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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 블루베리
새벽마다 뻐꾸기가 웁니다. 짝을 찾는 애절한 노래를 들으면 보고픈 사람을 향한 그리움이 간절해집니다. 농촌의 희망을 찾아 진안으로 들어온 지 4년, 단순 소박한 삶을 향한 만나생태마을 공동체를 꾸려온 지 3년, 힘들고 고단한 세월이었습니다. 그러기에 보람도 컸습니다. 자급자족의 꿈이 한 알 한 알 영글어갑니다. 블루베리가 그 열매입니다.
저희 만나생태마을은 진안고원 450미터에 보금자리를 만들었습니다. 저희 공동체 앞으로 개울이 흐릅니다. 가뭄이 들어도 물이 마르지 않습니다. 금계곡이라는 마을 맨 위쪽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옹기종기 모여 있는 집들이 인공구조물의 전부입니다. 멧돼지가 고구마 밭을 서리하고 노루가 작물들의 잎을 뜯어 먹는 산골마을입니다. 그러기에 저희공동체에서 수확한 농산물들은 맑은 물과 신선한 바람과 유기 거름을 먹고 자란 건강한 먹을거리입니다.
유기농업이 얼마나 힘든 지 매일 몸으로 배우고 있습니다. 효소와 쌀겨, EM과 생선발효액, 부엽토와 목초액, 유박과 막걸리 등으로 키우니 힘들고 열매도 적게 열립니다. 제초제 대신 손과 예취기로 제초를 합니다. 풀과의 전쟁인 생명농업이 얼마나 힘들고 외로운 길인지 통감하며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화학비료를 준 관행농법으로 키운 농업기술센터 블루베리는 나무도 크고 열매도 주렁주렁 열립니다. 유기농법보다 많게는 3배 가까이 수확이 나옵니다.
유기농법으로 제배하는 것보다 더 어려운건 생명을 바쳐 수확한 블루베리를 판매하는 것입니다. 절제와 인내를 배우며 한 알 한 알 감사하는 마음으로 기도하며 잘 익은 것만 땁니다. 맛나게 드실 분들의 행복한 얼굴을 생각하면 수확의 노동이 기쁨이 됩니다. 1Kg를 따려면 500번의 손, 아니 2000번 이상의 손이 갑니다. 잘 익은 것만 골라서 따야 합니다. 다른 과일은 약간 덜 익은 것을 따도 이삼일 지나면 숙성이 되는데 블루베리는 숙성이 되지 않습니다. 레드가 조금만 섞여도 안 되는, 온전히 블루만을 따야 합니다. 그러기에 열매 따기가 쉽지 않습니다. 가족들이 둘러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작고 모나고 상처 입은 것을 골라내고 좋은 것만 용기에 담습니다. 식구들과 정성과 기도로 수확한 사랑의 열매지만 사람의 눈으로 선별하기에 간혹 벌레 먹은 것이 들어갈 수도 있습니다. 이는 농약을 하지 않았다는 증거입니다.
서울 방배동 신자가 저희 마을을 방문해서 블루베리 맛을 보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마트에서 사다 먹는 블루베리는 맛이 심심해서 믹서에 갈아 우우에 타 먹는데 여기 블루베리는 새콤하고 달콤하네요. 진안고원 고랭지에서 생산한 것이라서 그런지 생과로도 맛있는데요. 마트에서 산 블루베리는 화학비료를 주고 해발 50미터 내외의 평지에서 제배한 블루베리라서 그런가보죠.”
1Kg에 5만원입니다. 신선한 과일을 위해 천공필름에 아이스백을 넣어 2Kg, 3Kg, 5Kg 포장해서 무료 택배로 갑니다. 전화 드리지 못하고 이렇게 편지를 쓸 수밖에 없는 건, 사제가 무얼 사달라고 청하기가 용기가 나지 않아서 입니다. 이런 못난이가 지속가능한 푸른 지구, 미래 세대에게 희망을 주는 생태마을을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여러 모습으로 함께 해 주심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하느님께서 기뻐하실 일을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영광인지요. 만나생태마을을 방문해서 격려와 희망을 주신다면 더 큰 영광이겠습니다.
블루베리는 신의 내린 과일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인디언들이 약으로 사용했습니다. 하루에 20알 정도 드시면 노화방지와 성인병예방에 좋습니다. 블루베리를 생과로 맛있게 드시려면 플라스틱 통에 넣어 냉장 보관하면 좋습니다. 하지만 4일 이상 냉장보관하면 과일이 건조되고 물러지기 시작합니다. 오래 두고 드시려면 비닐백에 싸서 냉동보관해서 드시면 좋습니다.
