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투어 여행기] 설악산 권금성/신흥사/영금정
어제는 하루종일 궂은 날씨로 여행 일정에 다소의 차질이 있었지만 오늘은 거짓말처럼 하늘은 티 없이 맑고 푸르름을 한껏 자랑하고 있는 거였다. 다들 부지런을 피운다고 하지만 언제나처럼 느긋하다. 속초시내에서 설악동을 가려면 목우재 터널을 거쳐야 한다. 목우재에서는 달마봉을 거쳐 울산바위 방면으로의 비지정 등산로가 있다. 그러나 특별한 경우 외에는 출입이 허용되기도 하는 등산로이다. 어쨌든 행락철의 주말이라면 교통 체증이 다분한 도로인데 평일인 탓인지 설악동 주차장으로의 진입은 순조로운 편이다(9시 10분).
설악산 권금성 케이블카
도착하기 바쁘게 우선 권금성 케이블카 탑승 매표를 서둘러야 한다. 행락철이면 매표소에는 으레 긴 줄이 생겨나고 그 숫자만큼이나 케이블카 탑승은 지체가 되는 까닭이다. 케이블카를 탑승하고 5분여쯤이면 종점에 닿게 되고, 그곳에서부터 오르막 산길을 도보로 10분여쯤 오르면 된다. 오르막을 다 오르고 나면 좌측으로 비지정 등산로의 출입을 감시하고 있는 초소가 하나 자리 잡고 있다. 이곳에서부터 좌측으로 우뚝 솟구쳐 있는 집선봉을 거쳐 칠성봉, 화채봉을 거푸 넘어서면 대청봉까지의 눈부신 화채봉 능선이 기다린다.
권금성에서의 설악산 조망
초소 우측으로 보이는 바위투성이 멧부리가, 해발 700여 미터의 암봉을 흔히 권금성이라고 부르고 있다. 권금성은 설악산성이라고도 부르는 데, 현재는 허물어져 흔적만 남아 있다고. 어쨌든 권금성은 설악산의 주봉인 대청봉에서 북쪽 방면으로 뻗은 화채능선 정상부와 북쪽 산 끝을 에워싸고 있는 퇴뫼식 천연의 암벽 요새인 것이다. 어제의 우중여행을 보상이나 해주려는 듯 천지사방은 닦아놓은 것처럼 말끔하고 가시권은 가없다.
온통 카메라 촬영에 여념이 없다. 그만큼 권금성 암봉 주변에서의 조망이 화려하다는 것을 증거 한다. 바위 절벽 곳곳에 '추락주의' 경고판이 세워져 있다. 추락사고의 이력을 다분히 가지고 있었을 바위 절벽임에 틀림없다. 하늘의 낯빛은 해맑고 짙푸르며 해발 700 고지가 넘는 암봉임에도 불구하고 바람마저 얌전한 권금성 암봉 남향받이 완만한 바위 비탈로 부서져 내리는 햇살이 마냥 따사롭다. 다음 여정을 이어나가야 하는 여행객들의 발걸음을 잠시 머뭇거리게 하는 거였다.
권금성 암봉 정상 일대
탑승 인원 100명의, 움직임은 둔하지만 듬직한 케이블카의 도움을 받아가며 권금성을 뒤로한다(11시). 다음 여정은 신흥사 방문이다. 설악산을 거의 백여 차례나 찾아왔지만 내설악 동천(洞天)에 터를 잡은 신흥사 경내 방문은 오늘이 처음이 되지 않을까. '雪岳山 新興寺'라는 현판의 화려한 오색단청의 일주문을 지나면 해발 631.9m의 달마봉 남향받이 산록에 터를 잡은 거대한 통일대불 청동좌상이 산문(山門)에 드는 입산객들을 맞이한다.
신흥사 통일대불 청동좌상
신흥사 통일대불 청동좌상은 민족의 비원인 국토통일을 이룩하고자 조성한 것이다. 그러므로 온 국민의 마음의 귀의처인 이곳 부처님의 8각 좌대에는 통일을 기원하는 16 나한상이 모셔져 있으며, 더불어 통일대불 청동좌불상의 몸 안에는 또 다른 부처님 세상인 내원법당이 조성되어 일체중생을 이익되게 하고 안락하게 하리라는 서원을 발하여 천 개의 손과 천 개의 눈을 갖춘 천수천안관세음보살님을 봉안하였다고 한다.
