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유경 제2권
41. 비사사(毘舍闍) 귀신의 비유
옛날 두 비사사 귀신이 있었다.
그들은 상자 한 개와 지팡이 한 자루와 신 한 켤레를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두 귀신은 그것을 제각기 가지려고 시끄럽게 다투었으나 해가 지도록 해결하지 못하였다.
그때 어떤 사람이 와서 그것을 보고 물었다.
“이 상자와 지팡이와 신은 어떤 신기한 힘을 가지고 있기에 너희들은 그처럼 서로 성을 내면서 다투는가?”
두 귀신이 대답하였다.
“이 상자는 온갖 의복ㆍ음식ㆍ평상ㆍ침구 따위의 생활 도구가 다 그 안에서 나오고, 이 지팡이를 잡으면 어떤 원수도 모두 항복하여 돌아가며 감히 다투지 못합니다.
그리고 이 신만 신으면 사람으로 하여금 날아다니는 데 아무 걸림이 없게 합니다.”
이 사람은 그 말을 듣고 귀신들에게 말하였다.
“너희들은 내게서 조금 떨어져 있으라. 너희들에게 골고루 나누어주겠다.”
귀신들은 이 말을 듣고 이내 멀리 피하였다. 그
러자 그 사람은 곧 상자를 안고 지팡이를 든 채 신을 신고는 날아가 버렸다.
두 귀신은 깜짝 놀랐으나 결국 어쩔 수가 없었다.
그는 귀신들에게 말하였다.
“너희들이 다투는 것을 지금 내가 가져가니, 이제 너희들은 다투지 않게 될 것이다.”
비사사(毘舍闍)라는 귀신은 온갖 악마와 외도들을 비유한 것이고,
보시(布施)는 그 상자와 같아서, 인간이나 천상의 다섯 세계에서 사용하는 온갖 생활 도구가 다 그 안에서 나오며,
선정은 그 지팡이와 같아서, 악마와 원수와 번뇌의 적을 항복받고,
계율은 그 신과 같아서, 반드시 인간이나 천상에 오르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악마와 외도들이 상자를 다투는 것은 그들이 모든 번뇌 속에 있으면서 억지로 좋은 과보를 구하지만 아무 소득이 없는 데 비유한 것이다.
만일 선행과 보시와 계율과 선정을 닦아 행하면, 곧 괴로움을 떠나 도과(道果)를 얻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