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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추석이 지나고 일주일이다. 가을이 깊어간다. 가을을 느끼기에는 山만 한 곳이 없다. 이제 푸르름을 자랑하던 산의 짙은 녹음도 뜨거운 여름을 견디느라 힘을 다 했는지 서서히 지쳐 단풍이라는 고운 이름으로 변해가고 있다. 눈밭에서 복수초를 피우던 시절부터 연분홍 진달래와 노랑제비꽃을 피우더니 그새 하늘 말나리 잠깐 보여주고는 벌써 구절초와 쑥부쟁이가 산의 주인이 되었다. 이렇게 이제는 깊은 느낌을 주는 가을산이 되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의연한 중년의 신사를 대하 듯, 숙성된 향기로운 명주(名酒)를 음미하 듯, 화려하지만 품격있는 중년의 여인을 만나듯 또다시 가을산을 찾는다.
산이야 다 같겠지만 소위 명산이라는 곳이 있다. 오늘 두타산이다. 산이 많은 우리나라에서 명산 100을 선정한다면 당연히 들어가는 곳이고 한 번만 갈 곳도 또한 아니다. 청옥과 고적대를 같이하여 해봉삼봉이라 하고 동해를 대표하는 산이다.
선조 때 삼척부사로 있던 김효원(1542~1590) 두타산을 여행하고 지은 두타산일기의 앞문장을 옮기면 “천하에 산수로 이름난 나라로는 우리나라만 한 데가 없으며, 우리나라에서도 이름난 고을로는 백두대간 동쪽 영동만 한 곳이 없다. 영동의 산수 중에 기이한 절경으로 이름난 곳은 금강산이 최고이고, 그다음이 두타산이다. ~중략~ 두타산은 삼척부의 서북쪽에 위치해 있으면서 그 골짜기가 깊고 수석이 기묘하여,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린 지 오래되었다.”
대간산행을 하면서 기상악화나 산불예방기간 또는 계절적 이유등을 들어 이어지지 못하는 구간이 생긴다. 오늘은 그동안 미뤄왔던 구간을 남겨진 숙제 하듯 무박산행으로 진행한다. 개인적으로는 무박을 싫어 하지만 이 구간은 어쩔 수 없으니 따라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위안이 되는 것은 날씨가 도와준다면 동해바다의 일출도 볼 수 있고, 북으로는 오대산, 남으로는 태백을 지나 낙동정맥의 산들 도 볼 수 있으니 기대를 하게 된다.
부싯돌이 생산되었다고해서 이름 붙여진 부수베리에 도착해서 산행을 시작한다.
여기서 더바지령 정상까지는 3.6km라지만 길이 좋다. 내 생각으로는 삼척 쪽 이기동 사람들은 이기령이라 불렀고 정선 쪽 사람들은 삼척 삼화동으로 넘어가는 두래골(일면 더바지골)의 정상을 더바지령이라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다. 이기령은 기억하기 쉬우나 더바지령도 정감이 있다.
한 시간도 안 돼 이기령에 도착했다.(휴대전화 안에 다른 기능(야간 촬영 때 사용하는 Expert RAW)으로 찍어 시간이 표시가 안됨)
선두는 벌써 지나갔다.
어두운 산속에도 여명은 밝아오고, 일출을 보고 싶은 마음에 발길을 재촉하지만 벌써 물들기 시작하는 단풍 때문에 걸음이 멈짓멈짓, 마음만 급하다.
이미 날샛다.
나무틈 사이로 해가 뜨는 걸 봤으면 됐지.
아침 햇살에 단풍이 더 곱다.
처음으로 열린 시야에 갈미봉에서 이어지는 괘병산(수병산)이 눈에 들어온다.
이제는 멀리 석병산이 아침햇살을 받고 있다.
왼쪽은 두리봉이고 오른쪽 높은 산은 석병산과 높이가 비슷한 만덕봉이다.
갈미봉 오르는 길.
다음에는 원래 대간길인 왼쪽 능선으로 삼각점이 있는 1142.8봉(느루봉이라는 정상석 비슷한 것이 있는데 공식 명칭은 아니다. 임의대로 지어진 이름이니 이런 일들은 경계해야 한다.)을 넘어오는 길도 찾아봐야겠다.
갈미봉(1260m) 도착.
전망이 없다.
갈미봉은 서쪽으로 괘병산(수병산 1201.5m)을 데리고 있다.
참고로 고적대는 중봉산(1259.3m)을 데리고 있고, 청옥산은 망지봉(1210m)과 연결되어 있다.
그럼 두타산은? 동쪽으로 쉰움산으로 연결되어 있다.
산행하면서 같이 연결해 찾아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그러나 해가 뜨면 좋아질 줄 알았던 날씨가 구름이 일더니 아예 산을 감춰버린다.
야속한 구름이 보려던 청옥산을 덮어 버렸다.
멀리 못 보면 가까운 절경이라도 감상하면서 산행을 계속해야지...
시야가 열리면 뭐 하니! 구름이 내려와 먼산은 보이지도 않고 앞산 넘어 골짜기에는 구름 이빠져 나오지 못하고 있다.
