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화 칼럼] “수비전술에 대해 논한다”②
U-20 대표팀 선수들의 훈련을 지켜보는 박성화 감독 ⓒ스포탈코리아 4백의 특징
4백 시스템은 일단 많은 변화가 필요없다. 4백을 서면 상대팀의 다양한 공격전술에도 특별한 주문 없이 우리의 틀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상대팀이 원톱으로 나오면? 투톱으로 나오면? 3톱으로 나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라는 고민을 할 필요가 없다.
4-2-3-1' 4-3-3 등도 모두 4-4-2의 변형전술이라고 할 수 있는데' 움직임 자체가 그대로 가기 때문에 상대의 어떤 선수가 어떤 움직임을 보인다 해도 수비조직 자체만 흔들리지 않는다면 커버할 수 있다. 3백이 상대 공격에 따라 수비라인에도 변형을 줘야 한다면' 4백은 그 틀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예전에 유럽이나 남미를 다니면서 왜 저렇게 4백을 많이 쓰나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다 이유가 있었다. 특히 각국 정상급 프로구단의 경우에는 대다수가 4백을 활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4백의 또 다른 특징은 위치게임을 해줘야 한다는 점이다.
수비 시에도 전체 틀 안의 자기 위치를 크게 벗어나지 않은 상태에서 서로 볼 상황에 따른 움직임을 펼치고' 서로 커버하고 협공해야 한다.
수비에서 볼을 차단했다고 가정해 보자. 만약 자기 위치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채 볼을 차단했다면 바로 공격으로 이어져가는 플레이가 원활하다. 보통 맨투맨일 경우 수비 시에는 상대팀 공격에 따라 수비 쪽 움직임이 많이 바뀌게 된다. 따라서 볼을 차단해 공격으로 전환하려고 했을 때 패스할 선수가 없는 경우가 많다.
예전 같으면 공수 폭이 70미터까지도 벌어지는 상황에서 경기했기 때문에 다시 미드필드를 한 바퀴 돌고도 갈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있었지만' 지금은 볼을 빼앗은 그 순간부터 바로 압박을 당하는 상황이다. 그런 상태에서 동료가 공격 위치에서 벗어나 있다면 공격으로 매끄럽게 이어질 수 없는 것은 자명하다. 그렇게 되면 상대가 달려들고 패스 줄 선수는 보이지 않으니 결국 급한 대로 한 번에 길게 찰 수밖에 없게 된다.
현대축구는 20미터의 폭 안에 20명의 선수가 밀집되어 볼 쟁탈전을 벌이기 때문에 그 복잡한 상황에서 여유 있게 주위를 찾아가며 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빨리 그 지역을 벗어날 수 있어야 하고 그런 면에서 4백이 유리한 점이 있다. 항상 자기 위치를 지켜주기 때문에 볼 가까이에서 도와주는 선수가 있기 마련이다.
그렇기 때문에 축구이론가들도 4백 시스템에 대해 수비를 강력하게 할 수 있는 장점과 함께 수비에서 공격으로 이어져가는 것이 빠르고 원활하다는 것을 높이 평가하곤 한다.
물론 4백도 공격을 시도할 때 상황에 따라서는 숫자가 모자라는 경우도 있다. 4백 자체가 수비전술인데다가 윙들이 많이 들어와 있다 보면 미처 공격으로 나가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그럴 때는 양 윙백을 공격에 많이 활용하면 공격적으로 변화를 꾀할 수 있다. 브라질 같은 경우는 양 윙백을 매우 공격적으로 활용하는데' 그렇게 되면 3백보다 더 공격적인 축구를 펼칠 수 있다.
김용갑 코치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박 감독 ⓒ스포탈코리아 3백에 대한 간단한 설명
사실 3백도 마찬가지이다.
모든 전술은 볼을 중심으로 위치선정을 해야 한다는 기본조건이 있다. 다만 4백은 볼이 중앙에 있든 측면에 있든 자기 위치에서 당겨주면 되지만' 3-5-2 시스템이나 요즘 유행하는 3-4-1-2 시스템을 보면 측면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4-4-2에서는 윙백과 측면 미드필더' 즉 2명이 측면공간을 담당해 측면 수비전술을 펼치기 편한 면이 있지만' 3-4-1-2나 3-5-2에서는 윙백 1명만이 측면공간을 담당하기 때문에 중앙에서는 괜찮지만 측면에서 상대팀이 변화를 줬을 때 놓치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
어느 전술이든 중앙은 어차피 상당히 밀집된 상태이고' 그런 상황에서 중앙을 공략하는 것은 힘들다. 따라서 측면으로 볼을 많이 전환하는데' 4백에서는 수비 시 포워드가 지능적인 압박을 통해 상대가 측면으로 볼을 차도록 유도한 뒤 측면 미드필더부터 접근해 본격적으로 수비에 들어가게 된다.