하시는 일마다 보람된 일들이 되시고, 가족과 이웃과 더불어 행복한 날들 되시길, 가족들과 미사와 노동과 기도로 함께 하겠습니다. 깊은 산골의 삶은 그리움이 깊어가고 사랑의 눈빛이 맑아지는 삶인가 봅니다. 감사합니다.
농협 501017-51-120518 최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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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생태마을에서 신부 최종수 사랑수
아래의 글은 박철 목사님의 글입니다.
최종수 신부의 블루베리 사랑, 가슴 아픕니다.
방금 기도회를 마치고 서재에 올라왔더니 진안에서 작은 생태공동체를 하고 있는 아우 최종수 신부한테 장문의 문자가 왔네요. 마음이 아파서 다 읽지 못하고 중간에 울음보가 터졌습니다.
형님, 오늘 오랜 가뭄 끝에 단비가 내렸습니다. 대지만 가뭄을 타는 것은 아니겠지요. 시련과 고통, 좌절과 절망, 인내와 한계 등의 인생의 가뭄이 그러한 것이겠죠. 그동안 삶의 가뭄, 여러 어려움 때문에 힘들었던 마음이 하소연으로 분출하는가 봅니다.
하느님, 자급자족의 꿈이 그렇게 어려운 것인가요? 함께 미사하고, 기도하고, 함께 일하고 밥을 먹는 단순소박한 공동체가 그렇게 힘들고 어려운 일인가요? 농촌에서 희망 찾기 4년, 만나생태마을 공동체 일구기 3년. 뒤돌아보면 분명 하느님의 은총이었습니다. 인간이 계획하지만 그 일을 여러 방법으로 이루어 주시는 분은 하느님이십니다. 하지만 남몰래 흘린 눈물과 고뇌가 많고 깊었습니다.
여러 어려움이 있지만 유기농업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유기농업이 얼마나 힘든지 매일 몸으로 배우고 있습니다. 유기농업보다 더 힘든 것은 그 유기농산물을 파는 것이었습니다. 농산물은 생물이기에 2-3일 안에 판매를 해야 합니다. 좋은 이웃들에게 나누는 것은 신이 나는데 돈을 주고 파는 일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모릅니다.
하느님, 블루베리 수확이 시작되었는데 마땅한 판매처가 마련되어 있지 않습니다.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하느님께서 좋은 이웃들을 보내주시겠지.' 하며 하느님께 의탁하면서도 마음 한편에 불안함이 도사리고 있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신부님들께 수녀님들께 부탁할 수 있지만 사제가 무얼 사달라고 하기가 참 어렵네요.
신학생 때부터 알고 있는, 아버님처럼 존경하는 의사 신자에게 블루베리를 들고 갔습니다. "신부님, 잘 살고 계시네요. 한 두 해 농사짓다 포기하고 나오실 줄 알았는데 장하십니다." 하시더군요. "블루베리 판매처가 없어서 그런데 좀 부탁드려도 될까요?"하는 말이 입속에서 맴도는데 입 밖으로 나오지 않더군요. "첫 수확입니다. 맛있게 드세요"하고 병원 문을 나왔습니다.
하느님 아버지만 믿고 산골로 들어왔지만 자급자족의 꿈은 아직도 멀기만 합니다. 3년 동안 집 3채, 저온창고, 생태화장실, 여러 영농시설과 농자재 등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처럼 자본이 들어갔습니다. 투자는 코끼리 같은데 수입은 비스킷처럼 작았습니다. 된장과 효소, 블루베리와 꽃차 등의 소득사업이 있지만 아직은 걸음마 단계입니다. 언제 자립을 이룰 수 있을까 생각하면, 이 또한 쉬운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농산물 판매 금액이 통째로 남는 순수입이라고 해도 농촌에서 살아남기란 쉽지 않다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인건비와 자재비와 영농비 등을 생각하면 더욱 그러합니다.
하느님, 이따금 제 마음과 영혼에 고독과 고뇌의 밤이 찾아옵니다. 큰 걱정 없이 안정적인 생활이 보장된 본당사목을 해도 이따금 고독과 고뇌가 찾아오는데, 농촌의 희망을 찾는 일은 더욱 큰 시련과 고난이 찾아오겠지요.
