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 거래가 끊어진 지 오래된 업체에서 한>독 번역을 문의하면서 검수자가 있느냐고 묻더군요.
없다고 답했고, 그럼 자기네가 알아보겠다고 말했어요.
오늘 아침 일찍 분량과 일정을 제시하면서 가능하냐고 묻는 메일이 왔습니다.
코*라의 홍보물인데, 이 업체는 페이지 수로 계산을 합니다.
브로셔를 펼친 상태로 10페이지였어요.
그러니까 10페이지라지만 사실은 20페이지였고, 제목만 달랑 나와있는 페이지 빼더라도 15페이지는 되었는데,
이걸 이틀에 해내라네요.
납기 하루 연장을 요청하는 답장을 보냈는데, 오후가 되도록 아무 소식이 없어요.
사흘로 연장해 주더라도 빡빡한 분량인데 연장도 안 해준다면 죽기를 각오해야 할 판이라,
확정도 안 된 상태에서 조금씩 작업해 봤습니다. 너무 오랜만에 받은 한>독 작업이라 반갑기도 했고...
읽어보니 단어가 죄다 한자어로 된 복합어라 의미가 투명하지 않은 것들이 너무 많았어요.
구선생도 지비서도 오역 퍼레이드를 하네요.
연락이 없어서 기다리다 제가 전화를 했고, 코*라의 담당자와 연락이 안 된다는 답이 왔습니다.
그건 예상하고 있었는데, 그뿐만 아니라 독일어 원어민 검수자를 아직 못 구하고 있다네요.
코*라에서 검수를 꼭 받아야 한다는 조건을 내걸었대요.
먼저 조금 해 본 결과 제 생각에도 검수는 반드시 받아야 되겠더라고요.
우리나라 홍보물은 왜 그리 어려운 말이 많고 중언부언도 많은지.....
이런 문서는 문법적으로 반듯한 번역은 가능할지 몰라도, 읽었을 때 독일어 다운 느낌이 나는 번역은 기대하기 어렵죠..
작업은 더 하지 않고, 마음 속에 차라리 취소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똬리를 점점 더 크게 틀 때쯤
납기 연장도 안 되고, 검수자도 못 구해서 결국 일이 취소되었다는 확답을 받았습니다.
시원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아쉬운 마음도 지울 수가 없네요.
몇 백년 만에 들어온 한>독 작업인데, 그노무 원어민 검수자가 없어서 나가리되다니..ㅠ
독일어 검수자 문제와 별개로, 납기를 하루도 연장해주지 않는 코*라가 괘씸하기 짝이 없습니다.
다른 업체에 의뢰하고 어쩌고 하면 결국 그만큼의 시간은 지나갈 텐데 말입니다.
"그 시간에 너나 해보세요."라고 말하고 싶네요.
아무튼 오늘의 작업 일지도 '안 작업 일지'가 되었습니다... 쩝!
첫댓글 저녁만 먹으면 잠이 쏟아져서 미치겠어요 봄인가요? ㅜ
ㅎㅎㅎ 봄나물 챙겨 드세요. ^^
오늘 저는 똥폼잡는 리뷰어 때문에 기분 잡쳤네요. 제가 납품한 번역이 거의 쓰레기라는 평가를 받았고, 번역료도 깎였지만 PM한테는 대꾸하기 귀찮으니까 그냥 넘어가자고 했습니다.
그런데 아주 우연하게도 제 번역을 놓고 일일이 지적질하는 리뷰어를 온라인에서 발견하였습니다. 몇 차례 댓글이 오고 갔는데, 자기 잘못이 드러날 것 같으니까 얄짤없이 글삭튀.
아, 정말 이런 인간들 이제 지겹습니다.
번역료를 깎여요? 뭐 이런 말도 안 되는...
그런 리뷰어는 진짜 물리적으로 손 좀 봐 줘야 하겠는데..
암튼 애로사항이 많으시네요. 좋은 일로 덮으시기 바랍니다.
브로슈어라면 당연히 일정 분량 이상의 인쇄와 배포까지도 염두에 두고 시작한 일일 것이고
전체 제작 기간은 제법 길게 잡고 시작했을 겁니다.
아마 프로젝트 타임라인을 짜며 거의 마지막 단계에 번역 일정을 넣을 텐데
그 시간으로 이틀을 잡는 '번역에 대한 어이없을 정도의 무지와 무관심'(무려 감수까지 포함한 번역)이 드러나는 거죠.
결국 최종적으로 그 브로슈어를 읽어볼 독자가 접하게 될 언어에 대한 배려따위는 없었다는...
그러면서 그 독자들에게 상품을 팔아보겠다는 것이니... 쩝!
어디 구멍가게도 아니고 코*라씩이나 되는 곳에서
내말이.. 코*라 씩이나 되는 곳에서..
뭐 간 보다 무산되는 일이야 흔히 있는 일이라 그러려니 했는데, 뒤늦게 화딱지가 점점 커져서 결국 쏘주로 풀었다는..ㅋ
안타깝네요. 취소된 건 인연이 아니라고 생각하시고 마음 편하게 가지시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