이렇듯 4백에서는 위치가 조절되어 있기 때문에 편한 반면 3백에서는 그것이 조금 애매하다.
상대 윙이 한명 나오면 우리 윙백이 따라 나오게 되고' 그 상황에서 다른 선수가 돌아서 들어가면 그 선수를 포워드가 잡기도 애매한 경우가 생긴다. 만약 포워드에게 그 선수를 막는 책임까지 주면 공격까지도 안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이것도 위치게임이다.
3백에서 측면을 1명만 담당하다보니 상대가 측면으로 변환했을 때 자칫하다간 혼란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그것을 지혜로운 위치게임으로 커버해야 한다.
예를 들어 3-4-1-2에서 1의 위치에 박주영이 있다고 하자.
상대가 3백을 서서 넓게 벌린 상태에서 포워드 한 명은 오른쪽 스토퍼를 잡으러 나가고' 반대편 포워드는 왼쪽 스토퍼를 잡으러 나간다. 그리고 주영이는 미드필드 쪽으로 조금 내려와 있고...
상대가 오른쪽으로 공격을 전개하면 반대편 포워드는 미드필드로 내려오고' 중앙 미드필더 백지훈-오장은이 왼쪽으로 당겨주면서 반대편을 비워두면 된다. 그러면 4백과 똑같이 볼 중심의 압박수비가 가능하다. 그리고 주영이가 앞으로 나가있는 상황에서는 포워드가 그 역할을 대신 해줘야 한다. 볼이 있는 곳 중심으로 많이 당겨줘야 하고' 반대편은 많이 비워두는 위치선정이 필요하다.
윙백이 매번 상대 윙을 마크하는 것이 아니고' 상황에 따라서는 변화될 수 있다. 우리가 공격하다가 차단됐을 경우 선수들의 위치가 바뀔 수 있는데' 가장 가까이에 있는 선수가 우선 그 주위를 압박해 들어가고' 다른 선수들이 커버에 들어가는 형태가 필요하다. 만약 현재 포워드가 윙쪽으로 내려와 있다면 빨리 풀백 위치를 커버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약속된 움직임을 몇 개 가르쳐주면 어차피 공수의 폭이 상당히 좁아져있기 때문에 과거처럼 그렇게 많은 양을 뛰지 않아도 된다. 의외로 어린 선수들이 수비전술을 잘 이해하고 있어서 쉽게 적응하고 있다.
한편 3백의 특징은 3명의 중앙수비가 항상 위치를 선점하고 있다는 것이다.
3명의 중앙수비가 항상 고정적으로 위치를 지키고 있기 때문에 안정적이며' 이로 인해 2명의 윙백은 공격 시에 완전히 윙으로 활용할 수 있다.
그러나 앞에서도 이야기했듯이 3백은 윙백 1명이 측면을 담당하고 있어 상대의 측면공략에 애를 먹을 수 있기 때문에 양 측면 윙백들이 체력적으로 매우 강하고 뛰어나야 한다. 공격적인 면에서는 윙의 역할을 해줘야 하는 반면 수비 시에는 중앙의 3백과 함께 5백을 형성해줘야만 팀 전체가 안정될 수 있다. 상대 공격 시에 수비 가담이 늦어 5백이 형성되지 않으면 분명 문제가 생긴다. 결국 양 윙백의 기동력이 굉장히 뛰어나야 하고' 지능적이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U-20 대표팀이 최근 3백 시스템을 많이 사용했던 이유도 측면에서 활용할 수 있는 선수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4-4-2에서는 양 측면 윙백과 미드필더 등 총 4명이 필요한데' 우리에겐 그만한 자원이 없었다. 거기에다가 중앙수비의 중심 선수 2명(김진규' 이강진)이 빠졌기 때문에 4백에 대한 적응력도 떨어진 상태였고...고육지책이었다고 해야 할까. 그래도 나름대로 선수들이 잘 적응해줬기 때문에 그 흐름을 끊을 필요가 없었고' 또 요즘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는 (이)요한이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3백이 맞기도 하다. 4백에서는 요한이가 들어갈 위치가 애매해지기 때문이다. 어쨌든 세계대회에서는 3백과 4백을 적절히 활용할 생각이다.
