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모는 꼭 해야 된다는 마음이에요. 작년에도 이 마음으로 참여했고, 올해도 마찬가지로요.” 코로나 19로 만날 수 없다고 모든 활동을 멈출 순 없다. 특히 청소년들에게 4.16 세월호 참사 추모활동은 더욱 그렇다. 달그락 청소년들은 6주기를 지내오며 지역에서, 때로는 안산 청소년들과 연대하며 기억해나갔다. 올해 추모활동은 권예은, 한지안, 전다빈, 이해빈, 정혜린 청소년들이 주도적으로 활동을 만들게 되었다.
코로나로 인해 달그락 공간에 청소년들이 찾아오지 못해 나름 조용함을 유지하고 있는 중에도 예은 청소년과 민정 활동가는 6주기 의미를 살린 추모활동을 생각해봤다. 달력을 보니 4월 초, 4월 16일까지는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이었다. 6년이 지날 동안 우리 사회는 세월호를 어떻게 기억하고 있는지 궁금했다. 살펴보니 세월호 참사를 둘러싼 가짜뉴스도 많고, 사람들이 잊지 않겠다는 약속을 지키고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들기도 했다.
예은 청소년은 “달그락 활동 시작하고 나서부터, 추모에 대한 의미를 더 깊게 생각하고 활동으로 풀어가고 있어요. 달그락 청소년들이 다같이 참여해서 그런 것 같아요” 라며 달그락에서 참여했던 추모활동에 대해서 이야기 했다.
예은 청소년과 민정 활동가가 없었던 달그락의 2016년, 2017년엔 어떻게 추모의 마음을 전했는지 궁금해졌다. 그 당시 남긴 사진과 영상, 글을 보며 사람들이 모이는 군산지역에서 안산 청소년들과 플래시몹도 진행하고, 시민들의 추모 메시지를 모아보기도 하고, 세월호를 잊지 않겠다는 청소년들의 다짐을 선언문으로 만들어 목포 신항에 계신 유가족들을 직접 만나 전달하기도 했다.
그때 유가족 분들은 청소년들을 안아주며 고맙다는 말을 전했다. 달그락 청소년들은 세월호 희생자분들을 잊지 않고, 누구나 ‘안전’할 권리를 위해 사회에 요구해나갔다.
“우리는 이렇게 기억해나가고 있다는 걸 보여주고, 함께 잊지 말아야한다는 의미를 전하는 활동이 되었으면 해요.” 라며 글, 기사, 그림, 영상, 도보걷기 다양한 형태로 만들어온 활동을 한 데 묶어 전할 수 있는 영상을 만들기로 했다.
우선 영상을 제작하겠다고 나선 예은 청소년은 함께할 친구들을 찾았다. 쿠키를 만드는 자치기구지만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하는 지안 청소년이 함께 하기로 했다. 학원에서 그림을 배우거나 그런게 아니라 잘 그릴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걱정이 비치기도 했으나 그걸 뛰어넘는 지안 청소년의 마음이 있었다. 추모 이미지 제작을 위해 달그락에서 만났다. 지안 청소년은 빈 종이에 ‘세월호’를 그려나가며 “세월호 참사 추모는 꼭 해야 된다는 마음이에요. 작년에도 이 마음으로 참여했고, 올해도 마찬가지로요.” 라고 했다.
어제 오기 전 생각해둔 그림 형태가 있다며 예은 청소년과 민정 활동가에게 설명하며 의미가 잘 담길 수 있게 그려나갔다. 세월호 사진을 보고 그리기 위해 킨 핸드폰 속 세월호 사진은 지안 청소년의 눈시울을 붉히게 만들었다. 더 이상 찬 바다가 아니라 우리의 기억 속 따스한 하늘로 올라가는 모습을 담은 그림을 완성해나갔다.
다빈 청소년은 6주기 추모를 각인시켜줄 글귀를 만들었다. 지안 청소년이 그린 밑그림을 서로 공유했다. 다빈 청소년은 세월호를 끌어올린 노란 끈이 눈에 띄었다. 4월 저마다 노란 끈으로 리본이나 팔찌를 차며 프로필 사진에 노란 끈을 올려둔다. 이러한 의식은 6년째 이어져 왔다.
