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 다닐 때는 혈액검사 결과 O형이라고 해서 그런 줄로만 알았다ㆍ
그런데 결혼하고 임신 초기 입덧을 심하게 했다ㆍ
물만 먹어도 토하다가 나중엔 피를 토했다ㆍ
결국 병원에 입원을 했다ㆍ
음식을 먹지는 못 해도 영양제 주사를 맞으며 심신의 안정을 찾아가는데
의사가 난감한 표정으로 헐레벌떡 뛰어왔다ㆍ
''혹시나 해서 2번이나 검사를 의뢰했는데 혈액형이 RH-O형 입니다ㆍ
본인 혈액형을 제대로 모르셨네요ㆍ
RH-혈액형은 수혈을 받을 때도 희귀 혈액형이라 어려움이 있지만
RH-엄마가 RH+의 아기를 임신한 경우는 문제가 됩니다ㆍ
태아의 혈액이 엄마의 혈중으로 옮겨가는 경우 RR+항체가 생겨요ㆍ
이로인해 첫 아이는 대부분 별 문제 없이 출산하게 돼요ㆍ
하지만 두 번째 임신부터는 RH+의 아기인 경우 이미 형성된 항체가 태아를 공격해
사산되거나 유산의 가능성이 높아요.
경우에 따라 태아에게 적아세포증이 올 수 있어요ㆍ
미성숙한 태아의 적혈구를 파괴시켜 죽게하는 현상이죠ㆍ
아기는 태어나면서 빈혈에 시달리거나 심한 경우 사산이나 유산이 될 수 있어요ㆍ
수혈거부 반응이 오기도 하고 교환수혈을 해야 하기도 하고 장애가 생길 수도 있어요ㆍ''
의사의 친절한 설명이 끝났을 때 눈앞이 캄캄했다ㆍ
소중한 생명을 품을 수 있어 감사했는데 생각지도 못한 난관이었다ㆍ
하필이면 왜 내게 이런 일이 생겼을까 생각하니 걱정이 몰려왔다ㆍ
''너무 걱정마세요ㆍ출산 예정일에 맞춰 혈액은 미리 준비하면 됩니다ㆍ
태아의 적혈구 파괴를 막는 RH면역글로블린 주사를 임신 28주~30주 사이에 맞으면 되고,
출산 직후 72시간 안에 맞으면 불행한 일을 막을 수 있어요ㆍ''
의사는 잔뜩 겁에 질린 나를 안심 시키며 차분하게 설명해 주었다ㆍ
그런데 출산 예정일보다 10일이나 먼저 나오려는 아기를 정상분만하기 어려워 제왕절개 수술을 해야 했다ㆍ갑작스런 일이라 준비된 혈액은 없었지만 의사는 무사히 수술을 마쳤고
나는 건강한 아들을 얻었다ㆍ
그런데,딸만 다섯인 우리집에 동생들이 결혼을 하면서 놀라운 일이 생기기 시작했다ㆍ
둘째가 아기를 출산한 후 연락이 왔다ㆍ
''언니,어떻게 해ㆍ우리 아기가 RH-O 형이래.''
셋째가 결혼 후 임신하더니 놀라서 전화를 했다ㆍ
''언니, 어떻게 해.내가 RH-O 형이래.''
넷째 역시 쌍둥이를 임신한 것보다 더 놀라서
''언니,어떻게 해ㆍ내가 RH-AB형이래.''
다섯째 막내는 다행히도 전화가 없었다ㆍ
동생들도 무사히 출산하고 아이들도 건강하게 잘 컸다ㆍ
희귀 혈액형이다 보니 헌혈을 할 때는 결정적으로 사람의 생명을 구할 수 있다.
가장 기억에 남는 헌혈은 자궁외 임신으로 과다출혈로 유산한 셋째 동생에게
헌혈을 해 목숨을 구한 것이다ㆍ
토요일 오후 긴급하게 TV방송 자막으로 RH-O형 혈액을 구한다는 요청이 나갔지만
생각보다 전화는 오지 않았다ㆍ
철원에 있는 군인 장교 한 분이 전화 주셨지만 거리도 멀고 주말인데다 피서절정인
기간 대관령은 당시 상습정체였다ㆍ
결국 내게서 한 번에 뺄 수 있는 200미리의 혈액으로 동생의생명을 구했다ㆍ
또 한 분은 지인의 아버지다ㆍ
한밤중인 밤 11시에 위천공으로 위급한 수술을 해야하는데 혈액이 필요하다고 연락이 왔다ㆍ
그분도 육십이 넘었지만 본인이 RH-O혈액형이라는 것을 모르다가 수술을 받게 되면서
알게 되었다고 했다ㆍ
잠을 자려다 급하게 병원에 달려가 헌혈을 했다ㆍ
그분도 건강을 회복하고 무사히 퇴원했다.
요즘 코로나19 영향으로 혈액이 매우 부족하다고 한다ㆍ
그래도 그 사정을 외면하지 않고 헌혈에 동참하고 계신 분들이
있어서 감사하다ㆍ
헌혈은 정말 귀한 봉사다ㆍ
생명을 구하는 일이기 때문이다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