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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정의봉나누기 원문보기 글쓴이: 정의봉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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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사형판결이 나자마자 박정희에 의해 24시간도 안되 사형이 집행되었던 사건으로 이후 억울한 사람 다 죽고,
피해자는 후유증에 시달리고 유족은 숨죽여 살다가 그나마 정권이 바뀌고 그 누명이 벗겨졌다.
송시인은 그 날 추모시를 통해 "여기 감옥문도 열려있는데 사형장 문도 열려있는데, 왜 돌아오질 않는가
왜 당신들은 살아오질 않는가, 어느 고문의자에 아직도 앉아있는가" 라는 절절한 낭송으로 청중의 가슴을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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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송경동 시인과 이 날 식사하는 곳까지 같이 갔었다.
그런데 송시인이 기혼인 줄 몰랐던 어르신들이 동행한 기자에게 "둘다 결혼안했지? 결혼해." 하고 말하자 행사 후에도
심각했던 송시인의 표정이 급히 변하며 "저, 이래뵈도 이미 결혼한 몸입니다. 애도 있습니다!" 하여 초면이지만
왠지 모를 인간미를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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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다시 송시인을 만난 것은 제주 강정마을에서 였다.
이번에는 사람이 아니라 그의 책으로 만났다.
강정마을에서 '남의 나라 기지로 우리나라 영토를 내주는 비자주적이며, 삼성건설 돈벌어주는 수익사업'인 제주해군
기지 저지를 위해 힘쓰는 유인식 목사가 "이 책 아주 볼만해요"라며 필자에게 선물로 건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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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유인식 목사도 사실 다뤄볼만한 인물인데..
"개독교 먹사라고 불려도 할말없다"라며 일부 비양심적이고 썩은 기독교에 대해 할말은 하는 양심과 소신의 활동파 목사
중 한명이다.
유인식 목사의 소개로 읽은 송경동 시인의 산문집은 알고 있었어도 아프고, 몰라서 미안하고 안타까운 우리나라에
있었던 자본과 민간인들의 분쟁의 아픔과 수난사로 가득했다.
'삼성 반도체 공장에서 백혈병으로 죽은 23살 속초아가씨 황유미의 이야기. 누가 황유미를 죽였나요'
'포스코에 처우개선을 요구하는 노동자들에게 날아온 벽돌과 소화기. 결국 그 벽돌에 맞아 뒷머리가 세군데나
열려죽은 하중근 열사 이야기. 추도시 낭송이 폭력시위를 조장?'
'압사, 추락사, 감전사, 질식사.....유기용제 중독으로 하루에 여덟명씩 일수붓듯 착실하게 죽어간다는..
나의 모든시는 산재시다' 등 송시인이 직접 보고 피눈물로 지어쓴 시들과 산문이 들어있었다.
특히 개인적으로 삼성 반도체 사망건은 더욱 마음이 아팠던 것이 예전에 일이 있어 삼성 서초 사옥의 경제연구원의
연구원을 만났을 때 그가 했던 말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당시 사망자 유족들이 꽹과리를 치며 큰소리로 삼성에 보상을 요구하는 데모를 하고 있었는데 본인과 함께있던 그 연구원이
"그냥 조용히 요구하면 될 것을 왜 꽹과리 치고 욕설하고 그러는지 참담하다. 그것도 부모가 아닌 이모가.."라고 말해서
필자가 "그러면 애초부터 사람이 죽어나가게 하지를 말았어야죠. 오죽하면 저러겠어요."하고 말했었다.
뭐랄까 노동자를 대하는 삼성의 시선이 이런 것인가 하는 것을 느꼈던 씁쓸한 시간이었다.
참고로 이후 그 연구원과는 연락이 끊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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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최근에 송시인을 다시 대한문 앞 쌍용차 분향소 앞에서 만났었다.
목발을 짚고서도 얼마나 열심히 뛰어다니시던지. 꿈꾸는자 잡혀간다고 자조하면서도 늘 자신이 보듬을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달려가서 최선을 다하는 그 모습이 아프고도 왠지모를 감사함으로 다가왔다.
이 책, 권한다. 송경동 시인의 꿈꾸는자, 잡혀간다.
읽어도 안잡혀간다. 다만 알게되고 생각하게 될것이다.
출판사는 실천문학사이고 인터넷에서도 팔고 있다.
무엇보다 송시인의 책의 강점은 지루하지 않고 술술 읽을 수 있다는 것이다. 좋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