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22일 성 베드로 사도좌 축일>
하늘나라에 들어가는 비결
제 1독서 : 1베드 5,1-4 (같은 원로로서 또 그리스도께서 겪으신 고난의 증인으로서)
복 음 : 마태 16,13-19 (너는 베드로이다. 나는 너에게 하늘나라의 열쇠를 주겠다.)
명동성당에 가보셨는지요? 명동성당과 우리 성당이 다른 점이 있습니다. 명칭 자체가 다르지요. 명동성당은 '천주교 서울대교구 주교좌 명동성당'이고 우리 성당은 '천주교 서울대교구 위례성모승천 성당'입니다. '주교좌'라는 단어가 차이를 나타내 주지요. 주교좌(主敎座)라는 말이 무슨 뜻일까요? 주교님 의자, 즉 그곳에는 주교님 의자가 있다는 의미입니다. 명동성당에 가면 고깔처럼 교회 모양의 지붕이 만들어져 있는 주교님 의자가 놓여져 있습니다. 의자는 주교님의 계시는 곳이라는 것을 상징하면서 동시에 주교님의 권위를 나타내 주지요.
예부터 우리는'자리'라는 표현을 써왔습니다. 존경하는 어른을 만나면 윗자리로 모시는 것이 예의였지요. 자리라는 자체가 권위의 상징이면서 그 사람의 위치를 말해주는 것이었으므로 천주교회에서는 오랫동안 의자(좌)로써 위치를 드러내왔습니다.
오늘은 <성 베드로 사도좌 축일>입니다. 그리스도께서 베드로를 선택하셔서 교회에 봉사할 모든 권한을 주시고 당신의 지상 대리자로 삼으신 것을 기념하는 날이지요. 복음 내용 또한 베드로를 당신의 으뜸 제자로 뽑으시고 그 위에 교회를 세우시겠다는 예수님의 말씀을 전해줍니다.
예수님께서 계속해서 권위 있는 말씀으로 여러 가르침을 주시고 놀라운 기적들을 행하시자 사람들은 궁금해하며 이런 저런 추측들을 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오늘 예수님께서는 넌지시 제자들에게 사람들의 생각을 물으십니다.
"사람의 아들을 누구라고들 하느냐?"(마태16,13)
"세례자 요한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어떤 이들은 엘리야라 하고, 또 어떤 이들은 예레미야나 예언자 가운데 한 분이라고 합니다."(마태16,14)
사람들은 예수님을 보통 사람으로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세례자 요한은 물론이고 엘리야나 예레미야 예언자는 이미 죽은 지 오래된 옛 예언자들이지요. 사람들은 예수님의 모습 속에서 하느님의 사람의 모습을 보았던 것입니다. 메시아가 도래하는 시점이 되면 옛 예언자들이 나타날 것이라는 예언이 있었으므로 사람들은 예수님이 과연 메시아인지 확신하지 못했지만 오실 메시아를 준비하기 위해 오기로 약속된 옛 예언자중의 한 분일 것이라고 설왕설래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사람들의 반응을 전해들은 예수님께서 이번에는 제자들의 생각을 묻습니다.
"그러면 너희는 나를 누구라고 하느냐?"(마태16,15)
베드로가 손을 번쩍 들고 대답합니다
.
너무나도 정확한 베드로의 대답에 예수님께서 놀라신 듯이 말씀하시지요
"스승님은 살아 계신 하느님의 아드님 그리스도이십니다."(마태16,16).
"시몬 바르요나야, 너는 행복하다! 살과 피가 아니라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께서 그것을 너에게 알려 주셨기 때문이다."(마태16,17)
그리고 예수님께서는 베드로 위에 교회를 세우실 것과 하늘 나라의 열쇠를 맡기실 것을, 또 매고 푸는 권능을 주실 것을 말씀하셨습니다. 말씀대로 베드로는 예수님의 첫 번째 수제자가 되어 초대 교황의 자리에 올랐고, 죽음의 힘도 감히 누르지 못하리라는 예수님의 말씀대로 이천 년이 지난 오늘날까지 천주교회는 지속되고 있습니다.
