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일아함경_36. 청법품(聽法品)[5]
[3.3]
그때 인간 세상의 사부대중들은 오랫동안 여래를 뵙지 못하자 아난에게 가서 물었다.
“여래께서는 지금 어디에 계십니까?
간절히 뵙고 싶습니다.”
아난이 대답하였다.
“나도 여래께서 어디 계신지 모르오.”
이때 바사닉왕과 우전왕(優塡王)도 아난에게 와서 물었다.
“여래께서는 지금 도대체 어디 계십니까?”
아난이 대답하였다.
“대왕이시여, 저도 여래께서 어디 계시는 모릅니다.”
두 왕은 여래를 그리워하다가 결국 병이 났다.
그러자 많은 신하들이 우전왕에게 아뢰었다.
“지금 무슨 병에 걸리셨습니까?”
왕이 대답하였다.
“나는 지금 근심으로 병이 들었다.”
모든 신하들이 말하였다.
“어떤 근심으로 병이 들었습니까?”
그 왕이 대답하였다.
“여래를 뵙지 못하기 때문이다.
만일 내가 여래를 뵙지 못한다면, 곧 죽을 것이다.”
신하들은 곧 이런 생각을 하였다.
‘어떤 방법을 써야 우전왕께서 돌아가시지 않으실까?
우리 이제 여래의 형상을 만들자.’
그때 신하들이 왕에게 아뢰었다.
“저희들이 여래의 형상을 조성하고자 합니다.
그러면 공경하고 섬기며 예배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왕은 이 말을 듣고, 너무 기뻐 어쩔 줄 모르면서 신하들에게 말하였다.
“훌륭하구나. 그대들의 말이 참으로 미묘하구나.”
신하들이 아뢰었다.
“어떤 보배로 여래의 형상을 조성하오리까?”
그때 왕은 곧 온 나라 안의 뛰어난 조각가들에게 명령하였다.
“내가 지금 여래의 형상을 조성하고자 하노라.”
솜씨 좋은 장인(匠人)이 대답하였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대왕이시여.”
그때 우전왕은 곧 우두전단(牛頭栴檀)나무로 높이 다섯 자 되는 여래상을 만들었다.
그때 바사닉왕은 우전왕이 높이 다섯 자 되는 여래상을 만들어 공양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바사닉왕도 온 나라 안의 뛰어난 조각가를 불러 명령하였다.
“내가 지금 여래의 형상을 조성하고자 한다. 너희들은 즉시 준비하라.”
이때 바사닉왕은 이렇게 생각하였다.
‘어떤 보배로 여래의 형상을 조성할까?’
조금 있다가 다시 생각하였다.
‘여래의 몸은 마치 순금처럼 누렇다.
이제 금으로 여래의 형상을 만들리라.’
그래서 바사닉왕은 순전한 자마금(紫磨金)으로 높이 다섯 자 되는 여래상을 만들었다.
그때 염부리 안에 비로소 두 개의 여래형상이 있게 되었다.
[3.4]
그때 사부대중들이 아난에게 찾아가 물었다.
“저희들이 간절하게 여래를 뵙고 싶습니다.
지금 여래께서는 어디에 계십니까?”
아난이 대답했다.
“저도 여래께서 어디 계시는지 모릅니다. 우리 다 같이 아나율(阿那律)에게 가서 이 일을 물어 봅시다. 왜냐하면 존자 아나율은 천안(天眼)이 제일이어서 청정하여 더러움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분은 천안으로 1천 세계ㆍ2천 세계ㆍ삼천대천세계(三千大天世界)를 환히 다 보고 압니다.”
이때 아난이 사부대중들과 함께 아나율에게 찾아가 물었다.
“지금 이 사부대중들이 저에게 찾아와 지금 여래께서 어디 계시는지를 물었습니다. 원컨대 존자께서 천안으로 여래께서 지금 어디 계신지 살펴봐 주십시오.”
그러자 존자 아나율이 대답하였다.
“여러분 잠시만 계십시오. 제가 지금 여래께서 어디 계신지 살펴보겠습니다.”
그때 아나율은 몸과 마음을 바르게 하고 생각을 매어 앞에 두고, 천안으로 염부리 안을 살펴보았지만 보이지 않았다.
