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역잡아함경_41. 제석, 구족계(具足戒)와 법을 예배하고 공경하는 것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실 때였다.
세존께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옛날 석제환인이 유희하는 동산에 가고 싶어서 마부 마득리가에게 명했다.
‘너는 천 대의 마차를 준비하거라.’
마득리가는 수레를 빨리 준비하고서 제석의 처소에 와서 아뢰었다.
‘수레 준비를 다 마쳤습니다.’
그러자 제석은 비선연당 위에 나와서 남쪽을 향하여 합장하였다.
마득리가는 그 광경을 보자 두렵고 놀라워서 채찍과 고삐를 놓아 버렸다.
제석이 말하였다.
‘너는 어떤 일을 보았기에 그처럼 두려워하고 놀라는가?’
마득리가가 말하였다.
‘마거 석지의 남편이시여! 나는 지금 당신이 남쪽을 향해 합장하는 걸 보고 두렵고 놀라운 마음이 들었기 때문에 채찍과 고삐를 놓아 버렸습니다.
온갖 중생이 모두 다 당신을 존경하며, 모든 땅의 주인도 모두 당신에게 예속되었으며, 사천왕과 하늘과 33천도 모두 당신을 예배하고 공경하는데, 누가 또 당신보다 훌륭한 덕을 갖고 있기에 손을 합장하고 남쪽을 향하여 서서 계십니까?’
제석이 대답하였다.
‘모두가 나를 존경한다는 것은 진실로 너의 말과 같다.
그러나 일체의 천인과 사람들에게 존경받는 것을 법이라 하니, 나는 지금 구족계(具足戒)와 법을 예배하고 공경하는 것이다.’
그러고 나서 제석은 곧 게송으로 말하였다.
집을 떠난 출가자들은
방일하지 않고 닦으며
오랫동안 선정에 들어서
최상의 범행(梵行)을 닦는다네.
그리하여 세 가지 독(毒)을 버리고
해탈의 법을 능히 얻으니
이와 같은 법이 있기 때문에
나는 지금 공경하고 예배한다네.
위대한 아라한들이신
애욕을 멀리 여읜 자
무명(無明)의 어둠을 능히 소멸하고
모든 번뇌를 끊어 버린 자
또는 집에서 착한 일을 닦으면서
악업을 짓지 않는 자
이와 같은 올바른 법의 제자에게
나는 지금 공경하고 예배한다네.
마득리가가 말하였다.
‘당신이 가장 뛰어난 것에 예배하시니, 저도 따라서 예배하기를 바랍니다.’
제석은 말을 마치고 나서 공경히 합장하며 예배한 뒤 수레를 타고 떠나갔다.”
부처님께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제석은 인간과 천상에서 자재로운데도 오히려 법을 공경하고 예배하거늘 하물며 그대 비구들은 수염과 머리털을 깎고 집을 떠나 도를 배우고 있으니, 어찌 부지런히 법을 공경하지 않겠는가?”
부처님께서 말씀을 마치자, 여러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면서 받들어 행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