 칸에 생으로 담아 그게 외려 싱싱한 기쁨으로 변이케 한다면. 아니, 아예 고통과 기쁨을 같은 통에 담고, 미움과 사랑을 같은 칸에 넣어 서로 뒤엉켜 전혀 다른 식감의 새로운 음식이 되게 만들면 어떨까. 그렇게 해서 누군가 쓸쓸하고 우울한 새벽, 불현듯 열어보고는 한데 섞인 그 냄새와 불빛에 스스로를 비춰보게 한다면. 고요한 시각, 냉장고 문을 연다. 쏟아져 나오는 빛과 냄새. 어떤 마음의 내장들 같다.
<시>
조이미용실/김명인
고려대 국문과 2학년 때 조지훈 선생한테 시론을 강의 받고 詩作을 始作. 진실과 어울리는 시를 쓰려고 노력. 10권의 시집을 냄. 걷고, 읽고, 쓰고; 3 行, 집과 길 =년보. 1946년 9월 2일 경상북도 울진 출생 1973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출항제》로 등단
1978년 고려대학교 대학원 국문학 석사 1981년 경기대학교 인문대학 국어국문학과 전임강사 '제3회 김김달진문학상' 수상 '제7회 소월시문학상' 수상 1995년 '제8회 동서문학상' 수상
1999. 2월~ 고려대학교 세종캠퍼스 인문대학 미디어문예창작학과 교수 2000년 '제45회 현대문학상' 수상 2001년 '제13회 이산문학상' 수상 2005년 '제13회 대산문학상 시부문상' 수상 2006년 '제1회 이형기문학상' 수상 2007년 '제7회 지훈상 문학부문상' 수상 2011년 '제4회 웹진 시인광장 올해의 좋은 시상' 수상 2014년 '제7회 목월문학상' 수상
조이미용실 김 명 인 늦은 귀가에 골목길을 오르다 보면 2005미당문학상 수상작, 시집 <파문> 문지. 2005 -파리바뜨이다. 고유명사이므로....트이어야하는데.... - 천일 야화[ (영)The Thousand and One Nights/The Arabian Nights' Entertainment. 알라딘과 마술 램프, 신드바드의 모험, 알리바바와 40인의 도적, 열려라 참깨 등. - 국어사전 표기는 "셰에라자드"Scheherazade - 세헤라자데는 러시아의 음악가 림스키- 코르샤코프의 작품. 아라비안 나이트중의 천일 야화를 근거해서 만든 작품으로 [천일야화]의 제목을 붙임. 림스키 작품중 가장 널리알려진곡. <클릭> https://www.youtube.com/watch?feature=player_embedded&v=NMLMMtM4pBA 아름다운 제 3악장 "젊은 왕자와 젊은 공주"를 감상해 보세요. ^^ <iframe width="640" height="360" src="https://www.youtube.com/embed/aYAJopwEYv8?feature=player_embedded" frameborder="0" allowfullscreen></iframe> 왕벌의 비행;림스키콜사코프 미용실의 표식; 정맥과 동맥 여성의 아름다움과 머리결; 아프로디테의 탄생, 삼손 아름다움과 사랑의 여신 아프로디테; - 김명인 시인의 시 한 구절;"절정을 모르는 시듦은 없다"
Hair Shop 송 세 헌 리발소라고 했었다 이발관이라고 했었다 이용원이라고 했었다 헤어 닷 컴이라고 한다 머리카락을 잘랐었다 포마드를 발랐었다 흰머리 염색을 했었다 허영을 땋고 욕망을 염색한다 2005년 봄.
아버지의 고기잡이
김 명 인
열목어의 눈병이 도졌는지, 아버지는 무슨 생각으로 나와 내 어로(漁撈)가 궁금해지신다 그러면 나, 아버지의 계류에서 다시 흘러가 검푸른 파도로 솟아 뱃전을 뒤흔드는 심해에 낚시를 드리우고 바닥에 닿는 옛날의 멀미에 시달리기도 하리라 줄을 당기면 손 안에 갇히는 미세한 퍼덕거림조차 해저의 감촉을 실어 나르느라 알 수 없는 요동으로 떨려올 때 물밑 고기들이 뱉어놓은 수많은 기포 사이를 시간은 무슨 해류를 타고 용케 빠져나갔을까, 건져 올린 은빛 비늘의 저 선연한 색 티! 갓 낚은 물고기들 한 겹 제 물 무늬로 미끈거리듯 아버지의 고기잡이는 그게 새삼 벗어버리고 싶어지신 걸까, 마음의 갈매기도 몇 마리 거느리고 바다 생살을 찢으며 아침놀 속으로 이 배는 돌아갈 테지만 살아 있음이란 결코 지울 수 없는 파동, 그 숱한 멀미 가득 실었다 해도 모든 만선(滿船)은 쓸쓸하다, 마침내 비워내고선 무얼 싣기도 버거운 저기 조각달처럼!
기차는 꽃그늘에 주저앉아 김명인 졸음기 그득 햇살로 쟁여졌으니 이곳도 언젠가 한 번쯤은 와 본 풍경 속이다 화단의 자미 늦여름 한낮을 꽃방석 그늘로 펼쳐 놓았네 작은 역사는 제 키 높이로 녹슨 기차 한 량 주저앉히고 허리 아래쪽만 꽉 깨물고 있다, 정오니까 나그네에겐 분별조차 고단하니 기다리는 동안 나도 몇만 톤 졸음이나 그늘 안쪽에 부려 놓을까? 불멸불멸하면서 평생 떠도느라 빚졌으니 모로 고개 꺾은 저 승객도 이승이란 낯선 대합실 깨어나면 딱딱한 나무 의자쯤으로 여길 것인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