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핑크돌핀스의 해양동물 이야기 25] 따뜻해진 한국 바다를 여행하는 바다의 거인 '고래상어'
한반도 해역에서 해수 온도가 상승하면서 영화 죠스의 주인공 백상아리가 자주 등장하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한반도 인근 바다에는 약 40종 정도의 상어가 분포하는데, 이중 식인상어라고 불리는 포악한 상어는 청상아리, 백상아리, 귀상어, 뱀상어, 무태상어 등 9종이다. 상어의 출현이 봄과 여름에서 사계절 내내로, 서해와 남해에서 한반도 앞바다 전역으로 확대되고 있으며, 그 출현 빈도도 잦아지고 있는 이유는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한반도 아열대화 때문이다.
고래상어는 지구상에서 가장 큰 물고기이지만 성격은 매우 온순하다. 사진 그린피스
이에 따라 열대 해양생물들이 한국 바다에서 계속 발견되고 있다. 대표적인 경우가 바로 국제보호종이자 지구상에서 가장 큰 어류인 고래상어다. 열대성 어류인 고래상어는 보통 시속 5km 정도로 천천히 헤엄치며 큰 입을 벌려 플랑크톤을 먹고 살아간다. 고래상어의 몸무게는 평균적으로 12톤에 달하고, 몸길이는 14미터 이상까지 자란다. 하지만 커다란 몸집에 비해 이빨은 6밀리미터 밖에 되지 않으며, 커다란 몸집과 달리 성질이 매우 온순해서 사람과 나란히 수영하기도 한다. 고래상어는 보통 무리지어 생활하기도 하지만 아직 성체가 되지 않은 어린 개체의 경우에는 단독으로 생활하면서 난류와 한류가 만나는 해류의 흐름을 따라 먼 바다로 여행을 하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경북 영덕군 강구면 오포해수욕장 앞 바다에서 멸종위기종인 길이 3m20cm,둘레2m크기의 고래상어 한마리가 해안으로 밀려온 것을 산책 나온 시민이 발견 해경에 신고했다. (포항해양경찰서제공) 2017.9.25
2017년 7월 전남 여수에서 새끼 고래상어가 정치망 그물에 걸린 채 발견이 되어서 즉각 방류한 일도 있었고, 역시 작년 9월 25일 경북 영덕 강구면 오포해수욕장에서는 입에 상처가 난 고래상어를 관광객이 발견하고 해경에 신고하여 돌려보낸 일도 있었다. 작년 10월 19일엔 강원도 삼척 해상에서 정치망 그물에 걸린 고래상어가 발견되어 바다로 돌려보내기도 했다. 인도네시아 또는 필리핀 해역에서 주로 살아가는 인도양-태평양 지역의 고래상어들이 높아진 해수 온도 때문에 한국 해역에서 발견되는 빈도가 잦아지고 있는 것이다.
고래상어가 커다란 입으로 플랑크톤과 함께 바닷물을 빨아들이는 모습. 사진 그린피스
고래상어는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의 적색 목록에 멸종위기종으로 등재되어 있으며, 2016년 9월부터는 국내에서도 해양수산부가 보호대상해양생물로 지정하였다. 따라서 그물에 걸리거나 해안가에 좌초되어 발견된 경우에도 생존율이 약간 높아지게 되었다. 한국에서는 한화가 만든 수족관 아쿠아플라넷 제주의 개장을 앞둔 2012년 7월 우연히 두 마리의 새끼 고래상어가 제주 바다에서 그물에 혼획된 채 발견되었고, 이 고래상어들은 곧바로 수족관으로 옮겨졌다. 아직 보호종으로 지정되기 이전이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고래상어는 세계적으로 희귀한 탓에 국제거래도 제한을 받지만, 가격 역시 수억 원대에 이르렀기 때문에 당시 한화 아쿠아플라넷 수족관 개관에 맞춰 적절한 타이밍에 고래상어 두 마리가 혼획되어 이송되었을 때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었다.
핫핑크돌핀스는 고래상어가 전시된 국내 수족관 앞에서 방류를 촉구하는 행사를 개최하였다. 사진 핫핑크돌핀스
이 사실이 알려지자마자 핫핑크돌핀스는 고래상어들을 수족관에 가두지 말고 방류하라는 성명서를 발표하였으며 고래상어 구출 캠페인을 시작했다. 수조가 아무리 크다고 해도 바다를 자유롭게 헤엄치던 고래상어들에게는 좁게 느껴질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역시나 수족관으로 옮겨진 고래상어 두 마리 중 한 마리는 곧 폐사하였고, 나머지 한 마리의 건강 역시 나빠지고 있었다. 결국 수족관 측은 2012년 9월 초 생존 고래상어 한 마리를 성산포에서 약 2km 떨어진 바다 한 가운데에 풀어주게 된다. 타이완에서도 2013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인근 바다에서 발견되어 타이완국립수족관으로 옮겨진 고래상어에게서 꼬리에 계속 상처가 생기고, 척추가 휘는 등의 건강상 문제가 발생하자 시민들과 환경단체 그리고 국회의원까지 나서서 고래상어의 방류를 촉구한 것이다.
