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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당집 제13권[1]
[초경 화상] 招慶
장경長慶의 법을 이었고, 천주泉州에서 살았다. 선사의 휘는 도광道匡이며, 한국漢國의 조주潮州 사람이다. 성은 이李씨이며, 민閩에 들어가서 이산怡山을 뵙고는 마음의 근원에 비밀스럽게 계합하였다. 나중에 천주의 왕태위王太尉가 법을 설하기를 청하였고, 이로 인하여 민왕이 자의紫衣를 하사하고, 호를 법인法因 대사라 하였다.
선사가 상당하여 양구했다가 말했다.
“대중은 자세히 들어라. 내가 그대들에게 진정하게 거양擧揚하려 하나니, 낙처落處를 알겠는가?
만일 낙처를 알거든 나오라. 대중이 증명하리라.
만일 없다면 한꺼번에 멍청하게 속게 될 것이다.”
이때 어떤 사람이 나서서 물었다.
“대중이 구름같이 모였으니 진정하게 거양해 주시기 바랍니다.”
선사가 양구했다가 말했다.
“듣는 이가 누군지 모르겠다.”
“듣는 이가 듣습니다. 어떤 것이 듣는 것입니까?”
“참새가 봉을 쫓아 나는 것이니라.”
“영산의 법회에서는 가섭이 친히 들었고, 초경招慶의 회상에서는 누가 보고 듣습니까?”
“그대가 듣겠는가?”
“그렇다면 가섭이 귀를 기울여 헛되이 이름만 얻은 것입니다.”
“다시 일착자一著子가 더 있으니, 어찌할 것인가?”
학인이 또 물으려는데, 선사가 할을 해서 내쫓았다.
또 언젠가 상당하여 말했다.
“옛사람이 말하기를,
‘문을 열고 친구를 기다리면 친구는 그 문 앞을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 했는데,
초경은 오늘 생명을 아끼지 않고 문 밖에 나서서 기다리노라.
내 뜻을 알아줄 이가 있는가?”
“어떤 것이 초경이 종지를 제창하는 구절입니까?”
“초경을 어둡게 하지 말라.”
학인이 절을 하고 일어나니, 선사가 또 말했다.
“초경을 어둡게 하지 말라고 한 것은 그대에게 당부한 것이고, 어디가 초경이 종지를 제창하는 곳인가?”
“무릇 말은 모두가 불요의不了義에 속한다 하는데, 어떤 것이 요의了義입니까?”
“만일 그대에게 말한다면 여전히 불요의이니라.”
“어째서 그렇습니까?”
“그대는 아까 무엇을 물었던가?”
“사자가 포효를 하기 전에는 어째서 뭇 짐승이 함께 삽니까?”
“놀라지 않기 때문이니라.”
“포효를 한 뒤에는 어째서 털과 깃이 떨어집니까?”
“그것은 그대의 몫이니라.”
“사자는 그만두고 화상께서 한 말씀 해주십시오.”
“그러한 때가 오면 그때 물어라.”
“부처님들께서는 세상에 나오시어 모든 중생들을 두루 이롭게 하셨는데, 초경이 세상에 나오는 것은 어떠합니까?”
“내가 그대의 눈을 멀게 할 수는 없느니라.”
“거처할 곳이 없는 곳에 학인이 몸을 세울 수 있겠습니까?”
“위로는 부족하고 아래로는 남음이 있느니라.”
“그렇다면 학인이 한 걸음 나아가겠습니다.”
“그대도 입으로만 해탈하지 말라.”
“어떤 것이 물음입니까?”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이다.”
“어떤 것이 대답입니까?”
“그대에게 무엇이라 했던가?”
“묻지도 않고 대답하지도 않을 때는 어떠합니까?”
“그대도 좀 다르게 하여야 좋을 것이다.”
“옛 부처님의 도량에 어찌하여야 이를 수 있습니까?”
“다시 어디를 가려느냐?”
“그렇다면 학인이 한 걸음 물러서겠습니다.”
“또다시 이리저리 헤매어 무엇 하려는가?”
“어떤 것이 학인의 본래의 마음입니까?”
“지금은 어떤 마음인가?”
“학인이 알아차리지 못하는 것이야 어찌합니까?”
“알아차리지 못하는 것을 알아차리면 되느니라.”
“이는 화상의 육신입니다. 어떤 것이 화상의 법신입니까?”
선사가 손으로 가슴을 치니,
다시 물었다.
