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더스데이 실종과 소원해지는 인간 관계
엄마 아빠는 현관 문 앞에 나와 서 있다.엄마를 찾아 온 딸은 남편과 함께 4-5미터 떨어진 마당에서 얘기를 나눈다.같이 온 손자들도 엄마 손만 잡고 할머니에게 가서 안기지 않는다.서서 한 두어 시간 얘기를
나누던 딸은 “엄마,아빠 안녕히 계세요”하고 떠난다.올해 “마더스데이” 풍경이다.
마더스데이는 추수감사절,크리스마스 등 미국인이 즐기는 큰 휴일 중 하나다.가까운
데서 사는 자식은 물론 먼데서도 엄마를 찾아 온다.이날 하루만이라도 어머니의 “낳은 정” 과 “기른 정”에 대한 감사를 드리기 위해서다.자식들은 이날 어머니 가슴에 카네이션을 달아주고,조그만 선물이라도 안겨 준다.그리고 가족이 모여 함께 식사를 하며 오랜만의 재회를 즐긴다.
핵가족화로 지지고 볶으며 함께 살던 시대는 지나 갔다.늙은 부모들은 둘이서,혹은 혼자서 사는게 대세다.미국에서는
자녀가 대학교에 들어 가면서 부모로 부터 독립하기 시작한다. 자기 가정을 꾸리면 더더욱 남처럼 산다.가까운 곳에 살면 자주 볼 수 있지만 먼데 살면 정말 만나기 힘들다. 미국 땅덩어리가 워낙
넓은 탓이다. 그런 부모 자식들이지만 그래도 이 3대 명절에는 최소
한 두 번 만나게 된다.
엄마는 마더스데이 만큼은 식사준비를 안 해도 된다.
자식 또는 남편이 차려주는 밥을 먹을 수가 있다.아니면 나가서 외식을 한다.가슴에 장미나 카네이션 한 송이는 당연히 단다. 교회나 성당에서도 꽃을 달아준다.화장품이든,옷이든,신발이든 조그만 선물도 받는다.아니면 현금 봉투를 대신 받는다.손자 손녀들이 고사리 손으로 그린 예쁜 카드를 받기도 한다.먼데서 사는 기혼 또는 미혼 자녀들도 찾아와 함께 자며 부모자식간 정도 나눈다. 이런 데서
우리네 엄마는 자식 낳고, 기르고 가족 뒷 바라지 하던 고초를 조금이나마 잊고 즐거워했다.
그런데 이번 코로나 팬데믹으로 이런 모습들이 사라졌다.가까운 곳에 사는 자식은 그나마 찾아와 마당에서 라도 얼굴을 보며 인사를 나누지만 먼데 사는 자식은 아예 올 엄두를 내지 못한다.
비행기 타는 것도 그렇고,와도 잘 데가 없다.엄마집에 들어갈 수가 없는 때문이다.부모에게 자기가 감염될 수도 있지만 자신이 연로한 부모에게
바이러스를 옮길 우려가 있어 서다.
현대사회에서 부모 자식간 거리는 갈 수록 소원해지고 있다.
대가족제 대신 핵가족화가 진행된 탓이다.부모 형제간의 끈끈한 정은 갈 수록 느슨해
지고 있다. 코로나로 인해 그것이 더 가속화되고 있다.부모 자식 뿐만이
아니다. 인간 관계도 마찬가지다.백신이나 치료제가 발견되기 전에는 사회적
거리 두기가 일상화 될 수 밖에 없는 탓이다. 누가 보균자인지 모르니 서로가 서로를 기피할 수밖에 없다.”사회적 거리 두기”란 “뉴노멀”이 “노멀화”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안만나면 자연히 멀어진다. 마르그대로 “아웃어브 사이트,아웃어브 마인드(OUT OF SIGHT,OUT OF MIND)”다.아무리 사이버 세계에서는 소통한다 해도 직접 만나서 관계를 맺는 것과는 다르다.”술 한잔 나누며,놀이를 하며” 사귀는 풋풋한 대인관계는 사이버세계가 보충해 줄 수 없다.
현대인은 스마트폰,인터넷,PC
등으로 인해 혼자 노는 시간이 많다. 심지어 연인끼리 만나서도 커피 시켜 놓고 대화보다
서로 스마트 폰 보는 시간이 많아지고 있는게 현실이다.이런 현대인의 “혼자놀기”가 코로나로 인해 더욱 심해지고 있는 것이다.코로나 방역의 일환인 “물리적 거리두기”가 장기화 되는
때문이다. 직접적 대인 관계가 줄면 사람과 사람 사이의 정도 멀어질 수밖에 없다.
14세기 패스트의 대유행이 유럽에서 봉건제 붕괴와 르네상스를
가져 왔다고 한다. 많은 사람이 패스트 처럼 이번 코로나도 세상을 크게 바꿀 거라고 내다 본다.온라인 쇼핑의 일상화,재택 근무 증가 등 뉴노멀의 노멀화가 우리사회에 대변혁을 가져올 전망이다.나는 이런 정치 경제 사회적 변화 보다 인간 관계가 점점 더 소원해 질 것이라는 사실이 더 슬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