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야초 이야기] 자리공
가을볕에 빛나는 풍성하고 실한 자주색 열매!
그냥 지나치지 못할 정도로 침샘을 자극합니다.
그래서일까요. 자리공 열매가 익기 시작하면 온갖 새들이 모여들어 파티를 즐깁니다. 뭇
새들은 달착지근한 과즙에 취하고, 식물은 자연스럽게 씨앗을 퍼트립니다. 먹히든 먹든
어느 쪽도 손해 볼 일이 없지요. 그러나 새가 아닌, 동물과의 관계에서는 얘기가 달라집니다.
소를 비롯한 초식동물은 자리공을 보면 본능적으로 외면합니다. 뿌리와 줄기 잎에 치명적인
독이 녹아있기 때문입니다.
▲ 자리공
자리공 어린 순은 장녹나물이라 하여 끓는 물에 데쳐 무쳐 먹지만 성체가 되면 강한 독성을
품습니다. 시골에서 물길을 돌려막아 고기를 잡은 경험이 있다면 자리공과 여뀌, 가래나무
뿌리의 독성을 어느 정도 가늠할 것입니다. 냇가에서 잘 자라는 여뀌가 주로 이용되지만
메기와 뱀장어를 잡을 땐 독성이 강한 자리공과 가래나무 뿌리를 짓찧어 즙을 냅니다.
독즙이 물에 풀리면 얼마 지나지 않아 물고기들이 하얗게 배를 뒤집으며 떠오릅니다. 자리
공과 가래나무의 강한 독성이 물고기를 기절시키거나 마비시키는 것이지요.
자리공 뿌리는 도라지, 인삼과 비슷합니다. 선명한 나이테가 특징이지만 일반인이 구별하기
쉽지 않습니다. 이 때문에 곧잘 중독 사고를 일으킵니다. 올해도 뿌리를 나눠 먹은 교회
신도들이 복통을 일으켜 집단 입원하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뿌리를 먹게 되면 30분이 채
지나지 않아 심장박동이 빨라집니다. 몸에서 열이 나고 호흡이 가빠지지요. 증세가 심하면
오심·복통·설사가 동반됩니다. 방치하면 중추신경이 마비되고 결국 심장이 멎어 죽게 됩니다.
한방에서는 “임산부가 많은 양을 복용하면 유산될 우려가 있다”고 경고할 정도입니다.
이를 증명하듯 농가에서는 자리공을 살충제 대용으로 사용합니다.
▲ 강병로 전략국장(강원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