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으로 떠나는 한옥 테마 여행
한옥. 두 글자만 들어도 마음이 따끈해진다. 한옥은 그런 힘을 지녔다. 향수, 추억, 아늑함, 포근함, 편안함… 한옥이라는 두 글자는 단번에 수많은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특히 겨울날의 한옥은 코끝은 알싸하고 엉덩이는 뜨끈뜨끈한, 몸으로 기억하는 특별한 감흥을 갖고 있다. 그래서 겨울 한옥은 더욱 매력적이다. 춘천이라는 낭만적인 도시에서 만나는 한옥은 어떤 느낌으로 다가올까? 겨울에 춘천을 여행한다면 한옥으로 된 공간들을 찾아가보자. 강원도 추위를 단번에 날려줄 ‘절대 온기’로 당신을 품어줄 것이다. 낭만과 온기가 적당히 버무려진 춘천 한옥 여행, 올 겨울이 가기 전 꼭 해봐야 할 여행 리스트에 넣기에 아깝지 않다.
고택에서의 하룻밤 그리고 차 한잔, 춘천 김정은 가옥
[왼쪽,가운데/오른쪽]단아한 고택 카페로 변신한 안채 / 정성 가득한 겨울 별미 단팥죽
춘천에는 한옥이 많지 않다. 그나마 근대식 한옥은 좀 남아 있지만 ‘고택’이라 부를 만한 전통 한옥은 손에 꼽을 정도다. 그중 일반인들의 출입이 허용되는 곳은 김정은 가옥이 거의 유일하다. 강원도 문화재자료 제68호로 지정된 이곳은 ‘ㄱ’자형 안채와 일자형 사랑채로 구성돼 전체적으로 보면 ‘ㄷ’자 형태로 보인다. 김정은 가옥의 가장 큰 특징은 안채 대청마루 앞으로 높은 기둥과 지붕을 덧대 차양시설을 만들었다는 점. 햇빛을 막아주고 비가 들이치지 않게 해주는데, 한옥에 이런 차양시설을 갖춘 곳은 강원도에서 이곳과 강릉 선교장 열화당뿐이다.
김정은 가옥 인근에는 이보다 먼저 지어진 최재근 가옥(강원도 문화재자료 제65호)도 있다. ‘ㄱ’자형 안채와 ‘ㄴ’자형 사랑채로 구성돼 전체적으로 ‘ㅁ’자 형태를 이룬다. 아쉽게도 이곳은 일반 주거용으로 사용되고 있어 자유로운 관람이 불가능하다. 하지만 김정은 가옥은 한옥 스테이와 고택 카페 프로그램을 운영해 일반인들도 이용 가능하다. 2008년부터 한옥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사랑채와 문간방, 별채(아가씨방)에서 숙박이 가능해졌다. 겨울철에는 아궁이로 불을 때는 뜨끈뜨끈한 아랫목에서 몸을 지지고, 봄에는 마당에 피어나는 목련꽃에 취하고, 여름에는 앞뒤로 열어놓은 방문을 타고 넘나드는 맞바람을 맞고, 가을에는 마당과 뒷산을 물들이는 어여쁜 단풍에 흥겹다.
그동안 안채는 집주인의 생활공간으로 이용돼 들여다볼 수 없었는데, 이제 이곳이 카페로 변신했다. 사뿐사뿐 대청마루를 걸어 안채의 방으로 들어서면 한지로 마감한 소박한 공간에 작은 소반 몇 개가 군데군데 놓여 있다. 무채색의 단아한 공간에 비단처럼 반들반들, 알록달록한 방석이 꽃같이 피어 있다. 한옥을 정갈하게 관리하는 주인장의 솜씨는 음식에도 배어난다. 카페의 모든 메뉴는 국내산 재료를 이용해 주인장이 직접 만든다. 겨울철 인기 메뉴인 단팥죽만 보더라도, 무농약 국산 팥과 농가에서 직접 공수한 찹쌀, 춘천산 햇잣으로 만든다. 정성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담아내는 그릇도 중요무형문화재 기능 보유자가 만든 방짜유기를 사용한다. 겨울철에는 방안에 화로까지 둬 운치를 더한다. 따뜻한 방안에 앉아 먹는 정성 가득한 단팥죽 한 그릇이 겨울 한옥의 묘미를 제대로 살려준다.