오늘 장마라는 단비가 내리는데 마음과 영혼에는 눈물이 하염없이 내리는 것은 왜 일까요. 그동안 머리로만 알았던 세상살이, 모두가 이렇게 힘들게 산다는 것을 농사와 판로의 어려움을 통해 이제야 제대로 배우고 있기 때문일까요. 머리까지 아프니 더 처량해 집니다.
"하느님 왜 이 길을 가라 하십니까?"
침묵 가운데 계시는 당신을 만나기에는 제 침묵이 너무 소란스러운 탓인가요. 당신을 만날 수 없기에 사람 속에서 당신을 찾을 때도 있었습니다. 때때로 길을 열어 주시라고, 대답해 주시라고 남몰래 눈물로 하소연 할 때도 있었습니다. 저도 인간인지라 외롭고 힘들 때 인간을 찾았습니다. 오늘 밤이 그런 날인가 봅니다. 그런데 제 하소연을 들어 줄 사람, 누군가에게 전화라도 해서 울음보라도 터트리고 싶은데, 힘들다고 말하며 품에 안겨 울고라도 싶은데, 밤이 깊어 가듯 외로움만 깊어갑니다. 자고 일어나면 비온 뒤 맑은 산처럼 좋아지겠지요.
이렇게 하느님께 하소연 한 일기를 형님께 보낼 수 있다는, 그런 형님이 계시기에 행복한 사람인 줄 알지만 오늘밤은 제 영혼에 이슬비만 내립니다. 이 또한 하느님께 더 가까이 가기 위한 과정이기에 감사할 뿐입니다. 제 하소연을 들어줄 형님이 계셔서 감사합니다.
- 2012년 6월 29일 아우 최종수 신부 드림.
눈물이 많아 '사랑수' 신부로 많이 알려진 최종수 신부는 2008년 8월 팔복성당 주임신부 직을 내려놓고 홀연히 자취를 감추었습니다. 그에겐 오래 전부터 생태마을 공동체에 대한 꿈이 있었습니다. 드디어 그의 꿈이 전북 진안에서 이루어지게 되었습니다. 만 4년 동안 그의 글에 볼 수 있듯이 혼신의 힘을 다해 만나생태마을 공동체를 일구었지요.
그러나 세상에 어디 그 어느 것 하나 만만하게 있겠습니까? 최종수 신부가 지향하는 생태 마을공동체는 자급자족형 공동체입니다. 그동안 공동체에 필요한 건물을 짓는 일에 혼신의 힘을 다 쏟았습니다. 그리고 처음으로 블루베리를 생산했는데 판로가 만들어지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지난 6월 15일에도 아우 최종수 신부한테 문자가 왔었지요.
뻐꾸기 소리 들리는 아침, 철이 형님 생각하니 행복합니다. 블루베리가 익어갑니다. 6월말이나 7월초에 수확하니 그때 꼭 방문하셔서 맛보세요. 형님을 무척 사랑하는 아우 신부"
곧바로 답을 보냈습니다.
"지구별 한쪽에 아우 사랑수 신부가 있다는 사실이 나도 행복하다오. 건물은 다 지으셨소? 마음과 뜻이 통하는 사람들끼리 오순도순 살아가는 모습이 참 부럽소. 사랑수 신부처럼 나도 어디 진득하게 눌러 앉아 자연을 벗 삼아 살아갈 날이 오기를 바란다오. 형 목사"
그때만 해도 나는 최 신부가 그리 절박한 상황인 줄 몰랐지요. 전화로 일단 몇 사람의 지인들과 함께 방문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오늘 장문의 글을 받고서야 나의 무심함에 너무 미안하고 부끄러워서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최종수 신부가 많이 지쳐 있는 것 같습니다. 그의 지친 손이라도 잡아 주어야 하겠는데,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지금 급한 김에 글을 올립니다. '아픔은 함께 나누면 작아지고 기쁨은 함께 나누면 배가 된다'는 경구가 생각납니다.
"사랑하는 독자 여러분들이여! 이름도 생소한 저 전라도 진안 만나생태마을 공동체에서, 고운 꿈을 온몸으로 실천하고 있는 최종수 신부의 눈물을 닦아주고 지친 손을 잡아 주기를 간절한 마음으로 부탁드립니다. 블루베리 많이 드시고 건강하시길 빕니다."
첫댓글 언니, 주문을 하고 싶어도, 연락처가 없네요. 혹시 연락처를 알수 있을까요?
농협 501017-51-120518 최종수
핸드폰 010-4614-4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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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글을 옮겨온사람이 전화번호는 배고 긁어왔나보다!
한참찾앗다.
마이 무그라!!!!
블루베리는 농약하면 다 죽는데이, 나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