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2년 5월 2일 월요일, 맑음, 저녁 소나기
여기서 유명한 전통 음식 코시도 마라가토(Cocido Maragato)를 먹어보기로 했다. 저녁 메뉴로 적당할 것 같은데 먹을 수 있을 때 먹기로 하고, 일단 식당을 찾아 나섰다.
성 바돌로메 성당(Iglesia de San Bartolomé) 이 있는 바돌로메 광장에서 식당(Restaurante Casa Maragata II)을 찾았다. 식당은 마침 영업을 하고 있었고 손님들도 많았다. 할 수 있을 때 하자는 생각으로 일단 들어가 자리를 잡았다.
저녁에 알게 되었지만 점심만 영업을 한다. 장식이 멋진 고급식당이다. 보양식으로 9가지 정도의 고기가 나온다. 소 앞다리, 육포, 돼지 족, 돼지 귀, 닭고기, 순대, 소시지 등, 수육이다. 먼저 주문을하니 빵과 포도주가 제공되고 그 후에 수육 종류가 나온다.
그 후에 가르반소(Garbanzos 병아리콩) 요리가 나온다. 익힌 병아리 콩, 양배추, 감자 등이다. 그 후에 피데오 수프(길이가 짧은 파스타 면으로 만든 수프)가 나온다. 디저트로 야채와 토마토가 나오는데 순서가 거꾸로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이한 점은 보통 식사와 반대 순서 즉 고기를 먼저 먹고 그 다음에 나머지 곁들인 음식을 먹는다는 점이다. 맨 마지막에 검은 돌판 위에 올려진 홍차가 등장하는 이 고장의 전통 요리란다.
두당 27유로로 가격은 좀 비싼편이지만 엄청난 양으로 다 먹지 못하고 말았다. 먹지 못한 주 메뉴는 포장도 예쁘게 해준다.
배가 터지도록 먹고 아스토르가 동네 한바퀴를 한다. 초코릿 공장과 매장이 유명하다.
타일장식의 시계와 전통복장을 한 원주민 모양이 눈에 들어온다. 아스토르가는, 다양한 양식의 예술적 유산과 풍부한 역사가 살아있다.
카미노 데 산티아고의 중요한 기념물이 많이 존재하고 있어서 어느 방향으로 도시를 나가든 매력적인 풍경과 훌륭한 건축물들을 볼 수 있다.
순례자는 아스토르가부터 루따 델 오로(Ruta del Oro; 금의 길) 같은 역사와 예술의 길을 가볼 수도 있고 페르본 델 디아블로 길(Ruta del Fervon del Diablo)이나 까스까다 데 라 페르벤시아 길(Ruta de la Cascada de la Fervencia)을 따라 텔레노 산을 오를 수도 있다.
아스토르가를 지나는 순례자라면 반드시 이 도시를 대표하는 두 가지 음식을 맛볼 것을 추천한다. 하나는 코시도 마라가토(Cocido Maragato)이고. 두 번째 대표 음식은 버터가 들어간 과자 만테카다(Mantecadas)란다.
또 아씨시의 성 프란시스코의 이야기가 전해지는 곳이다. 전설에 따르면 산티아고로 순례를 가던 성 프란시스코는 지치고 병든 상태로 아스토르가에 도착했다.
이곳에서 극진한 보살핌을 받아 건강이 회복된 성 프란시스코는 다시 힘을 내어 카미노를 떠났다. 도시 유력자들은 뒤늦게 성 프란시스코가 아스토르가에 머물렀다가 떠났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라바날 델 카미노까지 전령을 보내 그에게 아스토르가로 돌아와 수도원을 세워 달라고 부탁했다. 성 프란시스코는 이 부탁을 수락하지는 않았으나 그의 제자 중 한 명을 보내 성 프란시스코 수도원을 설립하게 했다.
자신을 대신하여 제자를 보내는 것에 대해 양해를 구하는 성 프란시스코의 편지가 독립전쟁 때까지 문서 보관소에 보관되어 있었다고 한다. 또 재미있는 이야기도 있다. 이단의 순례자이야기다.
아스토르가는 가톨릭교회 최초의 이단자인 프리실리아노가 처형당한 곳이라고 한다. 그가 죽은 후 그의 추종자들이 가톨릭 교회의 박해를 피해 시신을 수습하여 그의 고향인 갈리시아까지 옮겼다.
그들이 거쳐 간 길이 카미노 산티아고와 같은 길이었다고 한다. 이러한 이유가 산티아고 순례길이 폭발적으로 번성한 것의 진짜 이유라는 전설이 있으며 그를 추종하는 이단의 기독교도들이 산티아고 순례를 가장하여 은밀하게 프리실리아노의 무덤을 찾아 순례했다고 한다.