그는 다시 구야니(拘耶尼)ㆍ불우체(弗于逮ㆍ울단왈(鬱單曰)을 살펴보았지만 보이지 않았다.
그는 다시 사천왕ㆍ삼십삼천ㆍ염천(豔天)ㆍ도술천(兜術天)ㆍ화자재천(化自在天)ㆍ타화자재천(他化自在天)을 골고루 살펴보고 심지어는 저 범천(梵天)까지 죄다 살펴보았지만, 그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다시 1천 염부지(閻浮地ㆍ1천 구야니(瞿耶尼)ㆍ1천 울단왈ㆍ1천 불우체ㆍ1천 사천왕ㆍ1천 염천ㆍ1천 도솔천ㆍ1천 화자재천ㆍ1천 범천을 골고루 살펴보았지만 여래를 볼 수 없었다.
다시 삼천대천세계의 모든 국토를 살펴보았지만 또한 보이지 않았다.
그는 곧 자리에서 일어나 아난에게 말하였다.
“제가 지금 삼천대천세계의 모든 국토를 살펴보았지만, 보이질 않습니다.”
그때 아난과 사부대중들은 잠자코 있었다.
아난이 생각하였다.
‘여래께서 반열반(般涅槃)하시려는 것은 아닐까? ’
그때 삼십삼천들은 저희들끼리 말하였다.
“우리는 좋은 이익을 얻었다. 원컨대 일곱 부처님께서 항상 세상에 나타나 계시면 천상과 인간은 많은 이익을 얻을 것이다.”
어떤 천자는 이렇게 말하였다.
“일곱 부처님은 그만두고 여섯 부처님만 계셔도 너무 좋겠다.”
어떤 천자가 말하였다.
“다섯 부처님만이라도 계셨으면 좋겠다.”
혹은 네 부처님, 세 부처님을 말하고 혹은 “두 부처님이라도 이 세상에 출현하시면 많은 이익이 있을 것이다.”
이때 석제환인이 여러 하늘들에게 말하였다.
“일곱 부처님과……(이하 생략)……두 부처님은 고사하고 지금 저 석가문(釋迦文)부처님만이라도 이 세상에 오래 계신다면 많은 이익이 있을 것이다.”
그때 여래께서는 모든 하늘들을 오게 하고 싶어하면 하늘들은 곧 오고, 여러 하늘들을 가게하고 싶어하면 하늘들은 곧 떠났다. 삼십삼천들은 저희끼리 말하였다.
“여래께서는 왜 종일 잡수시는 걸까?”
그러자 석제환인이 삼십삼천에게 말하였다.
“여래께서는 지금 인간세계의 시간에 맞춰 잡수시고 천상세계의 시간을 쓰시지 않기 때문이다.”
그때 세존께서는 그곳에서 석 달을 지내고 이렇게 생각하셨다.
‘지금 염부리의 사부대중들은 너무 오랫동안 나를 보지 못해 매우 애가 탈 것이다. 나는 이제 신통을 버리고 저 성문들로 하여금 내가 삼십삼천에 있는 줄을 알게 하리라.’
여래께서는 곧 신통을 버리셨다.
[4.2]
이때 우발화색(優鉢華色) 비구니는 오늘 여래께서 염부제(閻浮提) 승가시의 못 가로 오신다는 소식을 듣고 이렇게 생각하였다.
‘사부대중들과 국왕과 대신과 온 나라 백성들이 모두 빠짐없이 나갈 것이다.
만일 내가 평상시의 모습으로 나간다면, 그것은 옳지 못할 것이다.
나는 이제 전륜성왕의 형상으로 세존을 뵈러 가리라.’
우발화색 비구니는 곧 자신의 모습을 숨기고 전륜성왕의 모습이 되어 7보를 두루 갖추었다.
7보란 이른바 윤보(輪寶)ㆍ상보(象寶)ㆍ마보(馬寶)ㆍ주보(珠寶ㆍ옥녀보(玉女寶)ㆍ전병보(典兵寶)ㆍ전장보(典藏寶)이니, 이것을 7보라고 한다.
그때 존자 수보리(須菩提)는 라열성(羅閱城)의 기사굴산(耆闍崛山) 어느 산기슭에서 옷을 깁고 있었다.
