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끝없는 벌판의 텍사스(Texas)<4>
5. 남부의 대도시 휴스턴(Houston)
휴스턴 도심 일각(一角) / 헤리티지 공원(Heritage Park) / 휴스턴 고층빌딩 숲
샌 안토니오 관광을 마치고 혼자 훌쩍 대도시 휴스턴으로 향하려 버스에 올랐는데 버스 외형은 우리나라 고속버스처럼 제법 멋이 있었지만 승객들을 보니 너무나 초라하다. 거리도 제법 멀다 보니 백인들은 대부분 비행기를 타거나 자가용을 이용하는 모양으로, 버스 승객들은 대부분 중남미 메스티소(Mestizo/혼혈)들로 보이는데 몰골들이 꾀죄죄하여 웃긴다.
텍사스 남부의 대도시 휴스턴(Houston)은 1823년 멕시코 ‘산타 안나’ 장군의 침공으로 크게 파괴되었다가 재건된 도시로 휴스턴 장군의 이름에서 도시 이름이 유래되었다고 한다. 인구는 200만 정도인데 인근의 중소도시와 합친 대도시권은 400만 이상으로 남부 최대의 도시이다. 또 남쪽 멕시코만 근처 35km 지점에는 유명한 미우주항공국(NASA:National Aeronautics and Space Administration)이 있다.
휴스턴은 석유화학, 쌀과 목화 생산지, 목축산업의 중심일 뿐만 아니라 교육, 문화, 예술, 스포츠의 중심지이기도 하다.
다운타운(Downtown)은 엄청난 고층건물이 즐비하며 초기 정착민들의 생활 모습을 보여주는 공원(Heritage Park)도 잘 보존하고 있어 역사교육과 시민의 휴식처로 활용되고 있었다.
내가 갔던 날은 마침 일요일이어서 미항공우주국으로 가는 교통편이 마땅치 않아 그다지 매력을 느끼지 못했던 NASA 관광은 포기하고 그냥 다운타운을 둘러보기로 하였다. 미국 남부는 대부분 침례교회(Baptist Church)가 차지하고 있는데 오후 3시쯤 도심을 둘러보다 웅장한 성당이 보이길래 들어갔더니 마침 미사를 하고 있어서 참례하였다.
미사를 드리면서 보니 신부님과 100여 명의 신도들이 아시아인들로 보였는데 강론(講論) 말씀이 영어도, 일본어도, 중국어도 아닌 것이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미사가 끝나고 물어보았더니 베트남인들이라고 한다. 이렇게 많은 베트남인들이 휴스턴에 살고 있다는 것이 신기하였다. 당연히 월남전 탓이겠지만....
6. 팔로듀로 캐년(Palo Duro Canyon)
스페인 치마바위(Spanish Skirt) / 등대바위(Light House) / 기념품 가게(아파치 추장)
팔로듀로 캐년(Palo Duro Canyon)은 러벅에서 3시간 북쪽으로 달리면 ‘캐년(Canyon)’이라는 작은 마을이 있는데 그 인근에 있는 텍사스 주지정(州指定) 공원으로 거대한 계곡이다.
이곳은 딸 가족과 집사람이랑 함께 다녀왔는데 제법 볼거리들이 많았다.
여기서는 텍사스의 그랜드 캐년(The Grand Canyon of Texas)이라고 자랑하며 그랜드 캐년에 이은 미국 제2의 캐년(溪谷)이라고 자랑을 하지만 내가 보기에 그 정도는 아니었어도 아무튼 엄청나게 규모도 크고 아름다운 계곡이었다.
러벅에서 출발하여 내비게이션에 의하면 분명 근처까지 왔는데도 전혀 산이 보이지 않다가 갑자기 평지에서 아래쪽으로 계곡이 보이기 시작한다. 그랜드 캐년도 그런 식이었지만....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계곡은 그랜드 캐년보다는 작지만 웅장하면서도 그랜드 캐년과는 다른 아기자기한 아름다움이 있었다. 스페인 치마바위, 등대바위....