주위를 잘 살펴보면 순례자를 가장한 프리실리아노의 추종자들이 당신의 주위를 서성일지도 모른다. 골목길을 조금 가니 에스파냐 광장(Plaza España)에 들어선다. 직사각형의 광장이다. 카페, 식당, 상가가 자리잡고 있다. 시청사 건물이 멋지다.
아스토르가 시청(Ayuntamiento de Astorga) 건물은 에스파냐 광장을 품고 있는데, 바로크 양식의 아름다운 파사드, 끌라비호 전투의 군기가 소장되어 있다. 아스토르가 시청과 쌍둥이 탑, 도시의 상징인 시계탑이 눈에 띈다.
시계에는 마라가테리아 식으로 입은 두 사람이 망치로 종을 치는 모습이 형상화되었다. 마라카테리아란 스페인 남부 이슬람 후손들이 살았던 이 지역의 옛 이름이다.
이 두 사람은 콜로사와 후안 산쿠다라는 두 인물로, 이 시계는 정시는 알려주지만 15분, 30분, 45분은 알려주지 않는다. 그 이유는 이 시계를 만든 장인이 인색한 도시 주민들을 비웃으며 ‘시간은 알려주지만 15분은 알려주지 않겠다’라고 결심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시청은 레오네세와 카스티야 도시의 전형인 현관이 있는 광장인 마요르 광장의 한 면에 액자가 되어 있다. 17세기 레온 바로크 양식의 토목 건물이다.
메인 파사드에는 왕실의 문장과 시계가 눈에 띄지만 특히 두 사람의 마라가토를 나타내고 매시간 망치로 중앙 종을 두드리는 두 개의 자동 인형이 눈에 들어온다. Astorga 시의 상징적인 건물이다.
광장에서 오른쪽 길을 조금 걸어가니 또 다른 광장(Plaza del Gral. Santocildes)이 나온다. 사각형의 긴 광장에는 황금빛 독수리를 밟고 있는 사자 석상(Monumento a los defensores de la ciudad)이 만들어져 있다. 골목길을 따라 계속 걸어간다.
작은 광장(Plaza Obispo Alcolea)이 열린다. 재미있는 동상이 있다. 검은 대리석으로 만든 역동적인 모습을 한 누드 모자상(Escultura de la Maternidad 어머니)이다. 중년 남자의 익살스러운 재롱이 웃음을 자아낸다.
우리는 카스트로(Pl. Eduardo de Castro) 광장으로 간다. 청동으로 버물러진 동상(Escultura “El cofrade”남동생)이 있다. 산타 마리아 대성당 (Catedral de Santa Maria)이 압권이다.
산타 마리아 대성당은 아스토르가에서 가장 중요한 건축물이자 로마네스크와 고딕, 바로크 양식이 혼합되어 있는 최고의 성당이다. 로마네스크 양식의 대성당을 확장하면서 고딕 양식이 되었는데, 아직도 로마네스크 양식의 요소가 남아 있다.
성당의 제단부는 고딕 양식, 파사드는 바로크, 위엄의 성모상은 12세기, 스테인드글라스와 주제단화는 16세기의 작품이란다. 성당 내부의 아름다운 위엄의 성모상은 스페인 로마네스크 양식에서 가장 아름다운 성모상이다.
합창단석의 조각 중엔 카드놀이를 하면서 파이프를 물고 있는 사람이 있는데, 이 조각은 콜론(Colon; 콜럼버스)이 처음으로 아메리카 대륙에 도착한지 불과 25년 후에 만든 작품이다. 이 작품은 유럽인들의 흡연 습관을 보여준 최초의 작품이다.
그 전에 위치해 있는 주교궁도 멋지다. 카탈로니아 건축가 가우디(Antoni Gaudí)가 만들었다는 이유로 더욱 유명해 졌다. Astorga의 성공회 궁전으로 알려진 주교궁 (Palacio Episcopal)은 가우디가 설계한 환상적인 현대 건축물이다.
원래 주교의 거처로 건축되었으나 오늘날엔 카미노 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다. 그것은 1889년과 1913년 사이에 지어졌다. 카탈로니아 모더니즘 스타일로 디자인된 이 건물은 카탈루냐 외곽의 가우디가 지은 단 3개의 건물 중 하나란다.
또 하나의 성당(Celda de las Emparedadas)있다. 가우디 궁전과 아스토르가 대성당 사이에 La Celda de las Emparedas라는 건축물이다. 감방을 갖고 있는 성당이다. 감방의 이야기가 전해진다.
