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밥을 먹고, 제주 아쿠아 플래닛으로 향한다.
아쿠아플래닛은 물론 유진이를 위한 특별 일정이다.
그러나 이번에도 여행 준비에 결정적인 2%가 부족하다는 사실을 인정해야만 했다..
아쿠아플래닛이 섭지코지 옆에 있다길래, 섭지코지가 서귀포 중문 근처에 있는 줄 알고,
이번 제주 여행의 주요 공략지역이 남서부이지만, 그 정도야 유진이를 위해서 좀더 가줄 수 있지.
하고 제주도로 출발하는 날 당일, 마라도 여객선과 함께 패키지 할인권을 구매해버렸다.
그러나 막상 위치를 확인해보니 이럴 수가~
섭지코지는 저 멀고도~ 먼~ 성산일출봉 바로 옆이었다. ㅠ.ㅠ
네비게이션을 찍어보니 2시간 15분... 이걸 어쩌나.
그러나, 동물을 좋아하는 유진이를 위해서 우리는 이 시간을 감수하자.. 감수해야만 한다...!
만약 할인권을 미리 구매하지 않았다면 가지 않았을까?
아마, 그러진 않았을 거 같다.
유진이가 제주도 여행 가이드 북을 보면서 가고 싶다고 그나마 꼽아 준 건
'소인국 테마파크' '믿거나 말거나 박물관' '유리의성' '중문 색달해변'...
차라리, 수족관이 낫겠다 싶은 것이지~
왕복 서너시간을 운전해야 하는 기홍씨의 눈치를 슬슬 보면서..
일단 길을 나섰다.

미안한 마음에도 불구하고 몰려드는 잠의 홍수 속에 유진이와 나는 2차 취침을 가졌으나,
베스트 드라이버 정기홍씨의 운전 솜씨로 1시간 40여분만에 아쿠아플라넷 도착~
(유진아, 가오리 같애~푸푸~~~)

수족관 건물 옆으로 난 해안 경치는 아름답기 그지 없구나..
성산일출봉이 저렇게 코 앞에 보이다니.. ㅠ.ㅠ

작년에 갔던 여수 아쿠아 플라넷과 마찬가지로 한화에서 지은 거라,
수조의 구조, 분류, 전시 방식이 매우 유사했다.
유진이 말로는 물고기 안내 게시판에 적힌 내용까지 똑같았다고 한다.

특별히 다르다 할 만한 점은, 여수에서는 메인 수조에서 전 국가대표 선수들이 수중발레를 보여줬는데,
제주도는 돌고래 쇼도 하는 메인 공연장이 따로 있고, 거기에서 외국인들이 약간의 스토리가 있는 퍼포먼스를 30여분 보여준다.
이 공연을 포함하느냐 아니냐가 관람료에 차등을 주는데, 강력하게 비추다. 유치하다.

그나마 좀 신기했던 장면이
바로 이 높이 걸린 링 위에 올라간 연기자가 아래의 수조로 곧장 다이빙을 한다는 정도?

유진이에게 정치적인 올바름에 대한 갈등을 야기하는 물개쇼.
동물들을 가혹하게 훈련시키는 각종 동물 쇼에 반대하는 입장이지만,
그래도 이런 멋진 동물들을 가까이에서 오래도록 볼 수 있는데다, 각종 묘기가 신기하기도 하니 보고 싶기도 하고.
결국은 마음 편히 즐기지는 못한 채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이 아쿠아리스트는 성격도 말씨도 활발한 데다 돌고래와 저렇게 친하게 지낼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을꼬~
유진이의 부러움을 샀다.

자, 이제 수조들을 둘러보자.

이렇게 지느러미가 화려한 녀석들이 제일 먼저 눈길을 사로잡는 법~
이름도 멋지구나, 라이언 피쉬.


아, 여기는 한참동안 줄을 서서 기다리며 고대했던 펭귄 수조.
저 사람들 머리가 나와 있는 곳이 좁은 동굴같은 것을 기어 들어가서 상체만 내밀 수 있게 만들어 놓은 수조의 구멍이다.
투명 아크릴로 되어 있어서 펭귄들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

이 사진에서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유진이의 여드름이지만,
실상 주목해야 할 것은 저 바로 뒤에 있는 펭귄들인 것이다.

여기에 들어오기 위해 유진이 아빠는 우리가 부탁하지도 않았는데
자발적으로 먼저 가서 한참동안 줄을 서줬다.
이런 아빠 어딨냐고요~~~!!!


