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8일은
나는 아들 3형제를 두었다. 큰아들과 막둥이는 전주에서 산다. 큰 아들은 효자동 상산타운 아파트에서 살고, 막둥이는 우아동 럭키아파트에서 산다. 둘째 아들은 외교관으로 미국 시카고에서 살고 있다. 칠팔월은 휴가의 달이다. 막둥이 내외는 손녀 은수와 은오를 데리고 2박 3일로 부산을 다녀왔다. 우리나라에서 제일 유명한 해운대해유욕장을 갔으나 태풍 ‘나크리’ 때문에 계획했던 대로 놀지도 못하고 돌아왔다. 막둥이의 이름은 이재용(李在龍)이다. 아내와 나는 용룡 자가 있어서 관광을 갈 때 비가 오는가 보다고 이름 중 용룡 자를 다른 자로 바꿔주어야 되겠다고 농담을 했다. 8월2일은 토요일이라 고속도로에 차가 밀리니 아예 밤에 출발을 한다고 해서 걱정이 되었다. 차가 르노삼성SM5로 새 차고 운전을 항상 침착하게 하기 때문에 안심 했지만, 부모마음은 어디 그런가? 잘 도착했다고 전화가 오기까지는 불안했다. 걱정도 되지만 두 손녀가 무척 보고 싶었다. 일요일이 되어도 전화가 오지 않아 꼬박꼬박 기다리고 있는데 오후에 집으로 들이 닥쳤다. 은수 은오가 할머니 할아버지를 크게 부르더니 먼저 할머니 품에 안겼다. 내가 아무리 할아버지라도 팬티만 입고는 그 애들과 놀지 않는다. 얼른 반바지를 입고 두 손녀를 차례로 껴안았다. 두 손녀만 봐도 기쁜데, 외할머니가 주셨다고 삼계탕, 수박, 양파김치도 가지고 와서 저녁밥을 맛있게 먹었다.
8월8일은 우리 내외와 큰아들 식구 4명과 배를 타고 제주도로 관광을 할 계획이었다. 큰아들이 선박 콘도 렌터카를, 성수기라서 선금을 주고 예약을 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태풍 12호 ‘나크리’에 이어 11호 ‘할롱’이 온다는 기상 예보다. 큰아들에게서 전화가 왔다. 같은 직장 제주도 본부장에게서 연락이 왔는데, 태풍 ‘할롱’으로 인해서 배가 운항 할 수 없다고 하더란다. 이번 제주도 관광은 할 수 없게 되었다. 예약한 것은 어떻게 되느냐고 했더니, 전재지변으로 갈 수 없게 되면 예약금을 되돌려준다고 했다. 태풍 ‘할롱’이 할머니 할아버지를 닮아서 그런가? 어째서 ‘나크리’에게 추월을 당했을까? ‘나크리’는 잘난 척 추월은 했지만 전주에서 그토록 기다리는 비도 흡족하게 가져오지 못 했다. 점잖은 ‘할롱’은 비를 많이 가지고 오고 바람은 가져오지 않기를 바란다. 그래서 8월8일은 떡 쩌 먹고 시루 엎은 날이 되고 말았다. 88 발음은 좋은데 어찌 이렇게 되어 버렸는지 입맛이 씁쓸하다. 내년 8월8일에는 시카고에 있는 아들이 여름휴가를 그곳으로 오라고 했으면 좋겠다.
8월15일이 전북대학교평생교육원 수필창작과정 여름특강 종강일이다. 광복절로 8일에 종강을 하게 되어 결석계를 내려고 했는데, 미리 내지 않기를 잘했다. 8월8일이 떡 쩌 먹고 시루 엎은 날이 아니라, 수필 먹는 날이 되었다. 평생교육원 근처 단골식당에서 제주도라고 생각하고 점심을, 땀을 뻘뻘 흘리며 먹어야겠다.
(2014.8.4.월.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