한증막이라 부르기 아까운 그곳, 나무향기
전통 한옥과 현대적인 건축물이 어우러져 특별한 느낌을 자아내는 한증막, 나무향기
나무향기를 만나기 전, 먼저 머릿속에 들어 있는 한증막에 대한 선입관부터 버리자. 고풍스럽고 현대적인 미가 어우러진 건축물을 앞에 두고 누구도 한증막을 상상하지는 못할 것이다. 춘천 공지천을 약간 벗어난 어느 좁은 골목에서 예상 밖의 건물과 마주하게 된다. 오래된 목재와 기와를 모아 만들어서 그리 오래되지 않았음에도 고가 느낌이 살아 있다. 기품 있는 한옥과 단정한 현대적 건축물, 정자, 정원이 어우러져 최고의 풍치를 만들어낸다.
분위기만 좋은 게 아니다. 한증막은 경남 고성에서 만든 한방 황토벽돌을 이용해 전통 방식 그대로 축조했다. 황토 한증막에서 땀을 뺀 후 연못 앞 정자에서 머리를 식히거나 산책을 즐겨도 좋다. 나무향기는 독특하게 중학생 이상만 입장 가능하다. 또 정원을 정하고 선착순으로 입장을 마감한다. 이곳을 찾는 사람들에게 가장 편안한 휴식을 선사하기 위해서다. 이런 확고한 운영 방침 덕에 고요하고 평화롭게 한옥의 운치와 한증욕을 즐길 수 있어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다향의 깊은 여운이 남는 한옥 찻집, 차 마실 산
[왼쪽/오른쪽]폐가로 방치된 한옥을 기존 틀을 살려 재생시킨 찻집 / 앉아서도 바깥 풍경을 볼 수 있도록 눈높이를 낮춰놓은 창도예가 출신 주인장의 손길이 느껴지는 아기자기한 인테리어
사과밭이 가득한 춘천 신북읍 유포리. 농가들만 모여 있는 한적한 동네에 찻집 하나가 들어섰다. 같은 모양새를 한 집이 몇 채 늘어서 있는데 그중 하나가 ‘차 마실 산’이다. 하얀 담장 기와 끝을 수놓은 알록달록한 그림과 작은 간판이 아니면 누구도 알아채지 못할 만큼 동네 풍경을 거스르지 않은 채 다소곳이 앉아 있다.
서울, 그것도 강남에서만 살아온 서울깍쟁이가 춘천의 유포리라는 시골로 사과를 사러 왔다. 그런데 이 동네가 정말 마음에 들어 눌러앉기로 결심했다. 빈집으로 덩그러니 남아 있던 집 한 채가 눈에 들어왔다. 집을 팔 생각이 없다던 주인을 한참이나 설득한 끝에 드디어 이 집의 주인이 되었고, 한옥의 원형을 그대로 유지한 채 손을 봤다. 외양간이 있던 자리에 생활할 공간을 만들고, 본채를 따사로운 찻집으로 꾸몄다.
주인이 도예가 출신인지라 인테리어 소품, 그릇 하나에도 감각이 묻어난다. 직접 천연염색한 소품들도 마음을 사로잡는다. 하동에서 공수해오는 녹차와 ‘로컬 푸드’ 원칙에 충실한 재료로 만들어내는 다른 차와 다식도 훌륭하다. 웬만한 재료는 모두 동네에서 구한다. 동네에서 자라는 복숭아와 사과로 만드는 슬러시, 마당의 밤나무에서 나는 밤으로 만드는 다식 등 건강하고 정직한 먹거리가 몸과 마음을 풍요롭게 한다.