고적대 삼거리다.
무릉계곡에서 해동 삼봉을 다 돌고 이리로 내려가면 용추폭포 위 사원터로 내려가 원점산행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사고다발지역이라고 해서 하산을 막고 있네? ㅎㅎ
저 의자는 앉는 곳이 아니고 올라서야 될 것 같다.
↓ 그래야 이런 경치를 볼 수 있으니 말이다.
동해시내를 내려다보는데 가스가 꽉 차있다. 앞에는 두타산성 능선.
저 위가 고적대겠지.
고적대(高積臺1353m)
다 지워진 안내판의 글씨를 옮기면 이렇다.
‘동해시, 삼척시, 정선군의 분수령을 이루는 산으로
기암절벽이 대를 이루어 신라 고승 의상대사가
수행하였다고 전해지고 있다.
동쪽으로 뻗어진 청옥산, 두타산과 어울러
해동삼봉으로 일컬어지며, 신선이 산다는 무릉계곡의
발원지가 되는 명산으로 높고 험준하여
넘나드는 사람들의 많은 애환이 서린 곳이다.’
다 지워져 내 손가락이 고생했다.ㅠㅠ
고적대에서 청옥산 방향은 암릉으로 시작한다.
이 구간의 최고 조망처인데 운이 없게도 구름이 앞을 가리네.
멀리 못 보니 발아래 구절초와 얘기를 나눈다.
전망은 다 어디 갔나.
앞으로 나는 곰탕을 먹지 말아야지...ㅎㅎ
경치대신 산부추꽃이 눈을 즐겁게 해 준다.
동해시와 동해바다를 내려다본다.
하얀 연기 나는 곳은 발전소인가?
돌아본 갈미봉도 구름 속에 있는데 1142.8봉만 살짝 정상을 보여준다.
앗! 갈미봉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낸다.
분취꽃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나태주 , 풀꽃)
망군대, 아마 이조판서를 지낸 이식(1584~1647)이 올라 임금을 그리워하던 곳이겠거니...
고적대와 중봉산
청옥과 연결된 망지봉이 보일락 말락.
멀리 두위봉과 두위지맥이 보인다.
갈미봉은 여전히 구름모자 쓰고 계시고 1142.8봉만 나와있다.
연칠성령(蓮七星嶺 1224m)
연칠성의 유래는 모르나 한문 그대로 하면 연꽃처럼 펼쳐있는 일곱 개의 별?
내가 혼자 꾸며낸 얘기를 하자면 갈미와 괘병, 고적대와 중봉산, 청옥과 망지봉 그리고 두타를 합하면 일곱 봉우리이니 이를 칠성으로 하고 산의 위치도 횟대처럼 크게 휘어져 있으니 연꽃모양이 아닐까. 그 중심에 이 고개가 있으니..... (이 또한 내 개인생각이니 혹여 퍼 나르지 마시라)
각자 알아서 생각하기.... ㅎㅎ
청옥산 오르기 전 온전한 갈미봉을 볼 수 있었다.
청옥산(靑玉山 1407m)
오늘 구간 중 가장 높은 봉우리다.
푸른색의 옥이 많이 나와서 청옥산이라 그랬다는 설과 청옥이라는 약초가 많이 자생하고 있어 유래됐다는 설이 있다.
그러고 보면 청옥산이라는 이름의 산은 모두 유명한 것 같다.
평창의 청옥산은 육백마지기로 유명하고 태백과 이어지는 봉화의 청옥산도 100대 명품숲과 백천계곡을 끼고 있어 유명하다.
여기에 꼴찌로 와서 식사를 하다 양쪽 허벅지에 쥐가 나서 홀로 남아 마사지하고 조였던 무릎보호대도 풀고 다시 살살 산행.
꼭 소금 먹고, 이온음료 마시고, 당 보충하고 다니자.
준. 희 님과 현상 총무님의 형님이 발굴, 조성해 놓았다는 샘물이다.
아주 오래전 이곳 학등능선으로 하산한 적이 있는데 급경사에 난이도도 심해 고생한 적이 있었다. 다시는 이길로 하산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다행히 등로를 폐쇄해 놨다. 잘했군~
숲 사이로 두타산이 보인다.
문바위골 맨 꼭대기.
멀리서 이 웅장한 바위를 올라가거나 볼 수 있는 방법이 있지 않을까.
한번 찾아봐야겠다.
박달재에 도착.
이곳 하산길도 폐쇄를 해 놨다. 하산을 많이 하는 곳인데 아마 길이 훼손된 것 같다.
시야가 트인 곳마다. 걸음을 멈추고 잠깐이라도 눈요기를 하고 간다.
동해시 위로 옥계를 지나면 금진항 위에 심곡항이 있다. 그냥 그렇다는 얘기다.
무릉계곡을 내려다본다.
저 아래 너덜지대 옆에 계곡 초입부터 베틀바위 쪽으로 산행을 할 때 계속 위용을 자랑하고 있고, 이 계곡의 상징과 같은 그림폭포도 보인다.