수비라인 조절에 관한 훈련을 하고 있는 U-20 대표팀 ⓒ한태일 현대축구의 흐름 1- 빠른 템포의 축구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현대축구의 흐름을 빨리 읽어 적응해야 한다는 점이다.
현대축구는 점점 단순해지면서도 템포는 점점 빨라지고 있다. 좁은 지역에서 많은 선수가 엉켜있는 상황에서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주변을 읽는 눈과 빠른 볼 처리가 필수적이다.
일단 빠른 템포의 축구를 구사하기 위해서는 볼 컨트롤 능력이 좋아야 한다.
볼에 대한 퍼스트 터치가 제대로 안되는데 어떻게 빨리 경기를 전개해나갈 수 있겠는가.
그리고 패스 강도가 강해야 한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를 비롯해 유럽 리그에서 패스 나가는 것을 봐라. 낮고 빠르고 강하게 쭉 나가는 맛이 있다. 반면 우리는 너무 밋밋하다.
또한 최근의 축구를 살펴보면' 특히 미드필더 중에서 슬로우 스타일의 선수들이 많이 사라졌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사실 과거에는 슬로우 스타일의 선수들 중에서도 세계적인 선수들이 많았다.
그러나 요즘은 찾아보기 힘든 이유는 앞에서도 이야기했듯이 20-25미터 안에 선수들이 밀집되어 있는 상황에서 여유를 갖고 볼을 찰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 공간에서 선수 찾고 있거나 드리블하고 있다가는 단번에 빼앗기고 만다. 거기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빨리 볼 처리를 할 수밖에 없고' 그 준비가 되어 있지 않으면 상대에게 주도권을 내줄 수밖에 없다.
템포가 빨라지는 상황에서 우물우물할 시간이 없으며' 빨리 치고 벗어나든지' 빨리 주고 움직여야 한다. 또 상대에게 볼을 빼앗겼으면 빨리 수비전환도 해야 한다. 여기에 적응해야 한다.
다만 여기서 말하는 빠른 템포의 축구라는 것은 단순히 발이 빠르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물론 발까지 빠르다면 직접 공간을 치고 나간다든지' 수비에서 공격으로 전환되는 상황에서 빠르게 동료들에게 접근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에 더 좋은 것은 자명하지만...
권집의 예를 들어보자.
권집은 피지컬적인 스피드가 느리다. 스피드가 없기 때문에 스스로 치고 나가는 부분은 부족할 수밖에 없고' 공격 가담이나 공간을 파고 들어가는 것이 약한 면이 있다. 그러나 그 대신 순간 판단력이 좋고' 반응이 빠르기 때문에 볼을 연결해줄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활용할 수 있는 것이다. 경기의 맥도 잘 짚고' 지구력도 좋고' 공격 시 볼을 잘 빼앗기지 않는다. 몸 자체는 슬로우지만 타이밍에 맞춰 패스를 툭툭 넣어주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이런 것은 몸이 빠른 것과는 별개의 문제다. 피지컬적인 스피드는 빨라도 반응 자체가 느린 선수가 있다. 이런 선수는 힘들다.
선수들을 지도하는 박 감독 ⓒ스포탈코리아 현대축구의 흐름 2- 공수에서 적극적이고 성실한 자세 필수
예전에는 수비수만 수비를 했지만' 현대축구는 모든 선수가 볼을 빼앗기는 그 순간부터 수비를 해야 한다. 유럽의 각국 대표팀이나 유명 클럽들' 그리고 브라질-아르헨티나 등 남미팀들까지도 살펴보면 수비를 허술하게 하는 팀은 없다.
그리고 강한 투쟁정신과 성실함도 빼놓을 수 없다.
우리에게 친근한 히딩크 감독 역시 전 선수를 하나로 묶어놓고' 수비 가담능력이 좋고 정신력과 승부욕이 뛰어난 선수를 중용한다. 이것은 세계적인 흐름이다.
박지성이나 이영표를 보자.
이 선수들은 기본적으로 2002월드컵의 후유증이 없다. 성격 자체가 워낙 성실하다.
