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선물 3
세상에 혼자
내동댕이 쳐진
아이가 있었습니다
이 아이는
어릴 적 사고로 다리를 절고 있었고
누구나 동정 어린 눈빛으로
바라볼 뿐이였기에
때론
햇살에 그을리며
달빛에 움츠리며
세상을 굴러다니기만 했던 아이는
어느새 19세 청년이 된 지금도
자신만 빼고 돌아가는 세상속에서
학교를 갈 수 없는 자신을
다독거리며
낮엔
중국집 배달을 하면서
꼭 변호사가 되어 약하고 힘없는
이들에게 힘과 용기를 주겠다는
꿈을 꾸고 있었지만
한달 일한 품값은 고스란히
엄마가 남겨놓은 병원비를 갚느라
주방 옆 쪽방에서 잠을 자야만 했고
가난은
늘 그의 몫이 되어야만 했답니다
그러다 보니
라면으로 근근이 저녁을 떼우며
새벽 별 밝혀 공부를 하며
버티어 봐도
세상 누구 하나
자신을 위로해 주지않는
외면받는 하루에 지친 청년은
오늘
자살을 하려고
마음을 먹고 있었습니다
“김군아..
점촌리 입구에 있는 비닐하우스에
짜장면 두 그릇 배달이다“
(그래..잘됐어
배달하고 오면서 산 넘어 고갯길에
큰 소나무가 있었지)
청년은
그 소나무에 목을 매려고
미리 준비한 끈을 오토바이 뒤에
숨기고 마지막 배달을 하러
달려가고 있었는데요
“할머니..
짜장면 두그릇이요“
“어휴..
더운데 온다고 욕봤지?“
청년은
자장면 한 그릇에 덮힌 비닐을
재빨리 벗긴 할머니가
열심히 비비고 있는 있는 걸 보면서
“다른 분은 어딜 가셨어요?
날씨가 더워 빨리 안 드시면
불어 터지는데...“
청년이
보이지 않는 한 사람을 찾아
비닐하우스 안을
이리저리 훑터보고 있을때
“자...
불어터지게 전에 어이 먹어“
자장면을 맛있게 비벼
자신 앞으로 내밀어 놓으며
내뱉은 할머니의 한마디에
눈이 휘둥그레진 청년은
“할머니..
저보고 먹으라고요?“
“그려 .."
아픈 다리로 배달 다니느라
옳게 밥도 못 챙겨 먹는 것 같아
같이 먹으려고 두그릇을 시켰다는
할머니 말에
그날 청년은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자장면을
먹게 되었답니다
늘 자신에게
응원과 격려를 담은 말보다
빨리 가라고....
빨리오지 않는다고.....
소리치는 사람들 속에서
따스함을 처음 느껴본 청년은
고개 숙인 인사속에 눈물를 감추고
비가 내리는 거리를 달려나가고
있을 때
저 멀리
용기와 희망을 준 할머니의 목소리가
메아리쳐 오고 있었습니다
“빗길이라 미끄러우니까
조심히 가..“
백미러에 비친
할머니의 고마운 얼굴을 보며
청년은 준비해 갔던 끈을
저 멀리 던져 버리고 있었습니다
당신의 따스함에
세상 속으로
뛰어들 용기를 얻었다며...
펴냄/노자규의 골목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