사람들은 노란 리본으로 내내 세월호를 잊지 않고 있었다는 시그널을 보낸다. 달그락 청소년도 마찬가지이다. 잊지 않고있음을 그리고, 잊지 않고 더 나은 국가와 사회를 만들어야한다는 이야기를 전한다.
잠시 잊고 있었던 사람들에게 기억의 소중함을 깨울 수 있도록 모인 청소년들은 추모의 마음을 담아 노래를 부르기로 했다. 한명 한명 모아갔다. 진심을 모아 노래로 함께하겠다는 혜린 청소년은 메인 보컬을, 해빈 청소년은 화음으로 참여했다. 아침 8시에 녹음이 가능한 작은 사무실에서 모였다.
녹음 전문프로그램은 아니지만 구글에서 제공하는 무료프로그램 사용법을 예은 청소년이 마스터해왔다. 아침 8시 만남으로 청소년들은 오랜만에 학교 가는 시간에 일어나봤다는 이야기를 전해왔다. 민정 활동가도 마찬가지로 출근보다 더 일찍 일어나 준비를 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 청소년들을 아침부터 모이게 한 힘은 무엇인지,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마이크 앞에서 열창하는 혜린 청소년의 마음엔 어떤 감정이 들어가 있을지 궁금해졌다. 이 마음들이 노래에 잘 녹았으면 하는 바람으로 함께 있었다.
예은 청소년은 가사를 읽어보며 울컥하기도 하고, 심지어 영상에 잘 어울리는 반주로 바꾸기 위해서 태블릿에 있는 피아노 어플을 이용하여 반주를 다시 만들었다. 완성 파일을 예은 청소년이 단톡에 공유해줬을 때 가장 놀랬던 것은 해빈 청소년이었다. 자신의 목소리가 잘 어울러져서 놀랬다며 영상에 잘 어울릴 것 같다는 응원도 보내왔다. “우와 언니들 대박이에요” 라며 주로 추모이미지를 만들었던 지안, 다빈 청소년까지 추모 영상 제작을 향해 응원으로 힘을 보탰다.
달그락이 6년동안 추모의 마음과 기억의 다짐을 담은 활동들을 작은 종이배에 담았다. 노란 종이를 하나하나 접어가며 배가 되기까지 10번 이상의 움직임이 필요했다. 예은 청소년은 종이를 묵묵히 접어가며 촬영했다.
하나의 작은 세월호를 접어 나간 예은 청소년의 움직임과 달그락 청소년들의 목소리가 담긴 노래가 만나 추모 영상이 만들어졌다. 매년 진심을 담아 추모했던 달그락의 모습이 존재했고 그 마음을 되새길 수 있는 영상으로 전해지길 바라며 사람들에게 이미지와 함께 공유를 요청했다.
하나둘 SNS 프로필을 달그락 청소년이 제작한 이미지로 변경하여 추모의 뜻을 함께 나눴고, 추모영상은 DYBS 세월호 참사 추모방송에서 2016년 추모활동 첫 시작부터 2017년, 18년을 함께한 지금은 청년이 된 이주, 기쁨님의 기억 속 세월호를 깨웠다.
“나는 잊지 않아야겠다. 다짐할 수 있는 활동을 매년 했었지만 어느새 무뎌진 것은 아닌지하는 생각도 들게 했다. 마지막까지 잊지 않기 위해 희생자들과 그들의 유가족과 함께하고 싶습니다.”라는 이야기를 방송을 통해 들려주었다.
달그락 청소년들의 그림과 영상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 잠들어 있던 세월호가 따뜻한 하늘 위로, 우리의 기억으로 날아올 수 있게 도왔다. 추모 활동에 참여했던 달그락 청소년들에게, 4월 추모의 마음으로 노란 리본을 거는 사람들에게, 한 팔에 혹은 가방에 노란 끈으로 매일 세월호와 함께인 사람들에게도 이 활동이 자기 자신이 세월호 참사에 대한 기억과 책임 그리고 약속을 지키고 확인할 수 있는 활동이 되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