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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경요집 제8권
14.4. 구액연(救厄緣)
『출요경(出曜經)』에서 말한 것과 같다.
“남해에 갑자기 풍랑이 일어 해일(海溢)이 생겼다. 그 때 어떤 큰 고기 세 마리가 얕은 물에 흘러들어와 저희들끼리 서로 이야기를 주고 받았다.
‘우리들이 이런 재액을 만나 넘쳐 흘러 들어온 물이 빠지지 않고 있으니, 차라리 물을 거슬러 큰 바다로 돌아가자.’
그러나 배가 물을 막고 있어 넘어갈 수가 없었다.
첫 번째 고기는 있는 힘을 다해 배를 뛰어넘어서 건널 수가 있었고,
두 번째 고기는 풀을 의지해 지나갈 수 있었다.
그러나 세 번째 고기는 기력이 다하여 마침내 어부에게 잡히게 되었다.
부처님께서 그것을 보고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이 날이 지나가면
목숨도 따라 줄어든다.
마치 적은 물 속에 있는 고기와 같나니
여기에 무슨 즐거움이 있으리.”
또 『미륵소문본원경(彌勒所問本願經)』에서 말하였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본래 도를 구할 때엔 수없이 많은 고생을 했었다.
과거 세상 어느 때에 왕태자가 있었으니, 그의 이름은 보화(寶華)였다. 그는 얼굴이 단정하고 매우 아름다웠는데, 그가 동산에 놀러 나갔다가 문둥병 환자 한 사람을 만났다. 그 환자에게 물었다.
‘무슨 약을 써야 그대의 병이 치료되겠는가?’
문둥병 환자가 대답하였다.
‘왕의 몸의 골수와 피를 내어 제 몸에 바르면 그 병이 곧 나을 것입니다.’
태자는 그 말을 듣고 나서 곧 자신의 몸을 베어 골수와 피를 내어 병자에게 주고 지극한 마음으로 보시하면서도 마음 속에 후회나 한을 품지 않았다.
그 때의 그 왕태지는 바로 지금의 내 몸이니라.
사대해(四大海)의 물은 오히려 되 [升]로 되어보면 헤아릴 수 있겠거니와 내 몸의 골수와 피는 이루 다 헤아 릴 수 없나니, 정각(正覺)을 구했기 때문이다.’
또 『대집경(大集經)』에서 말하였다.
“그 때 넓은 들판에 보살은 귀신의 몸으로 나타났고 산지(散脂)보살은 사슴의 몸으로 나타났으며, 혜거(慧炬)보살은 원숭이의 몸으로 나타났고 이애(離愛)보살은 암양의 몸으로 나타났으며, 진루(盡漏)보살은 거위왕의 몸으로 나타났다.
이와 같이 오백 명의 모든 보살들은 각각 온갖 여러 가지 몸으로 나타났는데 그 몸에서는 다 큰 향기와 광명이 나왔다.
그 보살마다 각각 손에 등불을 들고 시방 부처님을 공양하기 위하여 일곱 부처님 이하 이와 같은 여러 부처님을 위해 다 함께 그 권속이 되었다. 그리하여 다섯 가지 계를 받아 지니고 보리심(菩提心)을 내었다.
일체 중생들을 조복(調伏)받아 그들로 하여금 보리심을 내게 하려고 그런 몸을 다 받은 것이니라.”
또 『잡보장경(雜寶藏經)』에서 말하였다.
“옛날 어떤 아라한 도인이 한 사미(沙彌)를 길렀는데 이 사미가 이레 뒤에는 틀림없이 목숨을 마치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리하여 그에게 휴가를 주어 집으로 돌려 보내면서 이레가 되는 다음 날에는 꼭 돌아오라고 했다.
그 사미는 스님에게 하직인사를 하고 곧 집으로 돌아갔다. 돌아가는 도중에 개미떼들이 물을 따라 떠내려 가면서 거의 죽게 된 것을 보았다.
그러자 그는 자비의 마음을 내어 스스로 가사를 벗어서 흙을 담아 물을 막고는 개미들을 집어 높은 언덕 마른 곳으로 옮겨 모두 살려 주었다.
그리고 칠 일이 지난 다음날 스승이 계신 곳으로 돌아왔다 스승은 매우 괴이하게 여겨 잠시 선정에 들어 천안(天眼)으로 관찰해 보았다.