어라? 넌 뭐니? 정신이 없는 애다.
그림폭포를 당겨본다.
두타에 오르기 직전 오르막에서 뒤를 돌아보았다.
청옥, 고적대, 갈미봉이 횟대처럼 휘어져 늘어서있다.
멀리 가리왕산만 보이는 정도.
두타산(頭陀山1353m)
‘속세의 번뇌를 버리고 불도 수행을 닦는다’는 뜻으로 그 형상도 부처가 누워있는 모습이란다.
갈미, 고적대, 청옥의 정상은 전망이 없다 그러나 이곳 투타에서는 사방을 둘러볼 수 있어 청옥, 고적대 보다 낮지만 우뚝 솟은 모습에 해동 삼봉 중 가히 으뜸이라 하겠다.
오늘 비록 좋은 시야는 아니지만 먼 곳을 볼 수 있다는 탁트임만으로도 충분하다.
두타산 하면 이승휴(1224~1300)를 빼놓을 수가 없다.
고려 충열왕 때 바른 소리 하다 파직당하고 이곳 두타산 자락 (지금의 쉰움산아래 천은사 인근)에 용안당을 짓고 12년 동안 농사짓고 어머니를 모시면서 『제왕운기』(삼한과 삼국 모두 고조선의 단군이 시조라고 하면서 발해를 고구려를 계승국으로 서술한 역사서)와 불교서적 『내전록』을 저술하였다.
1등
청옥, 고적, 갈미
고적대 지나 갈미봉 쪽 첫 번째 봉우리 뒤로 희미하게 안반데기가 보인다.
아주 더 희미하게는 오대산 줄기(한강기맥).
청옥옆 중봉산 뒤로 가리왕산이 아득하고 왼쪽 두위봉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아쉽게 함백 태백은 구름 저 너머에....
땅에 떨어진 댓재방향 표지판을 난간에 걸쳐 놓았다.
몇 발짝 내려가면 작은 전망바위가 나온다.
내려오는 길에 잠시 전망바위에 올라 아쉬움을 달래 본다.
멀리 가리왕산이 아득하다.
두위봉, 백운산, 정암산도 멀리 병풍처럼 서있고...
문바위골
빠득빠득 함백과 태백을 찾는데 덕항산과 귀내미 마을의 풍력발전기 그리고 면산만 조금 구별할 수 있고 그 뒤는 포기.
재(고개)라는 곳이 대개 산과 산 사이 잘록한 지형이다. 그래서 목이라고도 한다.
그래서 이곳을 다른 말로 통골목이라고도 한다. 번천리 쪽 골짜기가 통골이다.
멀리 육백지맥의 끝자락.
삼각점이 있는 이곳은 1028봉
동해시와 삼척을 내려다보고...
고적대도 한번 더 보고...
이 이정목이 있는 곳이 명주목이 된다.
오늘은 햇댓등을 포기하고 맨 뒤에서 홀로 터벅터벅 댓재로 향한다.
대나무도 없는 댓재에 이 조릿대가 대나무를 대신하는 것 같다.
다들 도착해서 차에 타고 있겠지, 나 때문에 지체됐으니 식당 가서 씻기로 하고 도착하면 빨리 출발하자고 해야겠다.
댓재 산신각에서 인사도 못 드리고 도착해서 바로 탑승.
지난번 이곳에서 남진할 때 주저리주저리 써 놨으니 달리 설명할 것은 없다.
먼발치서 산신각만 바라보고 꾸벅.
산이 좋으니 산행도 좋다. 25km를 후미에서 11시간 걸렸으니 그나마 선방을 했다.
1년에 여러 차례 산행을 하지만 환경이 완벽한 적은 그리 많지 않다. 낮거나 높은 기온, 눈보라에 미세먼지, 흐리거나 비.
이 모든 것이 제거된 완벽한 날씨는 만나기 어렵다. 그래도 산행을 할 때마다 기도를 한다. 날씨를 좀 도와 달라고.
욕심이다. 주어진 환경에서 산행을 해도 그 산행자체가 즐거우면 된다. 오늘도 조금은 아쉬웠지만 이 정도면 감사해야지.
집착과 욕심을 버리면 모든 산행도 더 즐겁지 아니하겠나. 그러나 사람인지라 살면서 어리석은 행동도 하고 별일 아니어도 화도 나고 하지만 두타에 다녀가니 두타의 의미를 마음에 잘 새겨서 도를 닦는 수행의 자세를 가져봐야 되겠다.

첫댓글 심곡님 산행기를 읽어야
비로소 산행이 완성되는 느낌입니다.
점점 꽃 사진이 좋아지십니다~^^
무박산행 은 피하고 싶지만 지나고 보면 좋은 추억으로 남아서 가끔은 할만하다고 생각하는데 쥐도 나고 고생하셨네요 산행기를 읽으면 사람마다 보는 게 다르다는 걸 절실히 느낍니다
부수베리 가 부싯돌 인줄
눈 생기고 처음 알게됨
난 말그대로 베리 중에 한 종류인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역시 용감 용감
많이 배우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