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기에 귀족 가문 태생 심리학자 알베르 미쇼트(Albert Michotte)는
1945년에 책을 한 권 펴냈다.(1963년에 영어로 변역되었다)
이 책에서 그는 적어도 흄의 연상 작용 설명까지 거슬러 올라가면서,
인과관계를 두고 수세기 동안 이어져온 생각을 뒤집었다. 당시 흔한 상식에 따르면,
우리는 여러 사건에서 되풀이해 눈에 띄는 상관관계로 물리적 인과관계를 추론한다.
우리는 이제까지 무수한 경험을 했는데, 이르테면
움직이는 어떤 물체가 다른 물체를 건드리자 그 물체도 (늘 그렇지는 않지만) 대개는 같은 방향으로
곧바로 움직이기 시작하는 것을 여러 차례 목격했다.
당구공이 다른 공을 때릴 때 이런식이며, 청소하다 꽃병을 쓰러뜨려도 같은 일이 벌어진다.
그러나 미쇼트는 생각이 달랐다.
그는 우리가 색깔을 곧이곧대로 보듯이 인과관계를 '본다'고 주장했다.
그는 자신의 주장을 뒷바침하는 이야기를 만들었다.
관찰자가 화면에서 검은 정사각형이 움직이는 모습을 본다.
이 정사각형이 다른 정사각형과 만나자 그 다른 정사각형도 곧바로 움직이기 시작한다.
관찰자는 첫 번째 정사각형이 물리적 힘을 가한 적이 없다는 걸 알면서도 막강한 '인과관계 착각'을 일으켜,
두 번째 정사각형이 곧바로 움직였다면 첫 번째 정사각형이 두 번째 정사각형을 "밀어낸 것이라고 설명한다.
또 어떤 실험에서는 생후 6개월 된 아기들에게 원인과 결과 시나리오에 따라 움직이는 사건을 연속해 보여주었는데,
어느 순간 인과관계가 바뀌자 아기들이 놀라는 반응을 보였다.
우리는 태어날 때부터 인과관계가 있다는 '느낌'을 갖는 게 분명하다.
하지만 이 느낌은 인과관계 유형을 논리적으로 따진 결과가 아니다. 시스템1이 작동한 결과다.
미쇼트가물리적 인과관계를 증ㅁㅇ하는 책을 펴낸 1944년,
심리학자 프리츠 하이더(Fritz Heider)와 메리앤 지멜(Mary-Qnn Simmel)이
미쇼트와 비슷한 방법을 써서 '의도적'으로 만들어진 인과관계를 증명해 보였다.
이들은 1분 40초짜리 영상을 만들었는데,
그 영상에는 문이 열린 집처럼 생긴 도형이 있고 그 주위를 큰 사각형, 작은 삼각형, 원이 돌아다닌다.
사람들은 이 영상을 보며 공격적인 큰 삼각형이 작은 삼각형과 원을 괴롭히고,
원과 작은 삼각헝는 힘을 합쳐 못된 큰 삼각형을 무찌른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문 근쳐에서 티격태격하다가 결국 파국적 종말이 온다고 해석한다.
사람들은 이처럼 어떻게든 의도와 감정을 찾아내고야 마는데, 자폐증에 걸린 사람만 예외다.
이 모든 과정은 당연히 전적으로 머릿속에서 일어난다.
머릿속에서는 행위자를 찾아낼 준비가 되어 있거나 찾아내려고 안달하면서,
그 행위지에게 성격 특성과 구체적인 의도를 부여하고, 그들의 행위를 개별 성향의 표출로 본다.
여기서 다시 한 번, , 우리는 의도적으로 어딘가에 원인을 돌리도록 타고났다는 게 증명된다.
한 살이 안 된 아이도 못살게 구는 자와 피해자를 알아보고,
추적자라면 무엇을 쫓든 최단경로로 쫓아가 그것을 잡으리라고 예상한다.