전망대 부근의 기념품 가게를 겸한 안내소에 들어갔는데 이 계곡은 1만 2천 년 전에 형성되었다고 기록되어 있고, 돌화살촉 등 선사유물이 전시되어 있었으며 아파치(Apache)와 코만치(Comanche) 인디언들이 살았던 곳이라고 한다. 지금은 물론 인디언들이 살고 있지 않지만, 가게를 가득 채운 기념품들은 대부분 인디언들에 관한 것들이었고 그들의 생활모습과 과거의 유명했던 인디언들과 미 기병대의 전투 모습들을 담은 비디오를 설명을 곁들여 보여주고 있었다.
우리나라나 다른 나라라면 무조건 국립공원이겠지만 미국이라는 나라는 워낙 크다 보니 주립(州立)공원 밖에 안 되는 모양이다. 전망대에서 차로 30여 분 골짜기를 내려가면 계곡의 바닥에 닿게 된다.
계곡에는 작은 시냇물 정도가 흐르는데 어디로 가는지 모르겠다. 계곡 바깥과는 다르게 나무들이 무성하고 제법 사람들이 살만하겠다 싶었지만 덥고 메마르기는 마찬가지다.
계곡의 극히 일부분만 차로 돌아보도록 개방되어 있는데 주로 학생들의 캠프장 시설이 들어서 있었고 기념품 가게라고 조그만 것도 있었지만 관광객은 거의 없었다. 계곡 속에서 쳐다보면 기기묘묘한 바위들의 모습에 눈이 어지러운데 뜨거운 햇살 아래 높다랗게 자란 선인장들 사이로 금방이라도 인디언들과 기병대들이 말발굽 소리를 울리며 달려 나올 것만 같은 착각에 사로잡힌다.
캐년 관광을 마치고 점심을 먹으러 30분 거리 북쪽에 있는 애머릴로(Amarillo)로 향하였다. 애머릴로는 미국에서 가장 큰 소 도살장이 있는 곳인데 이곳에 있는 식당은 스테이크가 맛있기로도 미국 제일이라고 한다. 이곳에서 가장 유명한 스테이크 집 ‘빅 하우스(Big House)에서 스테이크를 시켰는데 건물도 어마어마하게 클뿐더러 건물 내부는 벽면이 온통 거대한 뿔이 달린 사슴 머리의 박제로 채워져 있고, 예전 카우보이들의 복장은 물론 당시의 장신구들도 전시하고 있었다.
종업원들의 옷차림도 커다란 모자는 물론 박차(拍車)가 달린 긴 부츠(Boots) 등 당시의 카우보이(Cowboy) 복장이다.
재미있었던 것은 건물 밖에도 커다랗게 써 붙였지만 1시간 동안에 72온스(OZ/2kg)의 스테이크(Steak)를 먹는 사람은 공짜, 대신 실패하면 72달러를 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식당에 들어갔을 때도 한 백인 젊은 녀석이 도전하고 있었는데 옆에서는 디지털 시계가 남은 시간을 재깍재깍 표시하고 있고...
결국, 반쯤 먹고 실패했다. 1인분이 6~8온스니까 거의 10인 분(3근 반 가량?)이다.
건물 밖에는 서부 개척시대의 포장마차(Fargo), 높이가 3m쯤이나 되어 보이는 엄청나게 큰, 뒷축에 박차가 달린 카우보이 신발, 실물의 2배도 넘는 소의 동상 등 텍사스를 상징하는 소품들이 진열되어 있다.
메뉴판에는 텍사스 특유의 남부 사투리도 씌어 있는데 이를테면 ‘How de yo'll?’ 이런 비슷한 것으로 기억되는데 ‘How do you all?’의 남부 발음이라고 하며 다른 지역에서의 이런 표현을 잘 쓰지 않고 굳이 쓴다면 ‘How do you guys?’ 정도이겠다. *‘How de yo'll?’ 발음은 ‘하드 욜~’
또 한 가지 재미있는 것은 텍사스 고유의 전통으로, 스테이크 집에서는 땅콩을 무제한 제공하는데 까먹은 껍질을 바닥에다 그냥 버리도록 하여 엄청난 껍질들이 테이블 밑에 흩어져 있어 처음 들어가면 꼭 쓰레기통을 들어가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소금을 가미하여 껍질째 구운 땅콩으로 까먹으면 짭짤하다. 고급 스테이크집도 예외가 아닌데 걸어가면 빠작빠작 껍질 부서지는 소리, 또 먼지도 많이 날 것 같은데 손님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열심히 땅콩을 까서 입에 털어 넣는 모습이 재미있다. 이것이 텍사스의 전통이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