핫핑크돌핀스는 녹색당, 장하나 국회의원 등과 함께 고래상어가 전시된 수족관 앞에서 자연방류를 촉구하는 활동을 진행하였다. 사진 핫핑크돌핀스
바다로 방류된 고래상어들은 잘 살고 있을까? 이를 확인하려면 사람의 지문과도 같은 고래상어의 고유한 무늬를 추적해 각 개체를 구별해야 한다. 연구자들은 이 특성을 이용해 어떤 고래상어인지 분별해 추적연구를 하는데, 2016년 2월까지 학자들이 전 세계에서 각각의 고유한 고래상어 무늬를 구별해 데이터베이스로 만든 개체수는 겨우 7,011마리밖에 되지 않는다. 현재 전 세계 바다에 적게는 약 10만 마리 정도 남아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것에 비하면 확인된 개체수는 아직 미미하다. 고래상어는 주로 바다표면에 올라와 먹이활동을 하지만 수심 1천 미터까지 잠수하기도 하기 때문에 연구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고래상어가 어디에서 번식하며, 새끼를 키우는지조차 제대로 알려져 있지 않다.
필리핀에서는 인위적인 먹이주기를 통해 야생 고래상어를 유인하고 관광객들에게 돈을 받고 사진을 찍게 하는 관광산업이 유행하고 있다. 이는 야생 고래상어의 습성을 교란시킨다는 점에서 좋은 관광이 아니다. 사진 그린피스
고래상어가 가장 많이 불법으로 포획되는 인도네시아에서는 정부가 고래상어 보호법을 제정하기도 했지만 불법포획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고래상어 역시 대부분의 상어와 마찬가지로 매우 천천히 번식하기 때문에 인간이 마구잡이로 잡아들이는 남획이야말로 이들의 생존에 가장 큰 위협이 되고 있다. 국제적 보호 노력이 무색하게도 고래상어는 지난 75년간 개체수가 절반 이상으로 줄어들고 있다. 태평양 고래상어는 개체수가 63%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람들은 왜 고래상어를 왜 잡아들일까? 그것은 바로 높은 가격으로 거래되는 상어 지느러미와 상어 고기 때문이다. 중국 고급요리 대명사인 샥스핀을 만들기 위해 세계에서 매년 약 1억 마리 가까운 상어들이 지느러미가 잘린 채 바다에 버려지고 있는데, 여기에 고래상어도 포함되는 것이다. 2014년 2월에는 중국에서 매년 600여 마리의 고래상어를 고기, 화장품, 가죽제품 등을 위해 도살하는 도살장의 존재가 알려져 충격을 주기도 했다. 고래상어는 국제법으로도 엄격히 보호될 뿐만 아니라 중국에서도 보호해야 할 해양생물로 지정되어 있으며, 포획이 엄격히 제한되어 있는데도 불법포획한 고래상어를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해체하는 일들이 버젓이 벌어진다. 당시 핫핑크돌핀스는 동물보호단체들과 함께 주한중국대사관 앞에서 고래상어 도살장의 즉각 폐쇄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항의서한을 전달하였다.
중국에서 고래상어의 등지느러미가 잘려져 샥스핀의 재료로 이용되고 있다. 이 사진은 비영리민간단체 Wildlife Risk가 2014년 2월 공개하여 세계적으로 공분을 일으켰다
샥스핀은 중국 당국이 반부패 운동을 벌이면서 고위급 인사들이 사이에서 접대를 금지하기도 했지만 한국도 지난 박근혜 정부에서 2016년 8월 여당 국회의원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샥스핀과 캐비아 등의 초호화 식사를 대접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시민들로부터 커다란 비판을 받기도 했다. 현재 한반도 주변 해역의 해수온도가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양식장 어류 폐사와 해파리 급증, 적조현상 등 이에 따른 피해가 커지고 있다. 덕분에 지구상에서 가장 큰 물고기로 불리는 고래상어가 한반도 해역에 자주 나타나고 있지만 이제는 상어도 식용보다는 보호를 먼저 생각해야 할 상황이 되었다.
지구는 너무나 뜨거워지고 있고 인간도, 바다도 몸살을 앓고 있기 때문이다.
원문 https://post.naver.com/viewer/postView.nhn?volumeNo=163857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