자유의지로 어떤 행위를 한 것과 물리적 인과관계는 완전히 별개다.
내 손으로 소금을 집어 들었더라도 우리는 그것을 물리적 인과관계의 연속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음식에 소금을 더 넣고 싶은 마음에, 육체와 분리된 '내가' 내린 결정에 따라 행동했을 뿐이다.
많은 사람이 자연스럽게 자신의 영혼을 행동의 원천이자 원인으로 설명한다.
심리학자 폴 블룸(Paul Bloom)은 2005년에 〈애틀랜틱. The Atlantic〉에서,
물리적 인과관계와 의도적 인과관계를 별개로 보는 우리의 타고난 성향 탓에
종교적 믿음이 보편화되었다는 도발적 주장을 폈다. 그는 말했다.
" 우리는 사물의 세계를 정신의 세계와 본질적으로 다르게 인지해, 영혼 없는 육체와
육체 없는 영혼을 상상할 수 있게되었다."
인간은 이처럼 인과관계 방식을 두 가지로 지각하고,
그 덕에 여러 종교에서 나타나는 두 가지 핵심적 믿음을 자연스러게 받아들이는데,
하나는 비물질적 신성이 물리적 세계를 탄생시킨 궁극적 원인이라는 것이고,
또 하나는 불멸의 영혼은 우리가 살아 있는 동안 육체를 일시적으로 통제하다가
우리가 죽으면 육체를 떠난다는 것이다. 블륨의 견해로 보면,
두 가지 인과관계 개념은 진화의 힘으로 분리되어 형성되었는데,
이로써 종교의 기원이 시스템1로 편입된다.
유독 인과관계를 두드러지게 인식하는 직관은 이 책에서 반복되는 주제다,
사람들은 통계 논리가 필요한 상황에서 엉뚱하게 인과관계를 적용한다.
통계적 사고는 개별 사례의 결론을 낼 때 그 사례가 속한 범주의 특징을 고려한다
안타깝게도 시스템1은 이런 논리적 사고가 불가능하다.
오직 시스템2만이 통계적 사고가 가능한데, 여기에 필요한 훈련을 받는 사람이 거의 없다.
인과관계 심리학은 내가 일관성에는 거의 관심을 두지 않은 채,
시스테1과 시스템2라는 행위 동력의 은유를 써서
심리적, 정신적 과정을 설명하겠다고 결심하는 계기가 되었다.
나는 시스템1을 어떤 특성과 선호도를 가진 행위자로 언급하기도 하고,
현실을 복잡한 연관관계 유형으로 나타내는 연상 체계로 언급하기도 한다.
시스템과 연상 체계는 허구다.
그런데도 그것을 사용하는 이유는 우리가 무엇의 원인을 생각하는 방식에 딱 들어맞기 때문이다.
하이더가 만든 삼각형과 원은 진짜 행위자는 아니다.
단지 그런식으로 생각하는게 아주 쉽고 자연스러운 뿐이다. 정신적 경제성의 문제다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일을 정신의 특성과 의도로 설명한다면
그리고 때로는 기계적 규칙성으로 설명한다면, 독자도 (나처럼)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나는 시스템이 진짜로 존재한다고 말할 생각이 없다.
하이더가 큰 삼각형이 진짜로 남을 못살게 구는 존재라고 주장할 마음이 없었듯이,
ㅡ
정상, 놀람, 원인과 관련한말들
"두 번째 지원자도 내 오랜 친구로 밝혀졌을 때 나는 크게 놀라지 않았다.
특이한 사건이 고작 한 번 더 반복됐는데 벌써 정상이라고 느끼다니!"
"이 상품에 대한 반응을 조사할 때 평균에만 초점을 맞추지 말자.
정상적 반응에 속하는 영역 전체르 고려해야 한다."
"그는 자기가 그저 운이 없었다는 생각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인과관계 설명이 필요하다.
결국 다른 누군가가 고의로 자기 일을 방해했다고 생각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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