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성 컨트리클럽/ Han Sung CC
골프를 치다보면 이래저래 사람들을 많이 사귀게 된다.
그건 아무래도, 4명으로 한 팀을 구성을 해야 미움을 받지 않는
한국골프장 문화의 자연적 현상일 텐데,
지인이 모시고 온 지인과 함께 라운딩을 하게 되고, 일반적으로
새끼를 친다고 표현하지만, 또 그 후에 서로 뜻이 통하면 지인의
지인과 또 다른 라운딩을 하게 되면서 서로가 친해지게 되는 것이다.
물론 필자 역시도 다른 단체 팀을 포함해서 땜방 역할을 한 적이
무척 많았기에 자연스럽게 새끼의 새끼를 치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골프장에서 사귄 사람들이 골프장 밖의 일반
사회에서도 친한 친구가 되거나 또 오랫동안 인연이 길게 가는 경우는
드문 게 어쩌면 당연한 일일까? 지난 30년 이상, 수 백 명의 사람들을
알아 왔다고 가정하면, 지금은 그저 수십 명하고만 연락을 하고 지내니,
과연 무슨 일일까? 서로 싸우지도 않았고, 나쁜 일도 없었을 텐데....
골프 친구는 단지 골프장안에서만 친구라는 누군가의 말이 떠오른다.
그나마도 라운딩을 같이 하면서 함께 찍은 사진이라도 있으면 기억을
하지만, 오히려 기억 밖에 있는 사람들이 더 많을 것이다.
이 한성CC 하면 자연히 정 사장이라고 부르던 어느 친구가 생각이 난다.
이 친구도 어쩌다 새끼의 새끼를 치면서 알게 되었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서로 싸운 적도 서운하게 한 적도 없었는데도 불구하고
지금은 어디서 무얼 하는 지 알 길이 없다.
이 친구 덕분에 이 골프장이 홈 코스 같았던 적이 있었는데, 물론 그러면
안 되는 일이었지만, 회원이던 그 친구는 필자가 필요하다고 하면 주말에도
회원동반 없이 필자가 마음대로 라운딩을 할 수 있게 만들어 주었었다.
물론 평일에도 그 친구를 포함한 여러 지인들과 1990년대 초반에
무지하게 자주 들르면서 이런저런 추억들이 많이 쌓여있고, 그래서
필자의 골프(초기)역사에서 절대로 빠뜨릴 수 없는 곳이기도 하다.
* 정 사장이란 이 친구와는 나가사키 골프투어에 함께 가서 찍은 아래 사진이
다행히 하나 남아있다.
지금은 산 아래 진입로서부터 아파트들로 포위가 되면서, 어떤 의미에선
오늘날의 선전문구대로, 도심 속의 골프장이라 해도 과언은 아닐 텐데,
1984년의 개장 초기만 해도 근처에 밥 먹을 곳도 마땅치 않았던 곳이었다.
그래서일까? 인근에 보양식 집은 왜 그리 많았던지, 필자가 절대로 앞장서서
먹지 않았던 어느 동물의 고기를 라운딩 후 고스톱을 치면서 마지못해 무척
많이 먹으러 갔던 기억도 새로운데, 정 사장이 모시고 온 지인들은 한결같이
정력에 좋다는 그 고기와 오전 라운딩 후의 고스톱에 환장들을 했었다.
일본인이 설계를 해서 그렇겠지만, 일본식의 아기자기한 멋이 27홀 모두를
개성 넘치게 했는데, 내기에 몰두했던 우리들은 빽이 좋던 정 사장 덕분에
걸핏하면 즉석에서 9홀을 추가하여 라운딩 하기 일쑤였고, 필자와는 특히
궁합이 잘 맞던 이 골프장에서의 성적은 대체적으로 만족스러웠다.
필자가 회원으로 있던 골프장과 함께 이곳과 인근의 수원CC, 88CC 등은
1990년대 초, 필자의 핸디캡을 줄이는데 크게 이바지 한 장소이지만,
1990년대 중반, 레이크 사이드CC로 본거지를 옮기고, 어쩌다 정 사장과도
소식이 단절되면서 자연히 멀어져간 골프장이 되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