그랬더니 그것은 다른 복덕이 아닌 그가 개미를 구해준 인연 때문에 칠 일 만에 죽지 않고 목숨이 연장된 것임을 알있다.“
[또 오래된 탑을 수리해도 수명이 늘어나고 또 가람의 담 벽에 구멍이 난 것을 보수해도 수명이 연장된다.]
또 『대비경(大悲經)』에서 말하였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과거 세상에 큰 상주(商主)가 있었는데 보물을 캐기 위해 여러 상인들을 데리고 큰 바다로 나아갔다. 그들이 타고 간 배에다 많은 보물을 캐어 가득 싣고 바다 중간쯤에 이르렀는데 갑자기 배가 부서졌다.
그 때 그 상인들의 마음은 두렵고도 무서워 극심한 근심과 고뇌가 생겨났다.
그 중 어떤 이는 배의 갑판을 붙잡고 있다가 죽기도 하고, 어떤 이는 물 위에 떠다니다가 죽기도 하였다.
나는 그 때에 상주였었는데 큰 바다에 부낭(浮曩)이 있었기 때문에 무사히 바다를 건널 수 있었다.
그 때 다섯 사람이 있다가 상주를 부르며 말하였다.
〈대사(大士) 상주여, 부디 우리에게 무외(無畏)를 보시해 주십시오.〉
이 말이 끝나자 그 때의 상주가 곧바로 말하였다.
〈여러 장부들이여, 두렵거나 무서워하는 마음을 내지 마시오.
나는 그대들로 하여금 이 커다란 바다에서 편안하게 건너갈 수 있게 하겠소.〉
아난아, 그 때 상주는 몸에 예리한 칼을 자고 이러한 생각을 했다.
〈큰 바다의 법칙은 시체를 한 곳에 내버려 두지 않는다. 만일 내가 지금 스스로 내 몸과 목숨을 버린다면 이 모든 상인들은 틀림없이 큰 바다의 어려움을 무사히 건널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고 나서 곧 상인들을 불러 자신의 몸 위에 두고 그들로 하여금 몸을 잘 잡으라고 했다.
저 모든 상인들은 그의 등에 올라타기도 하고 어떤 이는 어깨를 끌어안기도 하였으며, 어떤 이는 넙적다리를 잡기도 했다.
그 때 상주(商主)는 저들에게 두렵고 무서움이 없음을 보시하기 위해 큰 자비로 마음을 닦고 큰 용맹을 일으켜 곧 날카로운 칼로 자신의 몸을 끊어 목숨이 끊어지기를 바랐다.
그 때 큰 바다는 그의 시체를 띄워 언덕 위에까지 올려다 놓았다.
그 때 다섯 상인은 곧 무사히 바다를 건너게 되어 즐거움을 느끼면서 평안하고 아무런 어려움 없이 염부제(閻浮提)까지 돌아왔다.
아난아, 그 때 그 상주가 어찌 다른 사람이었겠느냐? 그는 바로 지금의 나요 다섯 명의 상인은 지금 이 다섯 비구이니라.
이 다섯 비구는 옛날에도 큰 바다에서 해탈을 얻었고, 지금도 또 이 나고 죽음의 큰 바다에서 해탈을 얻었으니, 나는 이들을 두려움 없는 열반(涅槃)의 저 언덕에 안치했느니라.’”
또 『대지도론(大智度論)』에서 말하였다.
‘지난 과거 무량 아승기겁 이전에 큰 숲 속에 많은 짐승들이 살고 있었다. 그런데 들판에 불이 일어나 세 변이 모조리 타버리고 말았다.
그런데 오직 한 변 만이 남았는데 물 건너편에 있었다. 온갖 짐승들은 궁핍하였으나 도망쳐서 살아 남을 곳이 없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나는 그 때 몸집이 크고 힘이 센 큰 사슴이 되어 앞다라는 한쪽 언덕에 걸치고 뒷다리는 다른 한쪽 언덕을 밟고서 짐승들을 건너가게 했다.
숱한 짐승들이 등 위를 밟고 건너갔으므로 껍질과 살이 다 문드러졌으나 자비의 힘으로써 죽음에 이를 때까지 참아냈다.
맨 나중에 토끼 한 마리가 왔으나 이미 기력이 다 빠져 있었다. 그렇지만 억지로 노력하여 참고 토끼를 건너가게 했다. 토끼가 지나가자 나는 척추뼈가 부려져서 물에 빠져 죽고 말았다.