나도 같이 있어봤지만' 열심히 하라고 이야기할 필요가 없는 선수들이다. 스스로가 끊임없이 노력한다. 환경에 따라 흐름을 타는 선수들이 있는데' 그런 선수들은 큰 무대에서 적응하기가 쉽지 않다.
그리고 안정환을 살펴볼까.
믿겨지지 않겠지만 내가 대표팀 코치 및 감독대행으로 있을 때 가장 많이 뛰는 공격수가 안정환이었다. 가끔 무리하게 개인플레이를 하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굉장히 열심히 많이 뛴다. 내가 달리 봤을 정도였다. 안정환이 많이 뛰지 않는다는 것은 옛날 고정관념이다.
한국에 있을 때만 해도 그렇지 않았던 안정환이 변모한 이유는 물론 히딩크 감독이 많이 뛰게 했던 탓도 있지만' 이탈리아에서 배워왔기 때문이다. 안정환도 처음 이탈리아 갔을 때는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못 따라갔다. 쉼없는 공수전환에서 구경만 하고 있었다. 그런 곳에서 견디면서 배웠기 때문에 그 이후로는 굉장히 많이 뛴다.
경기장에서 걸어 다니는 선수는 국제무대 경험이 없기 때문이거나' 아니면 국제무대에 나가도 성공할 수 없다. 국제무대에서 맞붙는 상대는 모두 뛰어난 선수들이다. 그 선수들을 상대로 걸어 다니면 그것으로 끝이다. 어릴 때부터 수비는 공격수부터 바로 전환한다는 인식이 박혀 있어야 한다.
이와 같은 인식은 플레이 자체를 적극적으로 바꿔주기도 한다. 적극적으로 수비에 가담하고 많이 뛰게 되면 생각이나 행동도 바뀌게 되고' 공격 역시 더욱 적극적으로 행하게 된다. 소극적인 자세에서는 절대 수비가담을 하지 않고' 많이 뛰지 않는다.
외국 선수들은 안 뛰는 것 같은가.
피레스나 이런 선수들 봐도 거의 풀백 위치까지 내려온다. 감독이 자꾸 이야기하면 잔소리로 듣기 때문에 선수들에게 자꾸 세계적인 경기를 보라고 이야기한다. 그런 경기를 보면 느끼는 것이 있을 것이다.
물론 팀의 전략에 따라 공격수는 하프라인 밑으로 내려오지 못하게 하고' 공격에 전념하게 만드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는 공격수도 수비하는 방법을 알아야 하고' 볼이 상대에게 차단됐을 때 어떻게 해야 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항상 부지런하고 적극적인 자세가 되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U-20 대표팀에서도 청소년 선수들을 선발해놓으면 체력은 뛰어나다. 그런데 수비를 하지 않는다. 고교팀이나 대학팀에서는 팀의 주축선수에게 수비는 시키지 않고' 공격만 하도록 지시하기 때문이다.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현재 우리 제도에서는 한가하게 교육시킬 여력이 없고' 성적이 중요하기 때문에 알면서도 그렇게 시킬 수밖에 없다. 그렇게 성장한 선수들이 한 차원 높은 레벨을 접하거나 큰 무대에 나갔을 때는 상당한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선수들에게 전술적인 부분을 설명하고 있는 박 감독 ⓒ스포탈코리아 현대축구의 흐름 3- 운동장에서 자신의 100%를 모두 발휘해라.
예전 쿠엘류 감독님이 대표팀을 지도하면서 도저히 이해가 안된다고 했던 부분이 있다.
훈련을 할 때는 누구보다 성실히 따라오기 때문에 “좋아!”를 연발했지만' 막상 경기에서는 K리그를 봐도' 대표팀에서도 왜 저렇게 걸어 다니냐는 것이었다.
결국 선수들이 경기장에서 자신의 100%를 모두 발휘하고 나오지 못한다는 것인데' 이런 부분에 대해 설명을 해줘도 쿠엘류 감독님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었다. “선수가 경기장에서 100%를 발휘하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니냐”라는 것이었는데' 사실 쿠엘류 감독님 입장에서는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당연하다. 왜냐하면 이것은 유럽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우리 선수들은 분명 체력적인 부분이나 기술적인 부분에서 강하다. 그러나 승부근성에 있어서는 많이 떨어진다. 이것이 결국 자신의 100%를 경기장에서 모두 발휘하지 못하는 원인이다.