“그렇다면 저에게 다 주신 것입니다.”
“이것은 법신인가, 육신인가?”
“한 알의 환단還丹은 철을 찍어서 금이 되게 하고, 묘한 이치의 한 말씀은 범부를 찍어서 성인이 되게 합니다. 스님께서도 저를 찍어 주십시오.”
“찍지 않겠노라.”
“어째서 찍지 않으십니까?”
“양인을 억눌러 상놈을 만들고 싶지 않기 때문이니라.”
“그렇다면 학인을 속이지 않으시는 것이겠습니다.”
“부질없는 말을 하지 말라.”
“사방에서 귀의하여 숭배합니다. 무슨 도리로 인천의 공양을 녹일 수 있겠습니까?”
“만일 한 물건이라도 의지한 바가 있으면 한 방울의 물도 녹일 수 없느니라.”
“한 물건도 남기지 않게 되면 녹일 수 있겠습니까?”
“위로는 부족하고 아래로는 남음이 있느니라.”
“비록 그렇다 하나 상도 있고 벌도 있습니다.”
“그 역시도 그대가 알아야 할 일이니라.”
“삼계가 망망忙忙한데 어찌하여야 벗어나겠습니까?”
“한 법도 버리지 않느니라.”
“그러나 망망한 것이야 어찌합니까?”
“그 자리에서 끊어 버려도 긍정하지 않느니라.”
“어떤 것이 그렇게 가는 사람입니까?”
“아직도 남에게 그렇게 묻는가?”
그리고는 또 말했다.
“고개를 돌리지 않느니라.”
“어떤 것이 그렇게 오는 사람입니까?”
“알고 있느냐?”
그리고는 또 말했다.
“온 얼굴에 기쁨이 가득하느니라.”
“어떤 것이 가지도 않고 오지도 않는 사람입니까?”
“그렇게 되었을 때에 물어보라.”
그리고는 또 말했다.
“아직도 남에게 그렇게 묻는가?”
“보살이 항하의 모래같이 많은데 어째서 부처님의 지혜를 알지 못합니까?”
“듣지도 못했는가?
‘오직 부처님과 부처님 사이라야 능히 안다’ 했느니라.”
그리고는 또 말했다.
“그대는 감당할 수 있겠는가?”
“헤아릴 수 없음에야 어찌합니까?”
“그렇게 많은 시간 동안 어디를 갔다가 왔는가?”
“어떤 것이 사문의 행리行李입니까?”
“자기 마음대로 하게 하지 말라.”
“그래도 행리가 있겠습니까?”
“헛짚지 말라.”
“어떤 것이 사문의 행입니까?”
“그릇된 행을 행하지 않는 것이니라.”
“어떻게 보임保任합니까?”
“그대는 아까 무엇을 물었던가?”
“스님께서는 찾아온 정의情意를 저버리지 마십시오.”
“비록 그렇다 하나 어느 때를 더 기다리는가?”
“번개 치듯 하는 근기는 어찌하기 어렵습니다.”
“어찌 번거로운 말을 빌리는가?”
“눈을 부릅뜨고 입을 벌리는 사람이 오면 스님께서는 어떻게 제접하시겠습니까?”
“어디에 그러한 사람이 있는가?”
“지금은 없으나 갑자기 나타난다면 어찌하시겠습니까?”
“그런 이가 있기만을 기다리면 되느니라.”
“끝내 화상께서 사람을 위하지 않는다고 말하지 않겠습니다.”
“쟁그랑거리는 소리를 내지 말라.”
“어떤 것이 구절 없는 가운데 구절이 있는 것입니까?”
“말하지 않겠다고도 말하지 않으리라.”
“스님께서 거양해 주십시오.”
“어디를 갔다가 왔는가?”
“옛 부처님의 근기를 이미 어떤 이가 안치하였다 하는데, 스님의 뜻은 어떠하십니까?”
“옛 부처님의 근기를 어떤 이가 이미 안치하였는가?”
“그렇다면 그런 작용은 시기적절하지 않은 것입니다.”
이에 선사가 그만두었다.
“온 힘을 다해 제창해 주셨지만 학인의 근기가 둔하니, 바라건대 간곡히 자비를 베푸시어 한 가닥의 길을 열어 주십시오.”
“이것이 노파심老婆心이니라.”
“그러시다면 자비의 꽃이 피자마자 벌써 높으신 자비를 입었습니다. 그러나 위로부터 내려오는 종승은 어떻게 제창하시겠습니까?”