이와 같은 일은 과거에도 있었던 일이요 비단 지금만 있는 일은 아니다.
전에 건너간 자들은 바로 지금의 이 여러 제자들이요,
맨 마지막에 건너간 토끼는 지금의 수발타(須跋陀)을 행하면서 지금까지도 쉬지 않느니라.’
또 『현우경(賢愚經)』에서 말하였다.
“부처님께서 과거 아주 먼 옛날 어느 때에 세상에 큰 흉년이 들었다.
여래께서는 인지(因地)』에서 자비로 중생을 구제하기 위하여 그 불의 길이가 오백 유순(由旬)이나 되는 큰 물고기가 되셨었다.
그리하여 그 나라 사람으로서 고기가 필요한 자는 사람이든 짐승이든 따지지 않고 모두 와서 뜯어먹게 하셨다. 그런데도 먹고 나면 살이 다시 돋아났다. 이렇게 열두 해가 지나도록 그 살과 피를 보시하였다.”
또 『수생경(受生經)』에서 말하였다.
“옛날에 보살은 일찍이 자라왕이 되어 큰 바다에서 생장(生長)하면서 여러 동류(同類)들을 교화하였다. 그려하여 그 새끼와 백생들의 무리들은 다 자비와 덕을 닦았다. 왕은 스스로 자비를 받들어 실천하여 구호했고 중생들을 가엾게 여기기를 어미가 새끼를 사랑하는 것과 같이 했다. 그 바다는 깊고 넓어서 끝을 한정하기 어려웠으나 자라왕은 두루 돌아다니면서 이르지 않은 곳이 없었다.
어느 땐가 자라왕은 바다 밖으로 나와 바닷가에 누워 쉬고 있었다. 오랜 세월을 지내는 동안 그 등은 단단하게 말라 마치 육지와 같았다.
상인들이 먼 곳에서 와서는 그 등 위에 머물면서 나무를 쪼개 그 위에 불을 피우고 밥을 지어 먹기도 하고 거기에 소와 말을 매기도 하며 돌을 실은 수레를 그 위에 두기도 하였다.
자라왕은 바닷물로 달려 들어가고 싶었으나 불인(不仁)에 떨어질까 두려워서 억지로 참으려고 하였지만 고통을 견딜 수가 없었다.
그리하여 숱한 장사꾼들이 위험하지 않도록 방편을 써서 얕은 물로 들어가서 화기(火氣)의 독을 없애려고 하였다.
그런데 장사꾼의 무리들은 바닷물이 불어나는가 하여 매우 두려워하며 슬프게 울고 탄식하면서 여러 하늘에 귀명(歸命)하고 오직 구제해 주기만 벌있다.
자라왕은 더욱 가엾은 마음이 생겨 장사꾼들에게 알렸다.
‘부디 무서워하거나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내 몸이 불에 타게 되었으므로 일부러 물에 들어가 그 고통을 멈추게 하려고 했던 것이니 지금 곧 편안해질 것이요 끝내 위험하지 않을 것입니다.’
많은 장사꾼들은 그 말을 듣고 살아날 희망이 있음을 알고 한꺼번에 큰 소리로 ‘나무불(南無佛)’하고 말하였다.
자라왕은 큰 자비심을 내어 다시 많은 장사꾼을 짊어지고 물가 언덕으로 옮겨 다 주었다. 대중들은 위기를 벗어나 기뻐하지 않는 이가 없었다.
그리하여 멀리서 자라왕을 부르면서 그 덕을 찬탄하였다.
‘당신은 큰 바다가 되어 많은 사람들을 건네주시고 행동으로 큰 배가 되어 삼계(三界)를 초월했습니다. 가령 부처님의 도를 증득하시거든 부디 저희들을 다시 나고 죽음의 위험에서 구제하여 주십시오.’
자라왕이 대답하였다.
“훌륭하고 장하십니다. 꼭 당신의 말과 같이 할 터이니 각각 제 갈 길로 가십시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 때의 자라왕은 바로 지금의 내 몸이요,
오백 명의 장사꾼은 지금의 오백 제자인 사리불(舍利弗) 등이 그들이었느니라.’
또 『정법념경(正法念經)』에서 말하였다.
