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일주일쯤 아팠다.
갈 수 있을까 싶었다.
조금 나은 듯해서 가야지 했다.
2.
천태사에서 열두 명이 만났다.
길상화, 귀향, 글빛과 그녀의 남편, 지봉, 숨쉬는유리, 단목,
허브, 다곡, 세이, 돌담, 해천....
다리가 아픈 귀향님을 비롯한 글빛님과 그녀의 남편, 숨쉬는 유리님은
산을 오르지 않고 천태호에서 소풍을 즐기기로 했다.
계곡은 조금 가팔랐지만 풍경이 좋아 걸을만 했다.
폭포에 이르렀을 때 일행은 감탄하고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었다.
길상화님은 연신 올만에 산다운 산을 오른다고 말했다.
한 시간반쯤 올랐을까 드디어 호수가 한 눈에 들어오는 곳에 이르렀다.
(여기까지 오는데 평소와는 달리 엄청 힘이 들었다.
간밤까지 약 먹고 잠 설치고 나온 것이 그대로 몸으로 나타나는 것 같았다.
예전에는 그랬어도 평소처럼 잘 걸었는데.....ㅜㅜ)
천태산 정상으로 향하는 길은 쉽지만은 않았다.
하지만 높은 나무들로 감싸여진 그늘진 오솔길은
이날처럼 햇살이 뜨거운 날에 기분 좋은 발걸음을 가져다 주었다.
어렵사리 오른 천태산 정상은 거대한 바위덩이였다.
오른쪽부터 토곡산, 무척산, 금오산 등등이 보였고,
산 아래로는 천태호가, 그 너머로 낙동강 펼쳐져 있었다.
산줄기 새로 굽이치는 낙동강의 아스라한 모습이 장관이었다.
천태산을 둘러싼 저 많은 산들을 모두 오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날이 있을까...... 있으면 좋겠는데.....)
3.
하산하는 길에 천태호에서 소풍을 즐기던 일행을 만났다.
전망대 아래로 고기들이 한가로이 놀고 있었다.
자리를 펼쳤고 즐거운 식사시간을 가졌다.
언제나처럼 음식은 풍부했고, 맛난 채식 위주였다.
(글빛님 남편분이 양주를, 글빛님이 쇠고기를 볶아 온게 평소와 달랐다.
아! 숨쉬는유리님의 홍합조림도 특이했다.)
오래만에 점심식사 시간을 여유롭게 가졌다.
적당히 배부른 일행들은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담소를 나누거나
고기들이 노는 것을 구경했다.
(글빛님 남편에 의한 물고기쇼로 더 즐거웠다.)
4.
일부는 차로써 하산하기로 하고
나머지 일행들은 올라왔던 반대쪽으로 걸어서 하산하기로 했다.
하산길 틈틈히 자리한 바위들은 오를 때와는 또다른 전망을 가져다 주었다.
오래만에 오신 돌담님은 산세를 보면서 묻힐 곳을 찾았다 했다.
그냥 한지로 싸여진 채 산 속 큰 나무 아래에 묻힐 것이라 했다.
너무나 좋아하는 산과 나무, 그들의 거름이 되고 싶다고 했다.
칵 트인 커다란 바위가 보였고, 길상화님이 노래를 하고 싶다고 했다.
그리운 금강산......, 그리고 한 곡 더 했다.
(제목을 잘 모르겠다.)
급경사의 하산 길이라 힘드시기도 했을텐데.....
소프라노이신 길상화님의 노래가 천태산 계곡을 타고 넘었다.
(길상화님을 뵈면 어떻게 저럴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대단하시다.
나는 저 나이에 저럴 수 있을까.....)
다시 계곡, 그리고 졸졸졸 계곡물.
차갑다 못해 시리다 했다.
물장난, 결정판은 단목님과 세이님이 했다.
아이처럼.....^^
이상하게 물이 흐르는 곳은 경사가 없이 넓직한 곳이다.
