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떠난 반나절 여행; 진동계곡,필례약수,한계령휴게소
동네 이웃분들이 우리가 예전에 살던 동네와 그곳 막국수를 먹으러 가자며 추동한다. 그래서 기꺼이 추동되어 50대 2명이 60대 세 분을 모시고 오전 11시경에 한 차로 출발했다. 점심을 방동막국수에서 하기로 해서다. 우리가 전에 살던 진동계곡 초입에 있는 방동막국수는 내 경험치 내에서 최고의 막국수 맛이다. 물론 맛은 주관적이긴 하지만 까탈입맛대마녀 초록손이도 이에 공감한다. 그외 초록손이와 공감하는 메뉴, 없다.
방동막국수 집에서 나와 전에 살던 꿩밭골로 향했다. 내가 전에 살던 곳에는 큰 건물이 들어서고 있었다. 터널관리소와 터널홍보관이라고 한다. 예전 우리집은 서울-춘천-양양간 고속도로 구간에서 백두대간을 관통하는 한국최장, 아시아 3번째 긴 터널의 서쪽 입출구에 자리잡고 있다가 덜컥 수용된 곳이다. 고속도로가 개통되어 지나실 때 쉽게 "아! 여기였군!" 하실 수 있을 것이다.
이왕 예전 살던 곳에 왔으니 찾아볼 사람 얼굴은 보고가야지. 한 분은 현재 71세. 정년퇴직하고 들어와 민박, 산채나물과 모종판매 등으로 무지무지 바쁘게 사시는 분이다. 근데 그보다 더 바쁘게 해외여행, 국내구경을 하면서 주 4~5회 관내 뿐 아니라 속초, 양양에까지 지인들과 함께 음식점 탐방을 하시는 분이다. 일하기, 놀기 양쪽 모두 나보다 세 배는 열심히 사신다.
또 한 분은 60세. 자세히는 물어보지 않았지만 경제적으로 매우 넉넉한 편이다. 나무가 좋아 큰 나무가 많은 집과 땅을 샀다. 남자는 나무가 좋아 공중을, 여자는 꽃이 좋아 땅을 쳐다보며 산다. 그 많은 일거리에 옆에서 봐도 질릴 만 한데 연신 방싯거리며 감당해낸다. 경제적으로 도움이 되는 일도 아닌데 억지로 할 리는 없다. 삶의 의미는 사람마다 다르다. 내 삶의 의미는 무엇인가? 이제는 명확해질 만 한데 아직도 알쏭달쏭이다. 그러고보니 이 때까지 사진 한 장 안찍었다. 내 삶의 의미는 사진과 관련없는 건 틀림없다.

진동 꿩밭골에서 필례약수터로 넘어갔다. 예전에는 꽤 먼 길이었지만 꿩밭에서 귀둔으로 넘어가는 길이 뚫려 금방이다. 인류문명은 시간절약의 역사일 듯. 같은 수명을 살아도 예전보다 더 많은 걸 할 수 있다. 꿩밭 71세 아저씨처럼 산다면?
필례약수터에서 철분탄산수 두 국자 이상 들이키면 소화촉진 효과를 그 자리에서 체험할 수 있다. 처음 마시는 사람은 부담을 느끼지만 자주 마시면 물보다 더 마시기 편하다. 이 자리에서 사진찍을 생각을 처음 했다.

필례약수터를 떠나 은비령을 넘으면 바로 한계령 정상이다. 한계령휴게소는 여전했다. 비대칭의 검은 지붕. 지붕물매가 주변 능선 기울기와 같다. 알프스 언덕 위의 전형적인 건축물처럼 튀지않고 흐름이 자연스러운 건 이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퍼뜩 들었다. 이 휴게소 건물은 늘 어떤 감흥을 불러일으킨다. 양희은의 <한계령>의 정서와 닿아있다.

한계령휴게소 앞에서 기념사진. 가운데 남자 65세. 가장 최근의 면민체육대회 마라톤 우승자. 워낙 젊게 사는 분이라 나란히 서면 또래처럼 보인다. 그래서 찍사로 빠졌다.

안개로 아스라이 보인다. 이 쪽(설악산) 능선도 장관이지만 저 쪽(점봉산) 능선도 뒤지지 않는다. 경복궁 지붕 위에 있는 동물들보다 훨씬 많은 것 같다.
아메리카노 한 잔 마시고 출발해서 홍천 집에 돌아오니 세시 반. 딱 반나절이다. 잠깐 동안에 긴 여행 한 기분이다.
첫댓글 저희도 아이와 함께 마음을 달래려 강원도에 여행을 했었어요 바로 저위 사진 한계령에서 사진도 찍었죠 참 고운 산과바다였어요 아이도 많이 행복해해서 좋았답니다
그러셨군요. 너무 고울 때는 서럽게 느껴지기도 하지요.
다시 만나지 못할 과거로 사라질 것 같다고 느낄 때 그런 것 같아요.
지금 이순간이 제일 중요하지요.