4명의 여성들이 스스로, 자신의 자유 의지에 따라 자신을 죄인이라고 여기고 이 감방에 갇혔단다. 감옥 창살로 가는 계단이 있다. 이 창살을 통해 순례자들이 음식을 전해 주었는데, 이것이 그녀들이 받은 유일한 음식이었단다. 셀 오브 샌드위치라고도 한다.
기원은 14세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공간에는 종교적 이유로, 그리고 개인적으로 자발적으로 여성들이 참회와 기도를 위해 종신으로 들어왔다고 알려져 있다. 감방에 대한 접근은 가려져 2개의 창문만 남게 되었다.
하나는 거리 바깥쪽으로, 다른 하나는 인접한 산타 마르타 교회의 주요 예배당으로 연결된다. 게단을 올라가 창살 안을 보니 컴컴하기만 하다. 광장에는 고춧가루와 붉은 고추를 파는 임시 노점상이 있다. 피멘톤이라는 글이 보인다.
말린 파프리카를 곱게 빻아 가루 낸 파프리카 가루, '피멘톤(pimenton)'이라고도 불린다. 최근 자극적이지 않은 매운맛을 찾는 사람이 늘면서 최근 파프리카 가루가 주목받고 있단다. 가우디의 주교궁 옆, 성벽 앞에는 세 천사상이 세워져 있다.
날개를 달고 있는 것을 보니 천사상이 맞는데, 들고 있는 것은 십자가와 지팡이 그릇으로 모두 다르다. 대성당 맞은편에는 장례식장이 있다. 기념품 가게에서는 산티아고 순례자 모형을 많이 팔고 있다.
광장을 돌아보고 나오는데 골목길에 세워진 커다란 건물 벽에는 벽화(Dadospuntocero,Mural de la Guerra de Independencia)가 그려져 있다.독립 전쟁 장면 같다. 동북쪽으로 난 골목길을 내려간다. 로타리가 나오고 커다란 현대 조각품이 세워져 있다.
견고해 보이는 성벽이 보이고 그 앞으로 넓은 주차장과 공원(Melgar Park)이 있다. 공원에는 잘 가꾸어진 나무들이 질서있게 자리잡고 있다. 산책하기에 참 좋은 길이다. 가우디 궁전과 대성당을 왼쪽에서 다시 볼 수 있다. 아스토르가 버스 터미널도 만났다.
대성당을 보며 들어가는 좁은 길을 걸어가니 다시 세 천사상이 나타난다. 광장과 노천 카페를 둘러본다. 자전거로 장식해 놓았고 앞에는 나무로 만든 동물상도 있다. 예쁘다. 유명하다는 초콜릿 공장도 지나간다. 조용하고 어둡다.
다시 공원 방향으로 내려와 로마시대에 만들어 졌다는 아치가 있는 아치 정원(Aljibe Garden)을 지나간다. 도시의 서쪽 방향에 도착했는데 견고한 성벽 위를 걷게 되었다. 다른 코시도 마라가토 식당(Restaurante Casa Maragata I)도 만났다.
성벽 위에서 내려다 보는 서쪽 방향에는 노란 유채 밭이 눈에 들어오고 주택들의 지붕이 가득 보인다. 서쪽 멀리에서 검은 비구름이 가득 몰려온다. 성벽 위를 걷는다. 왼쪽에는 경찰서 건물과 학교, 지방 법원 건물이 자리잡고 있다.
성벽 아래 로터리에는 스페인 국기가 펄럭이고 공원과 축구장 그리고 주택가가 내려다 보인다. 견고하고 나이 많아 보이는 성벽 문도 있다. 성당 건물 앞에는 보라색 박태기 나무 꽃이 고급스럽게 보인다.
계속 걸어가니 끝에 공원(Sinagoga Garden)이 이어진다. 2016년에 만들었다는 급수대도 있다. 1935년이라는 글씨만 알 수 잇는 흉상도 있다. 성벽끝에서 동쪽을 바라보니 평화로운 마을이 보이고 가운데 성당(Iglesia de San Andrés)이 유난히 빛이난다.
오래된 올리브 나무가 숙소 옆에서 자라고 있다. 숙소로 돌아왔다. 숙소 앞에 있는 순례자 상과 사진을 찍었다.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주룩주룩 소낙비다. 슬리퍼를 신고 다시 숙소를 나와 물 3개(1.5유로)를 샀다.
비가 내려 기온이 떨어지니 보일러를 틀어주는지 훈훈하다. 숙소는 예쁘다. 그림으로 식당, 세탁기, 주방, 테라스를 알려주고 있다. 따듯한 물로 샤워를 한다. 저녁은 그냥 건너뛴다.
점심에 먹은 코시도 마라가토라는 전통음식이 아직도 남아있다. 저녁에는 식당이 굳게 닫혀 있었다. 물집이 생긴 발가락에 종이 테이프를 감고 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