가족끼리 소풍 오면 딱 좋을 것 같은.....,
다만 여기까지 오르려면 고생은 좀 해야할 것 같다.
다시 폭포, 누군가가 다른 곳인가 했다.
오르면서 본 폭포의 모습과 내려가면서 본 폭포의 모습이 달라 보인게다.
똑 같은 것도 보는 위치에 따라 달라 보이는 것,
우리네 삶도 이와 같으리라.
그 다름을 이해한다면 다툼이 훨씬 적어질 것이다.
5.
산행을 마친 일행들은 자연사랑님의 당구장을 찾기로 했다.
며칠 전 글에 확장했다는 글을 보았는데,
모임에 참여하지 못함을 늘 아쉬워하셨는데.....
(늘 돌아다니시며 사진을 찍으시던 분이 갖혀서만 사시니.....)
당구장은 더 넓어져 있었다.
자연사랑님이 분주한 탓에 제대로 이야기를 나누지도 못했다.
가져간 수박을 깨어 먹었다.
자연사랑님이 넉넉하게 준 작은 캔맥주랑 함께......
6.
울산에서, 태화강 옆 할매순두부집에서 저녁을 먹었다.
해물순두부, 들깨버섯순두부, 청국장,
그리고 전체 메뉴로 야채와 두부를 시켜 먹었다.
배가 고팠던 탓인지, 맛이 있었던 탓인지 다들 뚝딱 먹어치웠다.
맛 있다며 입맛을 다시면서.....
김치 맛이 좋았던 것을 보면 그집 음식솜씨가 나쁘지는 않았던 것 같다.
해천과 길상화님은 집으로 가기로 했고,
나머지 회원님들은 부른 배를 어이 하리요 하며 태화강 둑길을 걷기로 했다.
첫댓글 십리대숲입구까지 왕복걷고
선암호수 처음간다는 허브향기님 덕에
세계에서 가장작은절 안민사
교회 성당 보고 사랑의자물쇠가달린 계단길 걷고
소원바위도 모두가 세우고 왔지요
글빛님과 남편분께 감사드립니다^^
뚝배기에 담긴 허여멀건 음식은 뭽니까~~뒤풀이도 즐거우셨네요~~하루 수고 많으셨습니다~~
비지찌게입니다~ 참 맛있었어요. 담엔 같이 할수 있기를^^
해천님! 아프신데 수고하셨습니다~~
조금은 험한길이었지만 숲속길이 계속 시원하게 안내해준덕에 내내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초보 산행인지라 겁도 먹고 긴장했었는데 무사히 마무리하게 되어 뿌듯하고 대견하기까지~~
성취감도, 자신감도 생기고 그래서 산이 더 좋아집니다.
감사합니다.
찾아주심에감사하고 만나뵈서 즐거웠습니다...^^*
오래 함께하지 못해 미안합니다~~
산림욕하기 딱 좋은계절
보기만해도 건강미가 넘치네요
잠시 ~~~ 산속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상상해 봅니다 ~~~
즐거운 산행으로 님들의 아름다운 시간과 추억들이 부럽네요...^^
후기 잘 읽었습니다..
해천님..많이 아프셨나봐요..건강하세요~~
이날따라 파란 모자를 꾹 눌러 쓴 개구쟁이 같고
싱싱한 고딩 분위기 차림새에 아픈 분위기는 전혀 눈치채지 못했는데~~~~~아구 많이 힘드셨겠네요.
아름다운 곳에서 실력도 없는 노래로 소음 공해가
되지는 않았는지 후회가 되네요 죄송합니다.
경사가 급하고 힘든 코스라도 분위기가 좋으니 쉽게
산행을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해천님의 후기글을 읽으니 순간순간이 새록새록
특히 쎄이님과 물싸움에서 젖은옷의 찹찹한 느낌이 어찌나
시원했는지 피로를 확 풀어 주었어요
행복 행복 행복 !!!!!
글 잘 읽었습니다 고맙습니다.
다음 산행이 기다려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