천왕문
통일대불을 뒤로하면 흔들바위와 울산바위 등의 기암괴봉을 병풍처럼 두르고 있는 내원골 계류가 기다린다. 계류는 수량이 적어 거의 바닥을 드러내고 있으며, 아치형의 비선교가 여행객들을 안내하고 있다. 비선교를 건너면 삼거리 갈림길을 만나게 되는데, 이곳에서 신흥사와 흔들바위, 울산바위 방면은 우측이고 좌측은 천불동 계곡을 거쳐 대청봉으로 이어지는 산길이다.
보제루
삼거리 갈림길에서 우측 방면으로 발걸음을 재촉하면 머지않아 오르막 길 좌측으로 신흥사 경내를 드나들 수 있는, 사대천왕(四大天王)이 경내의 출입자들을 검문하는 천왕문 앞에 닿을 수 있다. 사대천왕의 면면을 살펴보면 대개 갑옷 등으로 중무장을 하고 우락부락한 장군의 모습이다. 그들의 면면은 비파를 한 손에 든 모습으로 나라를 지키고 백성을 편안하게 한다는 동방의 지국천왕, 검을 든 오른손을 높이 들어 아래로 내려치고 있는 남방의 증장천왕, 오른손에는 용, 왼손에는 여의주를 든 모습의 서방의 광목천왕, 오른손엔 탑, 왼손에는 창을 들고 있는 북방의 다문천왕 등이 그들의 행색이다.
신흥사의 본전인 극락보전
사대천왕의 검문을 무사히 통과하면 1단의 기단 위에 앞면 7칸, 측면 2칸 규모에 맞배지붕 형식의 누각 보제루(普濟樓)가 기다린다. 보제루 아래를 지나 계단을 오르면 신흥사의 주요 전각들인 아미타불을 본존으로 모신 극락보전을 비롯하여 운하당, 적묵당 등의 전각들이 자리하고 있는 신흥사의 중심공간으로 들어설 수 있다. 여러 전각들을 두루두루 둘러보고 약수가 마냥 흘러내리고 있는 약수터 설정각에서 약수 한 바가지를 들이켜고 천왕문을 나선다(11시 40분).
신흥사 전경
아침 요기를 엊저녁 속초재래시장에서 구입한 막걸리 술빵과 닭강정으로 군것질을 하는 것처럼 대충 때웠으니 다들 헛헛한 모양이다. 간밤을 보낸 동명항으로 부리나케 달려간다. 그 주변의 명소 영금정(靈琴亭) 일원을 둘러보고 대게마을에서 대게로 배를 채울 속셈인 것이다.
제2영금정에서 바라본 영금정
영금정
영금정은 속초시 동명동의 등대 동쪽 넓은 암반 해안가에 불쑥 솟은 암반에 지은 팔각의 정자다. 영금정이란 이름은 파도가 해안의 암벽에 부딪칠 때면 신비한 음곡(音曲)이 들리는데, 그 음곡이 마치 거문고 소리와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그런데 최근에 또 다른 영금정을 세운 모양이다. 새로 세운 영금정은 해안가에서 3,4십 미터쯤 바다 건너에 불쑥 솟구친 바위 봉우리에 세운 정자이다. 육지와의 연결은 온통 대리석을 사용한 '동명해교'라는 이름의 다리다.
동명해교와 제2 영금정
영금정에서의 조망은 언급이 필요치 않은, 더할 나위 없이 화려하고 시원스럽다. 짙푸른 바다와 동명항 그리고 그림 같은 우뚝한 등대, 철썩철썩 푸른 파도가 남겨놓는 물거품이 끊임없이 되새김을 하고 있다. 동명항 대게마을에서 배를 잔뜩 불리고 속초시를 뒤로한 시각은 14시 30분쯤이다. 이제 다음 여정은 철원의 한탄강 순담계곡에 조성되어 있는 구상절릿길 탐방 코스, 철원군 갈말읍으로, 세 시간여의 이동 시간이 필요하다.(2024,11/20 기록)
영금정에서 바라본 등대와 해안마을
동명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