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속의 와인
소설속의 와인 ?
깊어지는 초여름, 와인 한 잔 손에 들고 책의 세계로 빠져들 시간.
#네루다의 우편배달부
&쿠시뇨 마쿨 로타‘ 라틴아메리카 현대문학의 거장, 안토니오 스카르메타의 대표작 <네루다의 우편배달부>. 칠레의 민중 시인 파블로 네루다와 작은 어촌 우편배달부의 우정을 그린 이 소설은 민주화를 향한 투쟁 이야기이며, 순수한 사랑과 시가 공존하는 감동적인 노래와도 같다.
소설의 시작과 동시에 마리오가 첫월급으로 아버지께 드릴 쿠시뇨 마쿨의 장기 숙성 포도주를 구입한다.
쿠시뇨 마쿨은 6대째 이어 내려온, 칠레에서 가장 오래된 와이너리. 실제 파블로 네루다가 생전에 즐겨 마신 와인으로 알려져 있다. 안티구아스 레세르바 카베르네 소비뇽이 대중적으로 가장 큰 사랑을 받고 있으나 장기 숙성을 기대한다면 최상위 와인 ’로타‘를 선택할 것. 짙은 루비색의 풀 보디 와인으로 풍부한 과일 향과 삼나무, 스모키한 향이 어우러져 깊이 있는 우아함을 뽐낸다.
#사월의 미, 칠월의 술
도미누스 이스테이트‘ 주인공 차정신은 미국인 남편 폴이 죽은 후 그가 모은 대부분의 와인을 처분하지만 결혼을 기념해 사둔 도미누스 이스테이트 1984년산 와인 한 상자만은 남겨둔다.
겨우내 그 포도주로 외로움을 달랜 그녀가 최후의 두 병은 조카, 첫사랑의 장성한 아들과 나눠마시며 사랑의 추억과 현재를 공유한다는 줄거리.
도미누스 이스테이트는 1982년 샤토 페트뤼스와 미국 나파밸리 잉글누크의 2세대 합작을 통해 탄생한 와이너리다.
우아하고 구조적으로 튼튼한 보르도 와인의 특징과 풍부한 타닌, 스파이시한 맛, 육감적 과실 풍미를 지닌 나파밸리 와인의 특징이 공존하며 고급 미국 와인의 대명사로 인식된다.
책에는 1984년의 날씨 저오도 상세히 묘사되어 있다. “겨울 강수량은 약간 부족했지만 1월과 2월에는 25인치가 내렸다. 7월과 9월은 어찌나 무더웠는지 100℉가 넘는 날이 스무 날이었다.”
#식물들의 사생활
샤토 오존‘ 이승우의 장편소설 <식물들의 사생활>은 좌절된 사랑의 고통을 딛고 일어서며 서로 이해하고 소통하게 되는 한 가족의 이야기를 다룬다. 감동적인 화해의 장을 의미하는 식사장면, 아버지가 만든 라조기와 민어찜, 두부전골과 굴탕을 앞에 두고 주인공 기현이 샤토 오존을 가족에게 따라주며 설명을 곁들인다.
프랑스 보르도 생테밀리옹에서 나온 포도로 만든 술로, 시인이자 제정 로마 시절 총독인 오존이 한때 이 지역을 지배했던 것에서 이름이 유래했다는 이야기.
샤토 오존은 생테밀리옹의 샤토 페트뤼스라 불릴 만큼 뛰어난 귀한 와인이었지만 수십 년간 두 가족의 반목으로 소유권이 쪼개져 와인의 퀄리티에 영향을 미친 암흑기가 있었다.
하지만 1995년 알랭 보티에르의 지휘 아래 과거의 명성과 파워를 되찾았고, 다시 응축된 과일 향과 복합미를 갖춘 걸출한 와인을 생산하고 있다.
#당신의 고향
파에시 투오이‘ 1980년대에 설립한 이탈리아 피에몬테 지역 최대 와인 생산조합 테라다비노가 20세기를 대표하는 동향의 문학가이자 지성인인 체사레 파베세 재단과 협약을 맺고 그의 저서에서 이름을 따와 만든 와인이다.