승부근성이란 것은 볼 경합 상황이나 볼을 소유했을 때 이 볼을 절대 빼앗기지 않겠다는 강한 집념이라 할 수 있다. 상대와의 승부(개인적이든' 팀간이든)에서 이기지 않으면 안된다는 각오' 만약 개인적인 승부에서 지면 어떻게든 다시 빼앗으려는 강한 집념' 강한 자존심이 필요하다.
이런 부분에 대한 인식이 어렸을 때부터 자연스럽게 배어 있어야 하는데' 우리는 그렇지 못하다. 어릴 때부터 경기장에 나가면 자신의 100%를 발휘할 수 있는 승부근성을 키워주고' 개인의 프라이드도 세워줘야 한다.
또 실수에 대해 야단치지 말고 잘못을 야단쳐야 한다.
볼을 빼앗겼다고 하면 빼앗긴 자체를 야단칠 것이 아니라 그 다음에 그냥 서 있는 것을 야단쳐야 한다. 볼을 빼앗기는 것은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볼 빼앗기는 것을 자꾸 야단치면 주눅이 들어 플레이 자체가 움츠러들기 마련이다. 빼앗긴 것이 문제가 아니라 그 이후에 그 볼을 다시 뺏으려는 의지를 갖고 움직여주는 것을 선수들에게 요구해야 한다.
예전에도 이야기한 적이 있는데' 네덜란드에서 이영표가 제대로 뛰지 않자 팀 동료가 바로 “너 때문에 졌다”라고 했다고 그러더라. 동료한테 이런 지적을 받는데 열심히 뛰지 않을 수 없는 것 아닌가. 이런 것이 의식 속에 배어 있어야 한다.
그리고 관중들 역시 살벌하다.
우리야 다소 열심히 하지 않아도' 약간 느슨해도 그런가 보다라고 넘어가지만 유럽이나 남미의 관중들은 선수들의 그런 모습을 용납하지 않는다. 팬들이 싫어하는 것은 물론 경기에서 패하는 것이겠지만' 그보다 더 싫어하는 것은 자기 팀 선수들이 100%를 발휘하지 않고 대충 경기를 마치는 것이다. 이런 경우 바로 질책이 들어온다.
이번 U-20 대표팀의 예전 경기를 보면 유난히 선수들이 근육경련이 많이 일어난 것을 알 수 있다. 박종진의 예를 보자.
종진이는 소속팀에서 경기 뛸 때 90분 풀게임을 뛰어도 한 번도 근육경련이 온 적이 없다고 한다. 그런데 아시아선수권에서 45분 뛰고 근육경련이 왔다.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가. 45분 뛰고 근육경련이 오는 선수가 팀에서는 90분을 멀쩡하게 뛰었다는 것은 과연 그 선수가 베스트로 뛰었다고 할 수 있겠는가. 비단 종진이 뿐만이 아니다.
만약 종진이를 비롯한 선수들에게 소속팀에서 뛰는 것과 같은 정도를 요구했다면 과연 U-20 대표팀이 제대로된 경기력을 보여줄 수 있겠나. 선수들에게 “너희가 안해서 그렇지' 체력이 없어서 그런 것이 아니다. 그 동안 이런 부분에 적응하지 못했기 때문에 그렇지만 서서히 적응해가고 있지 않느냐”라고 이야기했다. 왜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을 모두 끄집어내지 못하고 그냥 놔두냐 이거다.
예전 포항에 있을 때 박태하도 생각이 난다.
사람들은 태하가 경기장에서 뛰는 양을 보고 체력이 뛰어난 선수라고 생각하곤 한다. 그러나 실제로 체력훈련을 시켜보면 태하가 체력이 그렇게 강한 선수는 아니었다. 다만 태하는 정말 성실한 선수이고' 감독의 주문을 어떻게든 소화해내려는 의지를 갖고 있는 선수다. 결국 경기장에서 자신의 100% 이상을 끌어내기 때문에 그런 플레이를 보여줄 수 있었던 것이다.
결국 어렸을 때부터의 교육이 중요한데 11-12세의 어린 선수들에게 강한 체력운동을 시켜서는 안되겠지만' 경기장에 들어갔을 때 자신의 모든 것을 쏟을 수 있도록 위에서 말한 부분들을 머리에 입력시켜줘야 한다.
다음 기회에 또 축구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보겠다. 긴 글 읽어주신 분들에게 감사하다.
구술=박성화 U-20 대표팀 감독
정리=이상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