“만약 어떤 중생이 마땅히 죽음의 고통을 받아야 할 만큼 사람을 보고서 재물로 그 목숨을 사서 그로 하여금 해탈시키고도 은혜에 대한 보답을 구하지 않으면
목숨을 마친 뒤에 환희천(歡喜天)에 태어날 것이요 천상에서 물러나서 사람의 몸을 받으면 왕난(王難)을 당하지 않을 것이다.
만약 어떤 중생이 계율을 잘 지키다가 큰 불이 일어나 중생들이 그 불에 타는 것을 보고 물로 불을 꺼서 모든 중생들을 구원하면,
그는 목숨을 마친 뒤에 행도천(行道天)에 태어나서 갖가지 즐거움을 받을 것이다.’
또 『도구자경(度狗子經)』에서 말한 것과 같다.
“옛날에 어떤 나라에 곡물(穀物) 값이 폭등하여 곡식이 귀하게 되자 백성들이 기아(饑餓)에 허덕였다.
그 때 어떤 사문이 성 안에 들어가 분위(分衛:乞食)하였는데 여러 집을 두루 돌아다녔으나 아무것도 얻지 못하였다.
다음으로 큰 부호이며 귀족인 장자의 집에 이르러 거칠고 맛없는 음식을 얻어 가지고 막 성을 나오려고 하는데 문 앞에서 어떤 사냥꾼 백정을 만났다. 그는 개 한 마리를 안고 잡아먹으려고 가다가 사문을 보고 기뻐하면서 앞에 와서 예배하였다.
사문은 그를 위해 오래 살기를 주원(呪願:祝願)하였다.
사문은 그가 개를 잡아 먹으려고 함을 알고 그 사람에게 일부러 물었다.
‘거기 지금 싸가지고 가는 것이 무엇입니까?’
대답하였다.
‘빈 걸음이라 아무것도 잡지 못했습니다.’
사문이 또 물었다.
‘나는 이미 그것을 보았습니다. 왜 숨기려고 하십니까? 살생하는 죄는 매우 좋지 못합니다.
내가 가지고 있는 밥과 그 개와 바꾸어 그 개를 살려 주면 당신의 복은 한량없이 많을 것입니다.’
그 사람이 대답하였다.
‘바꿀 수 없습니다. 내가 일부러 구해 온 것이라 온 가족과 함께 먹어야만 하는데 이렇게 적은 당신의 밥을 가지고 어찌 충족시킬 수 있겠습니까?’
사문이 은근하게 그를 달래고 타이르며 말하였으나 그 사람은 저돌적이어서 이 말에 수긍하여 따르기를 좋아하지 않았다.
사문이 다시 말하였다.
‘만일 달갑지 않거든 그저 나에게 보여나 주십시오.’
그 사람은 곰 그것을 꺼내어 사문에게 보여 주었다.
사문은 밥을 떠서 개에게 먹이고 손으로 어루만지며 축원해 주고는 눈물을 흘러며 말하였다.
‘그대의 죄로 인하여 이렇게 개의 몸으로 태어나 자유롭지 못하고 사람에게 잡혀 먹히는 것이다.
나는 너로 하여금 세상마다 죄를 멸하고 복이 생겨 개의 몸을 여의고 사람으로 태어나 어느 세상에 있던 삼보의 법을 자연히 만나게 하리라.’
개는 밥을 얻어 먹고 착한 마음이 생겨나 기뻐 뛰면서 스스로 귀의할 줄을 알았다.
그 사람은 개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가 잡아서 온 식구와 함께 먹었다.
그 개는 목숨을 마치고 곧 부호(富豪)의 족속인 귀한 장자의 집에 태어나게 되었는데 땅에 떨어지자마자 곧 자비한 마음이 있었다.
그 때 사문이 걸식하기 위하여 장자의 집에 이르니 그 장자의 아들이 이 사문을 보고 본래의 인연을 기억해 알고는 그 앞에서 머리를 조아려 사문의 발에 예배하였다.
그리고 그들 초청하여 온갖 맛있는 음식을 공양하고 난 뒤에 부모님 앞에 나아가 아뢰었다.
‘이제 저는 이 큰 화상을 따라가서 경계(經戒)를 받들어 받고 제자가 되려고 합니다.’
부모는 아들을 사랑하고 소중하게 여겨 허락하는 것을 내켜 하지 않으며 말하였다.
‘지금 우리 가문에 아들이라고는 너 하나뿐이다. 마땅히 뒤를 이어 가문(家門)의 주인이 되어야 할 터인데 무슨 까닭에 이 집을 버리고 떠나려 하느냐?’