“그렇다면 그대가 직접 물어야 할 것이니라.”
“의심이 나면 도중에서 작용하고 의심이 나지 않으면 집에 앉아 구경을 한다는데, 이 두 가닥을 떠나서 스님께서 방편을 지시해 주십시오.”
“어떤 곡조도 그대에게 준 적이 없는데, 무엇을 여읜다 하는가?”
“그렇다면 얼음이 녹고 기와가 풀리듯 하겠습니다.”
“떠드는 것도 그대가 하는 것이요, 조용히 하는 것도 그대가 하는 것이니라.”
“어떤 것이 눈으로 말을 하는 도리입니까?”
선사가 손가락을 튀기며 말했다.
“만일 대답을 기다린다면 이근耳根에 떨어집니다.”
이에 선사가 말했다.
“나는 그대가 잘못 알아들었다 말하노라.”
“부처도 악마도 미치지 않는 곳은 학인 자신이 아닙니다.
어떤 것이 학인 자신입니까?”
“내가 말하는 것을 그대들이 믿기나 하느냐?”
“스님께서 말씀해 주십시오.”
“그대는 말이 궁색해졌느니라.”
“일어나는 순간에 바로 쉰다면, 이런 사람이라면 종승 안에서 어찌합니까?”
“고단한 물고기가 잠시 멈추어 쉬고, 병든 새가 갈대에서 머무나니, 종승 가운데서는 그런 말을 해서 안 되느니라.”
“어떤 것이 종승의 일입니까?”
“초경이 무엇이라 했던가?”
“어떻게 실천해야 그 사람을 저버리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만일 실천하기를 바란다면 그 사람을 저버려야 하느니라.”
“그렇다면 성품에 맡기고 마음대로 흐름을 따르겠습니다.”
“아직도 그대에게 그렇게 말하던가?”
“문수의 칼 앞에서도 알아듣지 못할 때는 어떠합니까?”
“좋은 사람이 아니니라.”
“어떤 것이 좋은 사람입니까?”
이에 선사가 말했다.
“그대는 말이 궁색해졌느니라.”
“모든 인연은 묻지 않겠습니다. 어떤 것이 화상의 가풍입니까?”
“차라리 항상 즐거운 가난뱅이가 될지언정 근심 많은 부자는 되지 않으리라.”
“어떤 것이 남전의 한 가닥 길입니까?”
“그대에게 말해 주는 것이야 사양하지 않겠으나, 비교하는 가운데 또 비교하는 일이 있을까 걱정이니라.”
“어떤 것이 불법의 대의大意입니까?”
“일곱 번 쓰러지고 여덟 번 넘어지는 것이니라.”
선사가 언젠가 말했다.
“말하기 전에 알아들어도 평생을 저버리게 되고, 말을 들은 뒤에 깨닫는다 해도 본체에 어긋나느니라.”
“어째서 이렇게 되었습니까?”
“그대가 말해 보아라. 본래부터의 일을 어찌해야 하는가?”
“옛사람이 말하기를,
‘반야般若는 지각이 없으나 인연을 만나면 비춘다’ 하는데, 어떤 것이인연을 만나 비추는 것입니까?”
이에 선사가 손을 들어 올렸다.
“옛사람이 서로 만날 때에는 눈만 마주쳐도 상대에게 도가 있음을 알았다 하는데, 지금 사람은 어떻게 만납니까?”
“지금은 눈만 마주쳐도 그에게 도가 있는 것을 안다고 말해서는 안 되느니라.”
“그러면 이미 시비是非가 생긴 것입니다.”
이에 선사가 말했다.
“허물을 알면 반드시 고치느니라.”
“옛사람이 말하기를,
‘가죽이 다 벗겨지면 오직 진실만 남는다’ 하였는데, 가죽은 묻지 않겠습니다. 어떤 것이 진실입니까?”
이에 선사가 말했다.
“가죽을 그대에게 준 것이 아니겠는가?”
“듣건대 경에서 말하기를,
‘곧장 방편을 버린다’ 했는데, 방편은 묻지 않겠습니다. 어떤 것이 곧장입니까?”
이에 선사가 대답했다.
“방편 속에 거두어들일 수 있겠는가?”
“항상 바다에 머무는데 어째서 입에 연기가 피어오릅니까?”
“바다만이 아니라, 제호라도 토해 버려야 하느니라.”
