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5. 31 (숙소 : Fisterra, 5유로)
perfil de la etapa 4: Muxía - Fisterra (29.3km)
오늘도 시립 알베르게에서 조금 떨어진 택시 정류장에서 택시를 타고 10km 정도를 와서 걷기를 시작했다. 피니스테레까지 가는 중간 지점인 LIERS 의 바에서 스탬프를 받아야지만 피니스테레의 시립 알베르게에서 증명서가 발행된다며 어제 묵시아 알베르게 안내인이 힘을 주어 강조를 했었다.
걷다가 잠간 한 눈을 팔면 스탬프를 찍어주는 바를 지나칠 위치에 있었는데 다행히 조금 지나쳤다가 다시 돌아와서 콜라 한잔을 마시며 도장도 받았다.
바에서 포루투갈 출신의 마리아를 만났는데 아주 활발하고 씩씩하게 사람들에게 다가간다. 사람들이 지명을 말할 때 그 발음이 아니라며 다시 해보라고 이야기한다. “피니스테레”가 아니에요 “휘스테레”, “묵시아”가 아니고 “무시아”가 맞아요. 에스파뇰어는 그렇게 발음하는거에요. 아?....
피니스테레 시립 알베르게에 도착하니 안내인이 한국인은 특별히 스탬프를 하나 더 찍어준단다. 아마도 센스있는 어떤 한국사람이 “참 잘했어요” 스탬프를 만들어와 순례의 마지막 여정인 이곳에 도착한 한국인에게 찍어주라고 부탁을 했나보다.
묵시아와 피니스테레 알베르게는 걸어서 순례한 사람들만이 묵을 수가 있다. 택시나 버스를 타고 오는 사람들도 있기 때문인 것 같다. 제랄드와 다니엘이 부러운 눈으로 쳐다본다. 이제 산티아고 카미노의 마지막 순례자 증명서를 손에 쥐는 것으로 순례는 끝이 났다.
걷는 도중에 바가 없어 과일과 초코렛만을 먹고 걸었더니 배가 몹시 고팠다. 샤워를 마치고 식당으로가 스파게티와 맥주를 마셨다. 이곳은 관광객들이 많이 찾아서인지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음식도 팔고 있다.
이제 걷는 것은 끝이란 생각에 맥주 한잔을 마셨더니 졸음이 쏟아진다.
알베르게로 돌아와 한 숨 자고 있는데 다니엘이 나를 깨운다. 제랄드와 함께 지금 전망대에 가려고 하는데 어떻게 하겠냐고 묻는다.
너무 곤히 자는 내가 안쓰러웠나보다. 같이 가겠다고 말하고 잠이 덜 깬 정신으로 따라나섰다. 많은 사람들이 지구의 끝이라고 생각했던 그 곳을 향하여 천천히 올라가고 있다.
정상으로 오르는 길은 아스팔트를 깔아 놓았는데 길옆에는 고사리나물 사이로 마가렡이 고개를 내밀고 마지막 순례길을 걷고 있는 사람들을 마중하고 있는 것 같다.
산티아고를 걸을 때 고사리가 지천으로 널려 있었는데 아마 이 곳 사람들은 이 나물의 진가를 모르는가 보다. 이 나물이 얼마나 맛있는 줄을...
제랄드가 빨리 와보라며 가리키는 곳을 보니 도매뱀이 한가로이 순례자들을 맞이하는 양 여유를 부리며 우리를 마주 보고 있었다.
한참을 걸어올라 정상에 다다르니 야고보 성인이 왜 이곳이 세상의 끝이라고 생각하셨는지를 알 것 같았다. 그 당시는 보이는 바다 끝이 낭떠러지라 더 이상 갈 수 없다고 생각했던 때니까.
주변에 가려지는 것이 없는 대서양의 바다는 그때나 지금이나 이 모습으로 있었으리라. 절벽에 서서 내 마음 속에 있는 원함들을 간절한 마음으로 하느님께 기도했다. 지금 이 순간에는 무엇이든 다 들어주실 것 같았다.
다니엘과 제랄드도 성호를 그으며 무언가 그들의 마음 안에 있는 것을 기도하고 있다. 처음에 이들을 만났을 때에는 성호도 긋지 않았는데 지금 기도를 하고 있는 이들의 모습은 무언가 표현할 수 없는 다른 느낌이 드는 것은 나만의 생각일까?
자비의 하느님께서는 이들이 당신께 드리는 기도를 기쁘게 받아주실 것이다. 오랫동안 방황했던 한 마리의 양이 당신을 찾았으니...
첫댓글 "참 잘했어요" 저도 하나 찍어 드릴께요. 야고버 성인과 함께 하신 마음이 대서양 만큼 아름답게 느껴 집니다. 감사합니다. 잘 읽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어느 분인지 참 고마운 분이에요. 보통은 산티아고까지 걷고 피니스테레까지 걷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가 않다는 것을 아셨던 분 같아요. 도장을 찍어주는데 표현하기 어려운 감동이 일었어요.
"이제 산티아고 카미노의 마지막 순례자 증명서를 손에 쥐는 것으로 순례는 끝이 났다." 라는 순례기와 "참 잘했어요"
스템프가 깊은 조화를 이룹니다. 참 수고많으셨습니다.
피니스테레 정상 절벽 아래로 펼쳐진 망망대해를 마주하는 신앙인의 마음은 야고보사도와 많이 닮을 것 같습니다.
정성껏 성호를 그으며 머리 숙이는 다니엘과 제랄드와 마리아 자매님의 모습을 떠올리며 미소 머금고 노래합니다.
"성모 마리아 하늘나라에 들어 올림 받으시니~~"
세월은 아주 많이 흘렀어도 그 대서양의 바다는 그때의 그 모습이라고 생각하니 감회가 남달랐어요. 요즈음 정리해 놓은 것을 올리면서 그때의 그 기분이 되살아나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사진속의 자매님 미소가 평화로워 보입니다.
순례기간 동안 주변의 모든 일을 내려 놓고
성인의 발자취를 따라 걸으며 주님께 기도 드릴 수
있는 시간들이 천국이라 느껴집니다.
감사합니다.
아 그렇게 보이셨나요? 한달이상 햇빛에 그을렸지만 그래도 마음은 조금 하야져서 그런가요? 그런데 지금은 도로 원위치가 된것 같아서...
수고 많이하셨읍니다. "참 잘했어요" 순례길 함께한 착각을 해봅니다. 감사합니다.
저도 또 한번 걷는 것 같았어요. 감사합니다.
마음을 둔 곳이기에 가져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