요즘 반려동물로도 한참 뜨고 있는 수중 생물 '우파루파'
양서류에 속하는 동물이나, 도룡뇽으로 취급되기도 한다.
도룡뇽은 커 가면서 아가미가 없어지고 땅에서 생활하지만,
이 녀석은 성체가 되어도 올챙이에서 변태하지 않고 물 속에서 살기 때문에 평생 이 귀여운 동안을 유지한다나~
전 세계 2천마리밖에 안되는 멸종위기동물이었는데, 일본에서 양식을 통해 대량생산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재미있는 것은 이 녀석의 원래 이름은 '아홀로틀'인데, 일본에서 아홀로톨이 엄청난 인기를 얻게 되자,
일본인들이 발음도 어렵고 어울리지도 않는다는 이유로 귀여운 이름을 붙여주자며 이름을 모으게 된 결과,
'우파루파'라는 이름을 얻었다고 한다.
물론 영어권에서는 아직도 아홀로틀이라고 불린다.
두 이름 다 전혀 다른 어감이지만 괜찮은 것 같다. 나 역시 사진으로만 보고 실물은 처음 본다.
그러나 제 아무리 귀여운 녀석일지라도 난 10초도 안 보고 쌩~

유진이가 볼 때마다 괜히 좋아라 하며 웃는 가오리.
웃기게 생기기도 했다.

유진이에게 수의사를 꿈을 갖게 해 준 수달.
반갑고나야~
제주에서는 먹이 주기 체험 같은 건 없어서, 유진이는 꽤나 아쉬웠을 것이다.

볼 때마다 감탄과 기이함을 자아내는 정어리 떼.

수의사가 되기 위해 전보다 더 공부를 열심히 하려고 애쓰는 유진..


그러나, 어느 날은 자기는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아서 공부에 올인하기는 힘들 것 같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그 하고 싶은 거라 함은... 좋아하는 아이돌 스티커도 제작해야 하고, 노래도 들어야 하고,
카카오스토리 친구들과 팬픽도 써야 하고, 읽어야 하고, 정작 본인의 외모도 가꿔줘야 하고, 셀카 사진도 꾸며야 하고 등등등....
(유진이는 자기가 찍은 셀카 사진을 앱 기능을 통해 다양하게 꾸미는 걸 너무 너무 좋아한다.)

그러나, 수의사가 되려면 공부에'만' 전념해야 한다는 걸 본인도 알고 있는 것이지..
'나중에 성적이 안돼서 수의대에 가기 어렵다면 동물 조련사, 동물 사육사 같은 걸 어떨까?
아니면 그냥 예전 꿈인 초등학교 선생님으로 돌아갈까.
솔직히 그냥 엄마아빠랑 띵가띵가 놀면서 살면 안되나..'
유진이도 이따금씩 잠이 안오는 밤이면 캄캄한 천장을 바라보며 이 생각 저 생각에 몸을 뒤척이는 나이가 된 것이다.

그런데, 유진아, 어쩌지, 초등학교 교사도 공부 많이 해야 하는데.. ㅠ.ㅠ
암튼 나중에 뭐가 되더라도, 오늘은 돌고래를 이렇게 가까이에서 볼 수 있으니까 좋다,
그치?

볼 때마다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해파리들.
유진이는 여수 아쿠아 플라넷과 구성이 너무 비슷하다고 생각보다 오래 보지 않았다.
두어 시간 본 거 같다. 그보다 이상하게 하품이 너무 많이 난다며 계속 있기가 어려웠다나..
사람이 너무 많아서 산소가 부족하긴 했을 거다.

급 검색한 주변의 맛집. 은미네 식당.
갈치조림과 문어볶음으로 유명한 식당이라나.
덕분에 유진이랑 아빠랑 갈치조림을 아주 맛있게 싹싹 발라 먹었다.
오늘은 비가 많이 온다는데...
이제 어디로 갈까나.
첫댓글 아쿠아플라넷, 그래도 기대(?)보다 괜찮았어요.^^
바로 코 앞에 있던 섭지코지를 안 간 게 좀 아쉽네요.
다음에 한번 들러봐요~
그리고 유진이 나오는 수족관 사진 일부러 크게 한 거 아닌데 당신 글과 어울리니 더 그럴싸하네요. 안 고치고 그대로 놔둘게요.
어머.. 난 너무 잘 나와서 일부러 확대한 건 줄 알았는데.. 사진 세 장이 우열을 가리기 힘들만큼 다 멋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