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룸버그통신 서울 주재 조성준 사진기자가 찍은 사진에 반해(?) 드론에 입문 후
나도 꼭 그렇게 찍어볼 요량으로 열공을 했다.
드론이 각광을 받기 시작하긴 했지만
돈을 좇는 학원(에서는 자격증 취득시 일정시간의 드론 비행시간을 채워주는 곳)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겨
실전에 필요한 것들은 대충대충.
어리석게도 드론을 살 생각을 못하고 호버링(드론이 제자리에서 정지비행)도 안되는 완구용 드론으로 씨름을 했다.
5개월(20차시 60시간)의 드론교육지도사 과정을 무사히 마치고 수료를 했지만,
아무래도 안되겠기에 유한대평생교육원에서 드론비행기술 및 영상촬영에 대한 공부를 추가로 했다.
아래는 수강수기 공모전 신청서 내용
부천인생학교 수강 수기
수강자 : 가톨릭대학교 드론교육지도사 과정 박철원
2015년 8월, 38년의 직장생활을 마치고 난 백수가 되었다. 그 때만해도 일할 수 있는 체력과 의욕, 능력이 충분하다 큰 소릴 쳐도 나이든 나를 부르는 곳은 어디에도 없었다. 정년퇴직을 목표로 직장을 나가는 열 살 차이의 마눌님과 역할 교체를 했다. 그렇게 난 어쩔 도리 없이 전업주부가 되었다. 집안일을 대충대충(?) 하고 나면 우두커니 남겨지기 일쑤, ‘혼자 놀기’ 에 서툰 난 현직 때 생업에 바빠 엄두를 내지 못했던 일을 시작했다. 하고 싶은 일, 배우고 싶은 일에 목말라 주민센터며 행정복지센터의 프로그램이나 인문학강좌를 찾아다니는게 일상이 되었다.
어느 날 인터넷 서핑 중 ‘2018 부천 제2인생학교 자원 활동가 양성과정’ 모집 공고를 봤다. 부천에 ‘인생학교’ 가 있다는 걸 처음 알았으며, 주저 없이 신청을 했고, 수강 중 백만기 성남아름다운 인생학교장의 ‘새로운 삶 그리기’ 에 꽂혔다. 동 과정 수료 후 어마 무시한(?) 경쟁률을 뚫고 가톨릭대 학습매니저로 선발되었다.
기뻤다. 그러나 맘은 콩밭에 가있었다. ‘드론교육지도사’ 과정에 신청서를 냈다. ‘소방, 군사, 취재, 조사, 농업, 배달 등 다양한 분야까지 인력 수요의 증가를 대비한 드론교육지도사 과정’ 멋지지 아니한가! 인터뷰시 강사가 물었다. ‘드론사진도 찍고 싶고, 손자들에게 멋진 할아버지가 되고도 싶다.’ 고 대답했다. 그렇게 나의 드론 정복 프로젝트는 시작되었다.
‘드론 - 초경량 무인 비행 장치 조정 자격’ 수업 첫 날 받아 든 교재 표지에 쓰여 있는 경직된 문구처럼 수업은 무척 힘들었다. 수업이 저녁시간인지라 눈꺼풀은 무거웠고, 처음 대하는 용어는 모두 낯설어 도대체 진도가 나가질 못했다. 더러는 ‘오오츠크해역에서 부는 바람’, ‘양쯔강 기단’ 같은 초 ∙ 중 때 배웠던 것들이 등장해 윤활유 역할도 했다.
실습 시간엔 소형 드론과 조종기 부품을 구매하여 조립과 분해를 반복한다. 그나마도 군에서 소총 분해 결합에 익숙해져 어려움은 덜했다. 암초는 ‘조정기 조정’ 이었다. 상승/하강, 좌/우 선회, 전/후진, 좌/우 이동, 비행 모드 선택, 지자계 방위 센서, 캘리브레이션. 이쯤 되니 하릴없이 많이 먹은 나이가, 치매로 까지 의심되는 기억력이 발목을 잡는다. 순발력과 응용력, 민첩성은 상실되고, 나사 구멍을 흐릿하게 뭉개버리는 몹쓸 시력까지 모든 게 사탄이었다.
비행은 또 어떻고. 좌우 손가락이 동시에 협연을 해야 발진과 착륙이 되고, 균형과 방향, 속도 조절, 회전, 거기에 바람까지 감안해야 안정된 비행이 되는데, 삶의 흔적이라 자랑스레 여기던 마디 뭉툭해진 손가락은 어김없이 따로 놀고, 한 템포 느린 기억력 소환과 어긋나는 생각 때문에 애꿎은 드론은 산비탈이며 개울 가림없이 곤두박질하기 다반사. 에구, 떨어지는 드론에는 날개가 없어 영락없이 부상. 목공 본드와 강력 본드, 핀셑, 반창고, 종이 테잎 등은 상비약. 중상이라도 입을라치면 드론 판매처에서 부품 긴급 수혈로 교체 치료. 회로의 문제점은 납땜까지. 용접이 아니기 천만 다행.
