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월 가을 저녁에
물은 희고 길구나, 하늘보다도.
구름은 붉구나, 해보다도.
서럽다, 높아 가는 긴 들 끝에
나는 떠돌며 울며 생각한다, 그대를.
그늘 깊이 오르는 발 앞으로
끝없이 나아가는 길은 앞으로.
키 높은 나무 아래로, 물 마을은
성긋한 가지가지 새로 떠오른다.
그 누가 온다고 한 언약(言約)도 없건마는!
기다려 볼 사람도 없건마는!
나는 오히려 못 물가를 싸고 떠돈다.
그 못물로는 놀이 잦을 때.
이 시는 가을 저녁에 나는 온다고 한 언약도 없는 그대를 생각에 울면서 떠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시의 전체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다.
가을 저녁에 흐르는 강물은 하늘보다도 희고 길다. 구름은 해보다도 붉다. 높아 가는 긴 들 끝에서 나는 떠돌며 울며 그대를 생각한다. 그늘이 깊어진 저녁에 끝없이 나아가는 길은 앞으로 뻗어 있고 그 길을 걸으니. 키 높은 나무 아래로 물가의 마을이 성긋한 가지가지 사이로 보인다. 그 누가 온다고 한 언약(言約)도 없고, 기다려 볼 사람이 없음에도 나는 오히려 못의 물가를 싸고 떠돈다. 그 못물에는 노을이 잦아지는 때이다.
이 시를 구절별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가을 저녁에’은 시간적 배경으로 화자가 그대를 울며 생각하는 시간이다.
‘물은 희고 길구나, 하늘보다도. / 구름은 붉구나, 해보다도. / 서럽다, 높아 가는 긴 들 끝에 / 나는 떠돌며 울며 생각한다, 그대를.’는 강물은 하늘보다 희고 길고 구름은 저녁 해보다도 붉고 나는 높아 가는 가을 하늘 아래의 긴 들 끝을 떠돌며, 울며 서럽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그늘 깊이 오르는 발 앞으로 / 끝없이 나아가는 길은 앞으로. / 키 높은 나무 아래로, 물 마을은 / 성긋한 가지가지 새로 떠오른다.’는 저녁의 그늘이 깊이 드리운 끝없는 길을 앞으로 걸어 키 높은 나무 아래에 도착하니 성긴 듯한 가지가지 사이로 강물 아래 있는 마을이 새롭게 보인다는 말이다.
‘그늘 깊이 오르는’은 화자가 가는 길이 저녁이 되어 그늘이 깊다는 것으로 보인다.
‘발 앞으로’는 앞으로 간다는 말로 보인다. ‘물 마을’은 강물가에 있는 마을을 지칭하는 것이다.
‘그 누가 온다고 한 언약(言約)도 없건마는! / 기다려 볼 사람도 없건마는! / 나는 오히려 못 물가를 싸고 떠돈다. / 그 못물로는 놀이 잦을 때.’는 온다고 한 사람도 없고 기다릴 사람도 없는데 나는 못물가를 노을이 사라질 때에 돌아다는 다는 말이다.
가을 저녁, 쓸쓸하고 외로운 때이다. 누군가 옆에 있기를 바라는 마음. 꼭 가을만이 아니어도 누군가 옆에 있기를 바라는 사람은 외로운 사람이리라.20180905수후0438전한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