겨울철에 이곳을 찾는다면 가장 안쪽 방으로 들어가자. 절절 끓는 아랫목에 앉아 있으면 절로 몸이 노곤해진다. 따뜻한 차와 맛난 다식까지 곁들이노라면 세상 모든 근심이 녹아내리는 듯하다. 꽃피는 봄이 오면 주방 옆 첫 방을 차지하자. 앉은 자리로 눈높이를 맞춘 작은 창을 통해 서울 강남 토박이를 유포리 이 자리에 잡아둔 어여쁜 복사꽃을 만나게 되리라.
한옥과 게스트하우스의 만남, 나비야
포근한 분위기의 객실
한옥도, 게스트하우스도 드문 춘천이기에 ‘나비야’는 더욱 특별하다. 한옥으로 된 게스트하우스이니 춘천에서는 보기 드문 곳이다. 나비야의 주인장은 한옥이 좋아 한옥 짓는 법을 배우고 손수 집을 지었다. 전국 각지에서 철거되는 한옥을 직접 찾아다니며 자재를 구했다. 기둥, 문짝, 목재 등 마음에 드는 자재들을 가져와 지은 덕에 세월의 손때가 그대로 묻어난다. 들꽃과 산나물에 조예가 깊은 주인장은 처음에 이곳을 식당으로 운영하다가 2011년 말에 게스트하우스로 업종을 변경했다.
춘천 게스트하우스 제1호 격인 나비야는 한적한 시골 동네에 위치하고 한옥에 넓은 마당까지 갖춰 일반 게스트하우스와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마당 가득 계절 따라 피고 지는 들꽃 구경과 주변 강길을 따라 달리는 자전거 나들이가 즐겁다. 저녁이면 닭갈비 숯불 바비큐 파티가 열려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놓치지 말아야 할 한옥 테마 공간, 바오밥 & 모움
오래된 한옥 그 자체가 매력적인 카페 바오밥공예가들이 문을 연 갤러리 카페
그 밖에도 춘천에는 눈여겨볼 한옥 테마 공간이 있다. 먼저, 춘천에 살아도 아는 사람들만 아는 ‘바오밥’이라는 카페가 있다. 일부러 찾아가지 않는 한 우연히 만나기는 어려운 위치에 있다. 오래되고 낡은 한옥 한 채가 ‘바오밥’이라는 어울리는 이름을 달고 서 있다. 주인장의 설명에 따르면 1882년에 지어진 건물이라니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세월이 흐르면서 그 모습은 물론 변했지만 대들보에는 건물이 지어진 연도가 고스란히 남아 있다. 바오밥은 춘천에 카페 붐이 일기 훨씬 이전인 2004년에 문을 열었다. 유화제나 팽창제 등 인공 첨가물을 넣지 않은 풍미 깊은 케이크로 유명하다. 단숨에 입을 현혹하기보다는 먹을수록 깊은 맛이 느껴지는 케이크를 주인장이 매일매일 2~4가지씩 종류별로 구워낸다. 한우 등심으로 푸짐하게 만들어내는 한우 스테이크도 인기.
2013년 12월에는 약사천 바로 앞에 갤러리 카페 ‘모움’이 문을 열었다. 오래된 근대식 한옥이 모여 있는 공간에 폐가를 리모델링해서 만들었다. 공예작가들이 모여 설립한 춘천공예협동조합에서 운영한다. 생태공예, 도자기, 섬유, 한지, 닥종이, 비누․양초 등 각 분야 공예가들의 공동 작업장이자 전시장이며 카페 역할도 한다. 세미나와 체험, 교육이 함께 진행되는 특별한 갤러리 카페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앞으로 주변의 근대식 한옥도 점차 작업장 등으로 개조해나갈 예정이다.
첫댓글 춘천 한옥마을에서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리는듯 합니다 ㅎㅎ
갸까우니 고운맘님 다녀 오세요..^^
이 곳에 전화번호 좀 올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