수보리는 오늘 세존께서 염부리 땅으로 오신다는 소식을 듣고,
‘사부대중들이 빠짐없이 뵈러 갈 것이니, 나도 지금 제때에 가서 여래께 문안하고 예배해야 하리라’고 생각하였다.
존자 수보리는 옷 깁기를 그만두고 자리에서 일어나 오른쪽 무릎을 꿇었다.
그는 다시 이렇게 생각하였다.
‘저 여래의 형상에서 무엇이 세존인가?
눈ㆍ귀ㆍ코ㆍ입ㆍ몸ㆍ뜻이 그것인가?
찾아가 뵈려는 자도 또한 땅ㆍ물ㆍ불ㆍ바람 4대(大)로 되어 있지 않은가?
일체 모든 법은 다 비고 고요하여 지을 것도 없고 지어진 것도 없다.
그것은 세존께서 게송으로 말씀하신 것과 같다.
만일 부처님께 예배하려고 하거나
가장 높은 이들께 예배하려 하거든
갖가지 종류의 음(陰)과 지(持)와 입(入)
그것들은 모두 다 덧없다 관찰하라.
먼 옛날 과거의 부처님들과
또 미래에 오실 부처님도
지금 현재의 부처님처럼
이들은 모두 다 무상(無常)한 것이니라.
만일 부처님께 예배하려 하거든
지난 과거와 다가올 미래
그리고 지금 현재에 대해
공(空)한 법이라고 관찰하여라.
만일 부처님께 예배하려 하거든
지나간 과거와 다가올 미래
그리고 현재와 모든 부처님
나라고 할 것도 없는 것이라고 생각하여라.
그 속에는 나[我]도 없고 목숨[命]도 없으며 남[人]도 없다.
지을 것도 없고 지어진 것도 없으며, 형용할 가르침도 없고 가르치는 자도 없다.
모든 법은 비고 고요한데, 어느 것이 나[我]인가?
나라고 주장할 만한 것이 없다.
나는 이제 진실한 법의 무더기에 귀의하리라.’
그래서 존자 수보리는 도로 앉아 옷을 기웠다.
그때 우발화색 비구니는 전륜성왕의 모습으로 7보를 앞뒤에 거느리고 세존께서 오신다는 곳으로 나갔다.
이때 다섯 나라 왕들은 멀리 전륜성왕이 오는 것을 보고 너무 기뻐 어쩔 줄 모르며 저희들끼리 말하였다.
“참으로 기이하고 참으로 놀랍다.
이 세상에 여래와 전륜성왕 두 보배가 나타나다니.”
그때 세존께서는 수만의 하늘 신들을 거느리고 수미산 꼭대기에서 못 가로 내려 오셨다.
세존께서 발을 들어 땅을 밟으시자 이 삼천대천세계(三千大天世界)는 여섯 가지로 진동하였다.
이때 신통변화로 나타난 전륜성왕이 점점 세존께 가까이 다가가자, 여러 작은 나라 왕들과 백성들은 모두 피하였다.
그때 신통변화로 나타난 성왕(聖王)은 세존께서 가까이 오신 것을 알고, 다시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가 비구니가 되어, 세존의 발에 예배하였다.
다섯 왕들은 그것을 보고 원망하면서 저희들끼리 수군거렸다.
“우리는 오늘 큰 손해를 보았다.
우리가 먼저 여래를 뵈어야 마땅한데 저 비구니가 먼저 뵈었다.”
비구니는 세존 앞에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배하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는 이제 가장 높은 분에게 예배합니다.
오늘 제일 먼저 뵐 수 있었던 저 우발화색 비구니는 바로 여래의 제자입니다.”
그때 세존께서는 그 비구니를 위해 이런 게송을 말씀하셨다.
착한 업으로 먼저 예배했으니
그대가 최초라 해도 허물이 없겠지만
텅 비어 아무것도 없는 저 해탈문(解脫門)
이것이 부처님께 예배하는 이치이니라.
만일 부처님께 예배하려 한다면
장차 다가올 미래와 지나간 과거
모두 공한 법이라 관찰하여라.
그것이 부처님께 예배하는 이치이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