체사레 파베세는 포도밭에서 뛰어놀던 유년 시절의 추억과 자신이 나고 자란 전원의 아름다움을 신선한 문체로 표현한 것 으로 유명하다. ’파에시 투오이‘는 ’당신의 고향‘이란 뜻으로 와인 이름은 물론 라벨 디자인에서도 아련한 느낌이 든다. 제비꽃, 베리류, 스파이시한 허브향과 함께 바롤로 특유의 강건함이 돋보이는 와인, 병입 후 5년이 지나면 마시기 적당하고 우수한 빈티지의 경우 20년 이상 보관이 가능하다. 열정과 창조성, 인내라는 공통분모를 지닌 문학과 와인의 만남이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있다.
#와인 한잔의 진실
체레토 바롤로‘ 항상 새롭고 이색적인 소재로 인간의 고독과 억눌린 욕망, 그리고 관능에 대해 이야기하는 일본 소설가 무라카미 류의 단편소설집<와인 한잔의 진실>에 등장한 와인이다.
오퍼스 원, 샤토 마고, 라 타슈 등 프리미엄 와인과 어깨를 나란히 한 이탈리아 와인의 왕, 바롤로, 그중에서도 ’바롤로 브러더스‘라 불리는 피에몬테 랑게 지역의 브루노&마르첼로 체레토가 만든 이 와인에 대해 ’체레토 바롤로의 향기를 대신할 수 있는 것은 달리 찾을 수 없었다“고 묘사했다. 자두, 카시스 같은 농익은 블랙 와일 향, 오크 숙성에서 유래한 토스티한 향과 스파이시함을 통해 강한 힘과 개성을 느낄 수 있다.
여자 주인공의 말마따나 ‘행복보다 소중한 그 무엇’의 가치를 발견할 수 있는 와인.
#아몬틸라도의 술통
그란 바르케로 아몬티야도‘ 에드거 앨런 포의<아몬틸라도의 술통>은 복수의 완벽한 전형을 보여주는 작품으로 인간의 내면에 숨어있는 악함과 가식성을 해학적으로 잘 묘사했다. 주인공 몬트레소가 자신을 모욕한 친구 포추나토에게 아몬틸라도를 감정해달라며 지하실로 유인해 쇠사슬로 옭아 묶고 천천히 벽돌을 쌓아 올려 가둔다는 이야기. 그 앞에 약속한 아몬틸라도 한 잔이 놓여있었다는 문장으로 끝을 맺는다.
아몬틸라도, 스페인 본토 발음으로 아몬티야도라 읽는 이 술은 몬티야 지방에서 유래한 주정 강화 와인이다.
그란 바르케로 아몬티야도는 이 지역의 페레스 바르케로 양조장에서 30년간 솔레라 방식(오래된 와인에 새로운 와인을 첨가)으로 블렌딩해 만든 것. 진한 호박 색깔로 견과류의 아로마, 응축미와 우아한 질감, 질척거림 없는 드라이한 맛을 느낄 수 있다.
#맛
샤토 브라네르-뒤크뤼‘ 와인을 즐긴 동화 작가 로알드 달이 욕망을 좇는 인간의 어리석음을 풍자한 단편집 <맛>.
증권 중개업자 마이크 스코필드가 대단한 미식가인 리처드 프랏을 저녁식사에 초대해 자신의 딸을 건’와인 맞히기‘ 내기를 제안한다. 리처드는 와인 이름과 빈티지까지 정확하게 맞히지만 후에 서재에 들어가 몰래 와인을 훔쳐본 사기 행각이 밝혀진다.
이 사건의 중심에 선 와인이 ’샤토 브라네르-뒤크뤼 1934‘다. 프랑스 보르도 샤토 생줄리앙의 4등급 와인으로 로알드 달은 리처드의 입을 빌려 ’오래된 작은 성을 가진 아주 작고 귀여운 포도밭‘에서 나왔다며 ’첫맛은 새침 떨고 수줍어하는듯하나, 두 번째 단계에서는 약간의 타닌으로 혀를 놀리며 뒷맛은 유쾌하고 위로를 해주는 여성적인 맛이다“ 라고 표현했다.
이렇듯 우리 삶속에 와인은??
(에디터 이재연 Luxury 10월호 발췌 )
헤이 쥬드~~♡♡
http://www.youtube.com/watch?v=A_MjCqQoLL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