예수님의 열두 제자를 그린 그림을 보면 손에 무엇인가를 쥐고 있는 사람이 둘 있습니다. 열쇠를 쥐고 있는 베드로 사도와 돈주머니를 쥐고 있는 이스카리옷 사람 유다입니다. 예수님께서 베드로에게 하늘 나라 열쇠를 맡기셨다는 이야기를 어린이 미사 때 들려주었더니 어느 초등학생이 이런 질문을 하는 것이었어요.
"신부님, 하늘나라에도 문이 있나요? 무척 커야 할텐데요."
'열쇠'가 의미하는 것은 들어가고 나오는 권한입니다. 예를 들어서 내 집 열쇠를 누구한테 맡긴다고 한다면 내 집을 마음대로 드나들어도 좋다는 허락과 함께 드나들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베드로에게 하느님 나라를 드나들 수 있는 권한을 주신 것이지요. 또 그 뿐만이 아니라 사람을 데려갈 수 있는 권한까지도 주셨습니다. 그래서 신자들은 우스갯소리로 천국의 문지기인 베드로 사도에게 잘 보여야 천국에 들어갈 수 있다고 얘기하기도 합니다.
여기에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그러니 네가 무엇이든지 땅에서 매면 하늘에서도 매일 것이고, 네가 무엇이든지 땅에서 풀면 하늘에서도 풀릴 것이다."(마태16,19)
참으로 중요한 말씀입니다. 땅에서 용서해 주지 않으면 하늘에서도 용서해 줄 수 없으며, 땅에서 용서해주면 하늘에서도 용서해준다는 의미로 고백성사의 근간이 되는 말씀입니다. 고백소에서 이루어지는 용서가 하늘 위의 용서로 이어진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우리 천주교에서는 교황님을 교회 내의 모든 권한의 결정권자로 받들어 모시고 있습니다. 전 세계에 퍼져있는 추기경들이 모두 반대를 해도 교황님이 결정하시면 교회는 아무런 이견이 없이 따릅니다. 교구도 마찬가지입니다. 모든 결정은 교구장이 하게 되어 있지요. 다른 조직은 협의체일 뿐입니다. 많은 신부들이 반대를 해도 교구장이 끝까지 이행 사항으로 결정을 내리면 그대로 이행해야 하는 것입니다. 그것은 본당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는 천주교회 자체가 베드로 사도의 수위권을 대대로 이어받는 구조로 되어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교회를 이끌어 가는 머리가 되는 분들을 위해 많은 기도를 바칩니다. 미사 때마다 교황님과 교구장님을 비롯하여 많은 성직자들이 하느님의 은총 안에 살아갈 것을 간구 드리는 이유가 그것입니다. 오늘 베드로 사도좌 축일을 지내면서 교황님을 위해 기도하고, 우리의 삶에서 천국을 위한 준비는 제대로 되어 가고 있는지 되돌아보아야 하겠습니다.
어느 수도회에 많이 배우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이렇다할 특기도 없는 한 수사님이 계셨습니다. 수사님은 평생을 수도원 외진 곳에서 터진 수도복을 깁는 일만을 해왔습니다. 그러다가 나이가 들어 이제 하늘나라로 갈 때가 되었지요. 죽음을 맞이할 순간이 되자 수사님은 동료 수사들에게 이런 부탁을 했습니다.
"가서 천국의 열쇠를 가져다 주십시오."
형제들은 도대체 무슨 소리인지 어리둥절해 할 뿐이었습니다. 한 형제가 물었습니다.
"묵주를 가져다 드릴까요?"
수사님을 고개를 저었습니다.
"그럼 십자가를 쥐어 드립시다."
그래도 수사님은 고개를 저을 뿐이었습니다. 한참 시간이 흐른 뒤에 한 나이 든 수사가 막 임종을 하려는 수사님께 바늘을 가져다 쥐어주었습니다. 수사님은 그제서야 미소를 지으며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렇습니다. 하늘 나라에 들어갈 수 있는 열쇠는 번쩍거리는 금 열쇠가 아니라 하느님께서 주신 소명에 최선을 다하는 바로 그 성실한 응답입니다. 그리고 마태오 복음 25장의 말씀처럼 가난한 이웃에 대한 배려와 관심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오늘 우리들에게 하늘 나라에 들어가는 비결을 가르쳐 주셨습니다.
성 베드로 사도좌 축일을 맞아서 교황님과 교구장님, 그리고 많은 성직자들이 하느님의 뜻 안에서 바른 사목을 할 수 있도록 기도해 주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