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브로드웨이에서의 빛나는 밤 – “Drag: The Musical” 관람기
나는 시간이 될 때마다 브로드웨이 쇼나 콘서트를 찾아가는 편이다. 특별히 기대했던 작품이 아니라도, 내가 가진 멤버십에서 제공하는 공연이 있으면 기회가 닿는 대로 보러 간다. 뮤지컬을 볼 때는 항상 줄거리를 미리 살펴보는 습관이 있다. 영어가 제2의 언어인 나로서는 사전 지식 없이 공연장에 들어가면 이야기의 흐름을 따라가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오늘은 오프브로드웨이 뮤지컬 “Drag: The Musical”을 보러 갔다. 이미 여러 번 와 본 극장이었지만, 오늘따라 유독 활기가 넘쳤다. 객석은 빈자리를 찾아볼 수 없을 만큼 꽉 찼고, 관객들의 기대감이 극장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이 뮤지컬은 두 명의 라이벌 드래그 퀸, 알렉시스 길모어와 키티 갤러웨이가 서로 경쟁하면서도 더 큰 위협에 맞서야 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단순한 화려한 쇼가 아니라, 드래그 커뮤니티가 직면한 현실적인 문제들—퀴어 공간의 젠트리피케이션, AFAB 드래그 퀸이 되는 것의 정치적 의미, 이성애 특권의 문제까지—진지하게 탐구하는 작품이었다.
공연이 시작되자마자 무대의 화려한 비주얼과 배우들의 에너지에 압도되었다. 알래스카 썬더퍽은 키티 갤러웨이 역할로 무대에 등장하자마자 전기처럼 강렬한 존재감을 발산했다. 그녀는 관객을 단숨에 사로잡았고, 공연이 끝날 때까지 그 매력을 놓지 않았다. 전반적으로 이 작품은 캠프적인 유머와 따뜻한 감동이 완벽한 균형을 이루고 있었다. 노래는 중독성 강했고, 배우들의 보컬은 강렬하면서도 섬세했다.
무대 디자인과 의상 또한 눈부셨다. 무대 연출을 배운 적이 있어서인지 공연을 볼 때면 단순히 스토리만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연출자의 의도나 무대 장치의 의미까지 곰곰이 생각해보게 된다. 오늘 공연에서도 무대 장식 하나하나가 이야기의 흐름과 감정을 전달하는 중요한 요소였다. 조명과 의상의 조화, 그리고 배우들의 연기가 어우러져 관객을 완전히 몰입하게 만들었다.
쇼가 끝난 후에도 여운이 가시지 않았다. 정월대보름이라 보름달을 기대했지만, 맨해튼 하늘에서는 차가운 눈비가 내리고 있었다. 타임스퀘어의 화려한 전광판을 보며 뉴욕의 밤을 더 즐기고 싶었지만, 쌀쌀한 날씨에 결국 발길을 돌렸다. 하지만 마음만큼은 따뜻했다. 오늘 밤, 나는 무대에서 펼쳐진 환상적인 드래그 세계 속으로 빠져들었고, 그 감동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 또 한 편의 멋진 공연이 내 기억 속에 새겨졌다. 오프브로드웨이에서 보낸 이 특별한 순간을 오래도록 간직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