그럭저럭 시행착오로 내공을 키워 ‘나만의 드론’ 만들기에 도전. 일상에서 구할 수 있는 것 중 아이스크림 손잡이와 투명 덮개, 볼펜 심 등 가볍고 튼튼한 것은 훌륭한 뼈대가 되고 커버, 덕트가 되어 멋진 나만의 드론으로 재탄생 된다. 난 손녀들의 환심을 사려 드론 덮개에 ‘겨울왕국’ 의 ‘엘사’ 스티커를 붙였더니 예전에 일러스트로 ‘뽀로로와 친구들’ 과 ‘콩순이’ 를 그려줬을 때보다 더 좋아한다..
이렇게 태어난 나만의 드론을 지난 달 있은 ‘부천평생학습축제’ 부스에 부천인생학교 홍보용으로 전시를 했으며, 심곡천에서 멋진 시연비행까지 해 관람객들의 환호와 박수를 받았다.
드론에 대한 견문을 넓히고자 4월에 코엑스 홀에서 열린 ‘2018 서울국제사진영상전’ 에서 실시한 ‘캐논카메라 & DJI 의 드론과 짐벌 활용’ 에 대한 프로그램을 수강했는데 ‘항공사진 촬영과 카메라 무빙’ 의 실 사례로 조성준 드론 작가(블룸버그통신 서울 주재 사진기자) 의 강의와 하늘에서 찍은 사진을 볼 수 있었다. 쉽게 볼 수 없는 앵글의 사진이라 금세 큰 감동을 받았다. “그래 나도 꼭 저렇게 찍을 꼬얌!”
지난 5월에는 ‘서울로 7017’ 에서 ‘하늘에서 본 카탈루냐’ 사진전 구경을 갔다. ‘하늘에서 본 지구’ 시리즈로 유명한 세계적인 항공사진작가 얀 아르튀스 베르트랑이 담은 카탈루냐의 모습을 담은 사진을 감상하면서 다시 한 번 드론 연구에 대한 전의를 다졌다
21세기 들어 가장 핫한 아이콘인 드론, 사전적 설명은 이렇다. 드론은 조종사가 탑승하지 않고 무선전파 유도에 의해 비행과 조종이 가능한 비행기나 헬리콥터 모양의 무인기를 뜻한다. ‘드론’은 ‘낮게 웅웅거리는 소리’를 뜻하는 단어로 벌이 날아다니며 웅웅대는 소리에 착안에 붙여진 이름이다. 드론은 애초 군사용으로 탄생했지만 이제는 고공영상·사진 촬영과 배달, 기상정보 수집, 농약 살포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사진, 디지털 카메라 활용, 내 마음 감성 사진 찍기, DSLR 동영상 촬영 완전정복, 프리미어프로 (동영상 편집), 포토샵 CS, 포토샵 & 일러스트 기초 실무, 그래픽 디자인 심화, UCC, 캐리커쳐 그리기, 파워포인트, 신문편집, 매직, 드럼, 서예, 중국어, 족구’
이상은 그 동안 해당과정을 이수했거나 자격증을 취득했거나 취미활동을 하는, 나의 제2인생 포트폴리오에 등장하는 것들이다. 이번에 ‘드론’ 을 하나 더 추가했다. 드론을 가지고 부천대 2캠퍼스 잔디구장에서 비행을 할라치면 주변에 우르르 아이들이 꾄다. 난 ‘드론 날리는 할아버지’ 로 유명세를 탄다. ‘할아버지와 드론’ 흔치않은 조합이다.
이렇게 해서 긴 여정(2018. 4. 9 ~ 9. 10) 을 마치고 드디어 종강을 했다. 종강을 하면서 감회가 깊다. 종강을 하긴 했으나 내가 아는 드론 지식은 빙산의 일각일 터. 지금부터 시작이다. 그래서 난 요즘 드론작가를 꿈꾸며 부천공고 ‘드론 Driving 교실’에서 열심히 비행 연습 중이다.
수강을 마치며 덤으로 얻어진 것, 혼자 노는 것을 배웠으며, 더불어 살아가는 것의 중요성을 알게 되었다. 함께한 수강생들의 인품과 능력에도 놀랐으며, 나름 인맥을 쌓은 것도 같다.
수강 수기를 마치면서 수강 때문에 절대 매니저의 소임을 게을리 하지 않은 내 자신과 가톨릭대와 부천시 관계자와 부천평생학습센터 담당자들께 감사드린다.
첫댓글 "공부는 아낌없이 주고 아낌없이 배운다" 고 합니다.
멋집니다.
이거 무지 재밌어 자꾸만 빠져들어요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