어린 아들은 울면서 음식도 즐겨 먹지 않고 이렇게 말하였다.
‘만약 저의 청을 허락해 주지 않으시면 저는 곧 스스로 죽어버리겠습니다.’
부모는 그런 말을 듣고 곧 허락하여 떠나가게 하였다.
아들은 스승을 따라 가서 도를 배웠다. 수염과 머리를 깎고 세 가지 법의(法衣)를 입고 불경을 외워 그 뜻을 깊게 이해하였다. 그리고 곧 삼매(三昧)를 얻어 물러나 변하지 않는[不退轉]자리에 서서 일체 중생을 교화하고 큰 도의 뜻을 내었다.”
부처님의 세상은 만나기 어렵고 경전과 도는 듣기 어려우나 만일 만나기만 한다면 누구나 다 제도를 받을 것이다.
축생도 오히려 도를 얻거늘 더구나 사람으로서 어찌 과(果)를 얻지 못하겠는가?
비록 또한 계를 범하여 도리어 부끄러움이 생긴다 하더라도 희고 깨끗함이 이미 왔으면 검은 때는 저절로 사라질 것이다.
또 『잡아함경(雜阿含經)』에서 말하였다.
“그 때 세존께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과거 세상 어느 때에 새 한 마리가 있었으니, 그 이름은 라바(羅婆)였다.
그 새는 매에게 잡혀 허공으로 끌려가면서 울부짖었다.
〈나는 스스로 깨닫지 못하여 갑자기 이런 고난을 맞있다.
나는 공연히 부모의 경계(境界)를 떠나 다른 곳에서 놀았기 때문에 그래서 이런 고난을 맞은 것이다.
어쩌다가 오늘날 남에게 갇혀서 자유로움을 열지 못하는가?〉
매가 라바에게 말하였다.
〈너는 마땅히 어떤 곳을 경계로 살아야 자재로울 수 있는가?〉
라바가 대답하였다.
〈나는 밭 고랑 언덕에 경계를 삼고 있으면 충분히 모든 고난을 면할 수 있다.
이곳이 우리집 부모의 경계이다.〉
매는 라바에 대하여 교만한 마음이 생겨 말하였다.
〈너를 놓아 주어 돌아가게 할 것이니, 받 고랑의 언덕으로 돌아가기만 하면 고난을 벗어날 수 있겠는가?〉
그리하여 라바는 매의 발톱을 벗어나 고랑의 언덕에 있는 큰 흙덩어리 밑으로 들어가서 편안히 머물 수 있었다. 그러나 다시 흙덩이 위에서 매와 한 번 싸우려 하자
매는 크게 노하여 말하였다.
〈저 조그만 놈이 감히 나와 싸우려고 하는구나.〉
그리고 분노[瞋恚]가 매우 극도에 달하자 잽싸게 날아서 곧 내리 덮쳤다.
이 때 라바는 흙덩이 밑으로 들어갔고 매는 날았던 힘으로 인해 흙덩이에 가슴을 부딪쳐 몸이 부서져서 그 자리에서 죽고 말았다.
그 때 라바는 흙덩이 아래에 깊이 옆드린 채 흙덩이 밑에서 위를 쳐다보며 게송으로 말하였다.
매가 힘을 다해 내려올 때에
라바는 스스로 흙덩이에 의지하고 있었네.
분노가 타오른 그 맹렬한 기세는
재화를 불러 그 몸을 부수었다.
나는 원만히 갖추어 잘 통달하여
스스로 내 경계에 의지하여
원수를 항복밭고 마음으로 선(善)을 따르면서
스스로 그 힘을 관찰하고 기뻐하네.
비록 너에게는 흉하고 어리석은
백천 용상(龍象)과 같은 힘이 있다 하여도
나의 이러한 지혜에 비하면
십육 분의 일에도 미치지 못하네.
나의 지혜 수승함을 보면
푸른 창공의 매도 이겨낼 수 있다네.’”
게송을 말한다.
중생[含識]들은 모두 죽기를 두려워하고
목숨이 있으면 위험을 두려워하나니
마치 물고기가 마른 못에서 시달리면서
흐르는 물 만나기 어려운 것과 같구나.
친하거나 멀거나 간에 모두 다 부모인데
어떻게 슬퍼하지 않을 때가 있으리.
다만 자비로 재액과 괴로움을 구제해 주면
복의 과보는 저절로 따를 것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