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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주민들이 단지 내 기타 모임에서 클래식 기타 연주법을 배우고 있다. | |
신도림4차e-편한세상아파트(15개동 853세대) 입주자대표회의는 기존 아파트에서 운영되고 있는 동호회 외에 입주민이 원하는 프로그램이 무엇인지를 설문조사를 통해 알아보고 이를 토대로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도출해 냈다. 도출해 낸 프로그램들을 중심으로 모임이 결성됐고 기존의 동호회와 함께 공동체 활성화 단체인 ‘한마음회’를 결성하게 됐다. 단지 내 기존 활동인 탁구교실, 헬스교실, 독서교실과 함께 입주민 설문조사를 통해 신설된 바둑교실, 통기타교실, 색소폰교실이 매주 정기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입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지만 시간이 없거나 여건이 안되는 등 여러 가지 이유로 활동에 참여하지 못하는 이웃들을 위해 지난해 4월엔 주민 축제를, 9·10월엔 입주민 건강을 위한 훌라후프, 탁구대회를 실시했다. 이같은 활동으로 주민 참여가 이뤄지다보니 자발적으로 친환경 수세미 뜨기, 비누 만들기 등의 프로그램이 만들어 지기도 했다.
첫 번째 이야기 요리경연대회 지난해 9월 22일 단지에서 요리경연대회를 한다는 공지가 붙었다. 단지에서 이런 대회를 개최한다는 것에 호기심이 생겼다. 닭을 주제로 해 특성에 맞게 요리를 정하면 된단다. 호기심에 ‘나도 한번 나가볼까’라는 생각에 이르게 됐다. 사실 요리대회 나가기 전에는 ‘닭고기 요리 종류가 너무나 뻔해서 무슨 요리를 할까’ 많이 망설였는데 언젠가 대장암 수술을 받고 음식을 많이 가리는 친지를 집에 초대해 대접을 했던 ‘닭고기 콩 야채조림’이 생각났다. 그 요리라면 틀림없이 좋은 반응이 있을 거라는 자신이 생겨 참가신청을 했다. 이 요리는 기름기가 많은 닭고기의 단점을 줄이고 어린 아이부터 어른까지 누구나 좋아할 수 있는 건강 닭요리다. 콩과 다시마, 표고, 피망, 당근 등도 닭고기 이상으로 맛있고 영양가도 풍부해 명절에 갈비찜 대신 추천하고 싶은 요리였다. 경연대회라 평가는 입주민이 시식 후 스티커를 붙이는 식으로 순위를 결정하는 방식이었다. 자신 있게 요리를 해서 내놓았지만 젊은 사람들에게는 튀김이나 볶음요리에 밀릴 수밖에 없을 것 같았다. 그때 이웃 아파트에서 놀러 오신 80세가 넘으신 할머니께서 “다른 요리는 먹어볼 필요가 없다.”라고 계속 칭찬을 해주셨다. 그에 많은 입주민들이 관심을 가져주셨고 맛있다고 스티커를 붙여주셨다. 상을 받으려고 참가한건 아니지만 내가 만든 요리를 입주민들과 함께 나누며 수상도 하게 돼 너무 기뻤다.
두 번째 이야기 문학교실 문학 강좌의 첫 수업. 선생님께서 처음 수필에 입문하게 되신 계기에 대해 말씀해 주시며 자연스럽게 글쓰기가 꼭 그렇게 어려운 것만은 아니라는 자신감과 도전정신을 심어줬다. 두 번째 수업에서는 함께 수업을 듣는 아파트 입주민께서 돌아가신 어머님에 대해 써오신 글을 읽고 깊은 감동의 눈물도 흘렸다. 세 번째 수업 그리고 마지막 수업시간이 되면서는 나에게 큰 변화가 생겼다. 그냥 길을 걷다가 혹은 친구들과 수다를 떨다가도 ‘이 주제에 대해서 한번 글을 써볼까’ 하는 생각을 나도 모르게 하고 있었다. 지금까지는 남의 글을 읽는 것에만 만족했던 내가 선생님의 가르침과 나와 같은 글쓰기 초보들의 습작을 읽고 글쓰기에 매료되기 시작했다. 수업을 통해 나타난 변화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함께 강의를 들었던 입주민들 중에는 60세가 훌쩍 넘어 이미 누군가의 할머니가 되신 분들도 계셨는데, “저도 젊었을 때는 문학소녀였답니다. 자식 키우느라 잊고 살았지만”이라는 말씀을 하셨다. 함께 수업을 듣기 전까지만 해도 그저 같은 아파트에 사시는 할머니로만 보였던 분이 앞으로는 문학을 좋아했지만 가족을 위해 양보하신 아름다운 문학소녀 할머님으로 더 가깝고 다정하게 보였다. 수업 시간에 오고 갔던 가족 이야기, 여행담, 어릴 적 기억 등과 같은 대화와 교류를 통해 아파트 입주민들에 대한 나의 시선을 좀 더 따뜻하고 친밀하게 바꿔 놓았다.
세 번째 이야기 바둑교실 이 아파트는 바둑교실을 몇 개월째 진행해 오고 있다. 반 강요에 의해 아내도 바둑교실을 다니고 있다. 아내는 아직 잘 두지는 못하지만 원리를 알고 취미를 붙이면서 남편이 왜 바둑을 좋아하는지 이해하게 됐단다. 어쩌면 나에게 가장 큰 성과라면 이제는 바둑TV를 마음 놓고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물론 그 뿐만이 아니다. 아파트에서 이런 활동이 있기 전에는 나도 멀리 기원에 가서 바둑을 둬야 했다. 하지만 이제는 멀리가지 않아도 될 뿐만 아니라 우리 아파트에 꽤 잘 두는 많은 입주민들을 만나 아주 재미있는 모임이 형성됐다. 목요일 강의가 끝나면 모두 몇 판씩 두고 헤어지는데 요즘은 그게 아쉬워 월요일 오후 2시에 우리끼리 만나 바둑을 즐기고 있다. 담배 연기 가득한 기원이 아니라 가까운 아파트의 공기 좋은 방에서 이웃들과 친분을 쌓으며 공짜로 수담(手談)을 즐길 수 있는 기회가 있는 우리 아파트에 산다는 것이 참 행복하다.
네 번째 이야기 기타교실 한 번도 배워보지 못한 클래식 연주법을 배운다. 새로운 기법을 배운다는 게 즐거웠고 입주민들과 함께 이런 모임을 가지면서 취미활동을 할 수 있다는 것이 더 즐거웠다. 함께 갈고 닦은 실력을 아파트의 큰 행사가 있을 때마다 뽐내기도 한다. 요리대회 때, 훌라후프 대회 때 공연을 하며 이게 바로 공동체 활성화가 아닌지 생각하게 된다. 4개월의 시간이 그렇게 긴 시간은 아니지만 많은 것을 배웠다. 계속해서 1주일에 한 번씩 기타를 치기 위해 만나지만 그것 뿐만은 아닌 것 같다. 서로의 삶도 이야기하고 서로 가르쳐주기도 하면서 가까운 이웃끼리 소통할 수 있다는 것이 더 큰 의미로 다가온다. <서울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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