“그럼 학인은 그렇게 하지 않겠습니다.”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누구의 허물인가?”
스님이 선사의 대답에 감사해 하니, 선사가 말했다.
“다시는 그대를 책망하지 않으리라.”
“강령綱領의 제창을 빌리지 않고도 제창할 것이 있겠습니까?”
“그러한 때를 한번 제창해 보라.”
“제창할 것이 없다고 말해서는 안 됩니다.”
“그대는 어찌하겠는가?”
학인이 절을 하니, 선사가 말했다.
“새우가 뛰어도 통발을 벗어나지 못하느니라.”
“듣건대 경에서 말하기를,
‘큰길을 가고자 하면 샛길은 쳐다보지도 말라.’ 했는데, 어떤 것이 큰길입니까?”
“갈 수 있겠는가?”
“학인은 알지 못하겠으니, 스님께서 나아가게 해주십시오.”
“내가 만약 그대를 나아가게 해준다면 그대로 하여금 큰길을 지나치게 하는 것이다.”
“옛사람이 말하기를,
‘염부제에 큰 보배가 있는데 알아보는 사람이 드물다’ 했는데, 어떤 것이 큰 보배입니까?”
“보았는가?”
스님이 선사에게 자비롭게 가르쳐 주심을 감사하니, 선사가 말했다.
“제법이구나.”
“옛사람이 말하기를,
‘경계를 없애 버릴 수 있는 행이 없다면 공연히 남자 몸을 받은 것이다’ 했는데, 어떤 것이 경계를 없애 버리는 행입니까?”
“내가 만일 티끌만한 법을 그대에게 주어서 받아 지니게 한다면 절대 경계를 없애 버릴 수 없을 것이다.”
“그렇게만 하면 되겠습니까?”
이에 선사가 말했다.
“그대는 궁상떨지 말라.”
“옛사람이 말하기를,
‘한 구절만 분명히 해도 백억을 초월한다’ 하였는데, 어떤 것이 백억을 초월하는 구절입니까?”
“그대의 이 질문에 대답하지 않겠노라.”
“어째서 대답하지 않으십니까?”
이에 선사가 말했다.
“아까 무엇을 물었던가?”
“옛사람이 말하기를,
‘지혜로도 알 수 없고, 식識으로도 알 수 없다’ 했는데, 이는 지금의 오르고 내리는 곳이니,
위로 향하는 한 가닥 길을 화상께서는 어떻게 학인들에게 보여 주시겠습니까?”
“지혜로 알고, 식識으로 안다 해서는 안 되느니라.”
“그렇다면 끝내 남에게 잘못을 말하지는 않겠습니다.”
“그대는 어떻게 이야기하려는가?”
“아는 것이 알지 못하는 것이라 하겠습니다.”
“이는 대답일 뿐이다. 어떻게 이야기하려는가?”
“화상께서는 그렇게 말씀하셔도 됩니다.”
이에 선사가 말했다.
“그대는 어떻게 부합하겠는가?”
선사가 어떤 스님에게 물었다.
“그대의 이름이 무엇인가?”
스님이 대답했다.
“혜거(慧炬:지혜의 횃불)입니다.”
선사가 주장자를 번쩍 들어 올리면서 말했다.
“이것을 비출 수 있는가?”
“물건만 있으면 비춥니다.”
“이것이 보이는가?”
“아까 제가 화상께 무엇이라 말씀드렸습니까?”
“이것을 어찌하리오?”
이에 스님이 말했다.
“화상은 무슨 마음씨입니까?”
옛날에 어떤 존자가 산중에서 몸소 소를 먹이며 살고 있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도적떼가 와서 존자의 목을 쳤다. 존자가 자기의 목을 들고 소를 찾고 있을 때,
어떤 사람이 이를 보고 물었다.
“머리가 없는 사람도 살 수 있습니까?”
그가 대답했다.
“머리가 없는 사람이 어찌 살겠는가?”
그 존자는 그 자리에서 머리를 던져 버리고 죽었다.
선사가 이 일을 들어 어떤 스님에게 물었다.
“존자는 머리가 없는데, 어떤 사람이 소를 찾는가?”
스님이 대답했다.
“그 사람입니다.”
선사가 다시 물었다.
“그 사람이라면 소를 찾겠는가?”
스님이 대답이 없자, 선사가 대신 말했다.
“죽은 사람과 같을 수야 없느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